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과 치유
옛날에 한 노상인이 있었다. 그는 강가에서 흙을 거두어 각기 다른 성품을 지닌 항아리들을 만들어냈다. 어떤 것은 늘씬하고 우아했고, 또 어떤 것은 튼튼하고 담백했다. 사람들은 그곳에 와서 마음에 드는 항아리를 고르곤 했다.
어느 날, 그는 특별한 항아리를 만들었다. 너무나도 섬세하고 완벽해서, 노상인은 그 항아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가장 눈에 띄는 선반 위에 놓았고, 아무에게도 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바람 부는 날, 그 항아리는 선반에서 미끄러져 떨어져 깨지고 말았다. 깨진 조각들은 조그마한 조각들이 아니라,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가진 몇 개의 큰 조각들이었다. 그것들을 다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조각들을 자루에 모아 작업실 구석 깊숙이 두었다.
세월이 흘렀고, 자루는 잊힌 채 그 자리에 있었다. 새 사람들이 작업실에 오고 갔으며, 노상인은 나이가 들어 더욱 현명해졌다. 어느 날, 그는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그 자루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그 자루를 풀었고 깨진 항아리를 꺼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원래대로 맞추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옛 물건들을 고칠 때 사용하는 금빛 옻칠을 꺼내 조각들을 붙이기 시작했다. 모든 이음새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더 돋보이게 반짝이도록 강조했다. 금빛 옻칠로 모든 금 간 틈과 흠집을 채웠다.
작업이 끝나자, 눈앞에 있던 항아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예전처럼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 금빛 선들이 항아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 선들은 항아리의 무너지던 순간과 가장 깊은 상처조차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금 간 자국들이 항아리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자 새로운 영혼이 되었다.
그는 그 항아리를 다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놓았다. 사람들이 무엇이냐고 묻자, 노상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은 나의 가장 지혜로운 항아리입니다. 이 안에는 단순한 물이 아니라 빛이 담겨 있지요.”
이 짧은 우화는 우리에게 치유란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값진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임을 일깨워 준다. 우리의 상처, 깨진 항아리들은 숨겨야 할 부끄러운 흔적이 아니라, 우리의 강인함과 삶을 통해 얻은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주는 기회가 된다. 깨진 금빛 자국들처럼, 치유된 상처는 고통이 아닌 그 고통을 이겨낸 힘을 기억하게 해주는 우리 인생의 가장 빛나는 흔적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