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집, 시간의 속삭임

오랜 시간의 숨결, 낡은 집의 위로

by 나리솔



고요한 집, 시간의 속삭임



낡은 골목길에 자리한 나의 집은 마치 추억을 숨 쉬는 듯해. 높지 않고 소박하며, 오랜 시간과 비바람 속에서 갈라진 벽들은 지난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 집 안에는 늘 은은한 어둠과 고요함이 감돌아. 가끔 낡은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나, 내가 방 사이를 거닐 때 삐걱이는 마룻바닥 소리만이 그 정적을 부드럽게 깨트리곤 해.


이 고요함은 나를 두렵게 하지 않아. 오히려 깊은 위안을 안겨주지. 텅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나보다 먼저 이곳에 살았던 이들의 존재로 가득 차 있거든. 할아버지, 할머니의 웃음소리와 눈물, 그들의 이야기가 서려 있고, 말없이 삭였던 걱정들도 이 공기 속에 녹아 있는 것만 같아. 낡은 나무 탁자의 모든 흠집, 오래된 가구의 모든 닳은 부분들은 마치 잊힌 두루마리에 새겨진 상형문자처럼, 시간이 새겨 넣은 작은 흔적들이지.


모든 것이 눈부신 속도로 변하고, 낡은 건물들이 무표정한 콘크리트 빌딩으로 변해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나의 집은 변치 않는 작은 섬처럼 남아 있어. 이곳은 나에게 뿌리의 중요성을,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연결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줘.


가끔 거실에 앉아 눈을 감으면,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스하고 보이지 않는 그 감정, '정'을 느껴보려 하지. 그런 순간이면 나도 모르게 '한'이라는 가볍고도 맑은 슬픔이 찾아와. 시간은 모든 것을 가차 없이 데려간다는, 그리고 언젠가 나 또한 이 집의 한낱 그림자로 남으리라는 깨달음에서 오는 슬픔 말이야.


하지만 이 멜랑콜리 속에는 어쩐지 독특한 평온함이 깃들어 있어. 낡은 집은 내게 삶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고요함을 음미하며, 먼저 떠나간 이들과 우리를 잇는 보이지 않는 실타래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가르쳐줘. 집은 스스로를 소리쳐 알리지 않아. 다만 영원에 대해 조용히 속삭일 뿐이지. 그리고 그 속삭임 속에는 세상 모든 시끄러운 소음보다 더 깊은 지혜가 담겨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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