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걸음 속에서 발견하는 진짜 나
매일 우리는 단단하게 포장된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것처럼 삶을 헤쳐나가. 뒤돌아볼 틈도 없이, 한눈팔지 않으려고 그저 바쁘게 달려가지. 빠르고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은 저마다 크고 뚜렷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가끔은 이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모래 위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나는 나 혼자뿐인 한적한 해변에 다다랐어. 느릿느릿 걸으며 발아래 모래가 푹푹 꺼지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꼈지. 내 발걸음은 조용했고,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느라 흔들리기도 했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안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어. 발밑의 땅을 느끼고, 모래 속에 발이 파묻혔다가 다시 빠져나오는 감각을 생생하게 경험했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이것이 바로 ‘느린 걸음의 아름다움’이라고. 단단한 아스팔트 위에서 우리는 오직 목표만을 바라봐. 얼마나 빨리 도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하지만 모래 위에서는 달라.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게 돼.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스며드는 그 작은 감각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해. 우리는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법을 배우게 되는 거야.
내 생각에 우리의 삶은 아스팔트 길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아. 그 안에는 분명 모래밭도 존재해. 때로는 속도를 늦추고, 익숙한 길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발밑의 땅을 느끼는 순간이 필요해. 그리고 이 작고 조용하며, 때로는 불규칙하기까지 한 걸음들 속에 진정한 치유가 담겨 있다고 믿어. 어쩌면 이게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내 안의 우주'를 탐험하는 시작점일지도 몰라.
우리는 자주 불완전한 길을 두려워하잖아. 느리고 불안해 보이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을 망설여. 하지만 진실은 그 조용하고 섬세한 발걸음 속에 엄청난 힘이 숨어있다는 거야. 진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힘,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힘. 외부의 시선이나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 말이야. 자연 속에서 얻는 위로와 같이, 모래 위를 걷는 그 행위 자체가 영혼을 다독여주는 경험이 될 수 있는 거지.
우리 여전히 삶이라는 길을 걷고 있어. 어떤 날은 아스팔트 위를, 어떤 날은 모래 위를 걸으며 나아가겠지. 하지만 이제 나는 알아. 가장 중요한 발자국은 앞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뒤에 남겨지는 것이라는 걸. 우리가 그곳에 있었고, 느끼고, 살았음을 말없이 증명하는 모래 위의 발자국. 이 발자국이야말로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흔적이고, 내가 존재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