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옆 나무

그냥 있음'의 아름다움, 은행나무에게서 배우다

by 나리솔



버스 정류장 옆 나무


매일 저녁 내가 버스를 기다리는 낡은 정류장 옆에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홀로 서 있어. 세대와 세대가 바뀌는 걸 보며 시끌벅적한 낮과 고요한 밤을 견뎌낸 나무인데, 주름진 나무줄기 안에는 어떤 도시 도서관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아.

계절마다 나무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봄에는 여린 초록빛 옷을 입고, 여름엔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고, 가을엔 황금빛 불꽃처럼 타오르다가, 겨울엔 모든 걸 벗어던진 채 놀라운 강인함과 인내심을 보여주지.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바빠. 얼굴은 잔뜩 긴장하고, 시선은 스마트폰이나 도로에 고정되어 있어. 우리 모두 보이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기차에 늦을까 봐 어딘가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것 같아. 이 끊임없는 서두름, '빨리빨리' 문화는 이제 우리 민족의 일부가 되어버려서, 그냥 잠시 멈춰 서서 숨 한번 크게 들이쉴 여유조차 빼앗아 가고 있어.

나는 나무를 봐. 나무는 아무 데도 서두르지 않아. 그냥 존재할 뿐이지. 땅속에 단단히 뿌리박고, 고요한 흙과 하늘의 빛에서 힘을 얻고 있어. 나무의 느긋함 속에는 그만의 철학이, 선(禪)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삶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경험하느냐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듯이 말이야.

우리 현대인들은 '무엇을 하는 것'보다 '그냥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주 잊어버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고, 그러고 나서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곤 해.

정류장 옆 나무는 내게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일깨워줘. 황금빛 가을 나뭇잎들은 내가 내 할 일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아. 자기 때가 되면 그저 떨어질 뿐이야.

어쩌면 우리 모두 때로는 좀 느려질 필요가 있을지도 몰라. 땅만 보던 시선을 들어, 평범한 나무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구름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거야. 결국, 우리에게 정말로 있는 건 바로 이 순간이니까. 나무는 그걸 알아. 우리도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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