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작은 순간들

힘든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찾아가는 용기를 표현한

by 나리솔



치유의 작은 순간들



오늘도 컴퓨터를 늦게 껐어. 화면은 꺼졌지만, 사무실의 웅성거림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 같아. 창밖은 이미 캄캄해. 집 앞 가게엔 어제와 똑같은 간판이 빛나고 있고.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해. 이게 다 잠깐일 뿐이라고, 더 큰 무언가를 위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지. 하지만 '잠깐'은 영원이 되고, '더 큰 무언가'는 점점 흐릿해져 가.

우리는 마치 늘 한계까지 채워진 잔 같아. 넘칠까 봐 잔뜩 움츠린 채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마음껏 숨조차 쉬지 못하지. 잔이 영원히 가득 차 있으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란 걸 잊은 거야. 가끔은 비워내야 해. 그래야 다시 무언가를 담을 수 있으니까.

이건 모든 걸 버리고 머나먼 섬으로 떠나자는 이야기는 아니야. 물론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치유는 아주 작고,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에서 시작돼.

집에 돌아오자마자 꽉 조이는 외출복을 벗고 가장 부드러운 집 티셔츠로 갈아입는 자유. '이곳에서 난 안전해'라는 물리적인 감각.

따뜻한 보리차 한 잔. 카페인으로 재촉하는 커피가 아니라, 나를 땅으로 단단히 붙잡아 주는 차 한 잔. 오직 나에게만 허락된 10분, 따뜻함이 손바닥에 스며드는 그 시간. 나는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아. 내일 회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 그저 차를 마실 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생산성에 집착하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거의 범죄처럼 느껴지기도 해. 사람들은 말하지. '자기 계발에 투자하세요, 새 언어를 배우고, 운동을 하세요.'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저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거야. 구름처럼 흘러가는 생각들에 붙잡히지 않고, 그저 흐르게 두는 거지. 이건 게으름이 아니야. 이건 회복을 위한 작업이야. 멍 때리는 순간, 뇌가 그저 '멈춰서' 쉬는 순간.

우리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할 때가 많아. 지쳤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꾸짖고, 계획한 모든 일을 해낼 에너지가 없다는 것에 화를 내지.

하지만 다르게 시도해보면 어떨까?

모든 일이 꼬이는 날, 그저 '오늘은 힘든 날이야. 그리고 이건 괜찮아'라고 인정해 보는 거야. 억지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대신, 스스로를 돌보는 것. 저녁 식사를 만들지 않고 주문하고, 조깅 대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

모든 건 정직함에서 시작돼. '나 지쳤어'라고 인정하는 것. 비난도, 드라마도 없이. 그저 사실로서. 비가 와서 우산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우리는 완벽할 필요 없어. 늘 강할 필요도 없고. 가끔은 그저 존재하면 돼.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아무리 길고 어두운 밤이라도, 언제나 아침은 찾아온다는 걸 기억하는 것.

그러니 오늘, 부디 너 자신을 돌봐줘. 너만의 작고 고요한 의식을 찾아. 그리고 그 안에서 그저 편안하게 머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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