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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세상: 소음과 침묵 사이, 잃어버린 '나'를

멈춤 속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울림

by 나리솔


두 개의 세상: 소음과 침묵 사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우리는 두 개의 세상에서 살아가. 하나는 끝없는 소음의 세상이야. 모든 순간이 알림 소리, 낯선 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말하지 않은 기대들로 가득 차 있지. 이곳은 빨리 움직이고, 성공해야 하며, 언제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곳이야. 우리는 이 속도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우리 안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때로는 아예 사라져 버리기도 해.

그리고 또 다른 세상이 있어. 눈을 감거나, 그저 창밖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기 위해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드러나는 세상 말이야. 그곳에서 고요함은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깊이가 존재하는 상태야. 책장 위 먼지가 떨어지는 소리, 낡은 나무 바닥이 삐걱이는 소리, 그리고 너 자신의 심장이 조용히 숨 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지. 이 세상은 우리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아. 그저 주의를 기울여 주길 바랄 뿐이야. 바로 이곳에서 치유가 시작돼.

우리 중 많은 이들이 꽉 찬 기차 안에 갇힌 것처럼, 그 이름조차 잊어버린 어떤 역을 향해 달리고 있어. 가는 길이 멀고, 넘어지지 않으려면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우리가 중간역, 예를 들어 언덕과 들판이 있는 곳에서 내릴 수 있다면 어떨까?

문득, 아주 작은 카페에 들렀던 기억이 떠올라. 카페 안은 너무 고요해서 잔잔한 재즈 음악과 컵에 물 따르는 소리만이 들렸어. 나 혼자 앉아 있었지만 외롭지 않았지. 그리고 문득 깨달았어. 나는 살기 위해 너무 오랫동안 시끄러운 사건들만을 쫓아왔구나. 하지만 진정한 삶은 사실 이렇게 작고, 거의 들리지 않는 순간들 속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야. 조용히 책장 넘기는 소리, 손안에 감도는 따뜻한 찻잔의 감촉처럼 말이야.

때로는 우리가 강해지려고 너무 애쓴 나머지, 우리의 연약함과 연결된 끈을 놓쳐버리곤 해. 우리는 약해 보일까 봐 두려워서 다른 사람의 짐을 짊어진 채 살아가기도 하지. 하지만 강바닥에 놓인 돌멩이가 물에 던져진 돌멩이보다 약할까? 오히려 그 반대일 거야. 그 움직이지 않는 고요함으로 인해, 거센 물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잖아.

이 글을 읽고 잠시 멈춰 서서 우리의 가면을 벗고, 취약해지는 것이 결코 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 어떨까? 이 글은 마법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아. 그저 옆에 조용히 앉아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 "봐, 나도 그랬어. 그리고 그 순간도 지나갔단다." 이 글 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생각을 마주하게 될 거야.

어쩌면 우리 모두는 소음의 세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공원 벤치에 좀 더 자주 앉아봐야 할지도 몰라.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거지. 나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무의 순리이기 때문이니까. 저항하지 않고, 그저 놓아주는 것. 그리고 자신과 함께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야. 바로 우리의 진정한 '나'를 말이야. 그리고 그와 함께 치유의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해답인 '고요함'도 찾아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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