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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우산이 피워낸 나의 꿈

잊었던 나를 깨워준 어느 비 오는 날의 마법 같은 이야기

by 나리솔

보라색 우산이 피워낸 나의 꿈



이 이야기는 5월의 어느 날, 아주 맑은 날에도 사람들이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야. 하늘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비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마치 삶의 변화처럼 말이야.

어느 날, 내 일정에 잠깐의 여유가 생겼어.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여자아이를 만나기로 했지. 한 달 전, 우리는 우연히 만났어. 그녀는 거울 앞에서 짧고 어두운 머리카락을 고치고 있었지. 빈티지한 흰색 블라우스에 긴 남색 치마를 입고 있었어.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고, 마치 세상이 나에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처럼 그녀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어. 하지만 친구들이 나를 현실로 되돌려놓았고, 나는 그녀 생각만 하면서 수업에 갔지.

나중에 식당에서 그녀를 발견했어. 그녀는 혼자 앉아 녹차를 마시고 있었지. 나는 다가가서 그녀가 정말 근사해 보인다고 말했어. 그녀는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더니, 이내 활짝 웃어줬어. 그 미소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지. 상대를 받아들이는 마음, 편안함, 솔직함... 그렇게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

우리는 식당에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곤 했지. 그러다가 언젠가 학교 밖에서 만나기로 결심했어. 나는 공원을 제안했어. 자연 자체가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잖아? 그녀도 좋다고 했어.

약속 당일 아침은 고요하고 햇살이 가득했지. 나는 검은 재킷에 흰 셔츠, 검은 바지를 입고 우산도 챙긴 뒤 꽃을 사서 갔어.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나는 손을 내밀고 꽃다발을 건넸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안아줬는데, 이 포옹이 나에겐 마치 열쇠 같았어. 때로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우리가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문을 열어주기도 하잖아.

우리는 카페로 향했어. 커피 향과 부드러운 불빛 속 고요함 가운데, 그녀는 수첩을 꺼내더니 카페 내부를 그리다가 나를 그리기 시작했어. 그녀의 선은 그저 흔적이 아니었어. 마치 그 순간의 본질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애쓰는 듯했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사람은 누구나 영원함에 닿을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는 그것이 연필이었지.

그러다 우리는 공원에 도착했어. 벤치에 앉아 나무들을 바라봤어. 문득 그녀가 물었지.

"네 꿈은 뭐야?"

그 간단한 질문이 참 어렵게 느껴졌어. 나는 아무 말도 못 했어. 어느샌가 꿈꾸기를 멈췄다는 걸 깨달았지. 공부, 일, 끝없는 의무감... 이게 나의 유일한 길이 되어버린 거야. 그래서 나는 조용히 "모르겠어"라고 말했어.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 줬어.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꿈이라고. 그녀의 말에는 엄청난 확신이 있었고, 마치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것만 같았어.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렸지. 나도 한때는 작가가 되는 꿈을 꿨어. 글도 쓰고, 배우기도 했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포기했었거든. 그런데 이제 남의 꿈이 나 자신의 꿈을 되찾아 준 거야. 그녀는 마치 거울처럼, 내가 잊었던 나 자신을 다시 보여주었지.

우리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그녀는 자신의 보라색 우산을 펼쳤어. 그 우산은 나에게 하나의 상징이 되었어. 그녀를 비로부터 막아주고, 나를 망각에서 구원해 준 거야. 삶에서는 언제나 우리 위에 '우산'을 펼쳐주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 간단한 몸짓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줘.

우리는 포옹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고, 그녀는 빗속으로 사라지듯 빗방울 속으로 걸어갔어. 그 후로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어. 전화로 그녀는 졸업했고 패션 아카데미에 입학했다고 말해줬어. 나는 그녀의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

그리고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어. 나에게 우산은 운명의 징표가 되었어. 나는 펜을 잡을 때마다 그 우산을 내 위에서 보곤 해. 보호와 희망의 상징처럼 말이야.

나는 알아. 언젠가 나는 멀리서 그 보라색 우산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그때 말하겠지.

"안녕."





주인공은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 한때 열정적으로 꿈꿨던 '작가'라는 꿈을 잊고 살고 있었잖아. 마치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듯이 말이야.
그런데 우연히 만난 한 여자아이와의 교류를 통해 변화를 겪게 돼. 그녀의 솔직하고 순수한 미소,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한 확고한 믿음을 보면서 주인공도 잊었던 자신의 꿈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거지! 특히 그녀의 '보라색 우산'은 주인공에게 비바람 속에서 보호막이 되어주고, 또 잃었던 꿈을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어.
결국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과의 의미 있는 만남을 통해 잊었던 자신을 발견하고, 용기를 얻어 새로운 시작을 하는 성장통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과거의 꿈을 포기했던 아쉬움과 새로운 희망이 함께 담겨 있는, 정말 감성적인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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