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한 해의 오렌지 정원

추운 겨울을 데우는 따뜻한 기억에 대하여

by 나리솔


녹아내린 한 해의 오렌지 정원


추운 겨울을 데우는 따뜻한 기억에 대하여



어떤 도시에서는 겨울이 단순히 계절이 아니라, 영혼의 특별한 상태가 돼. 눈은 지친 생각 위에 내려앉은 침묵처럼 지붕과 길 위에 쌓이고, 이 하얀 세상 속에서 유난히 외로움을 느껴. 하지만 외로움은 공허함이 아니야. 가장 따뜻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공간이지. 그것들은 밤에 '죄스러운 꿈'처럼 찾아와. 이미 오래전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이 말이야.


우리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오렌지 정원'이 있어. 한때 태양이 평소보다 더 강렬하게 빛나고, 웃음소리가 더 밝게 울려 퍼지며, 감정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곳 말이야. 그곳은 지리적 공간이라기보다는, 마음의 상태에 더 가까워. 빛으로 가득 찼던 여름날은 달력 위에 머무는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우리 안에 살아 숨 쉬어. 겨울의 눈과 고요함이 도시를 감쌀 때조차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처럼, 깊숙이 숨어 있지.


녹아내린 한 해의 그 정원에 대한 기억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야. 언젠가 우리가 행복했다는 증거이지. 그곳,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와 오렌지 나무들 사이에 우리의 '늦은 기쁨'이 되어준 사람이 있었어.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 찾아온 선물처럼 예상치 못한 존재였지. 그리고 그래서 그 감정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 오래 지속되어서가 아니라, 한때 존재했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시간은 모래시계와 같아. 모래알은 한결같고 무정하게 떨어져, 둘이 함께 지었던 '모래성'을 휩쓸어가고, 은빛 점 같은 비행기는 여름이 완전히 떠났다는 신호처럼 하늘에서 사라져 버리지. 우리는 사라져 가는 그것을 붙잡으려 애쓰지만, 녹아내린 한 해처럼 허물어져 버리고 말아.


그래도 여기에는 밝은 진실이 있어. 시간의 파도에 휩쓸려간 것일지라도,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거야. 여름은 잊히지 않아. 가장 소중한 모든 것을 간직하는 영혼의 한구석으로 옮겨갈 뿐이지. 그 깊은 곳에서 여름은 계속 존재하며, 추운 날 우리를 따뜻하게 해줘.


기억은 광활한 대양 속 우리만의 섬이야. 그리고 너무 외로워질 때마다 우리는 그곳으로 돌아가, 태양의 맛을, 오렌지 향을, 흩어지는 파도 소리를 다시 떠올려.

겨울은 피할 수 없지만, 우리 안에는 결코 완전히 녹아내리지 않는 정원이 언제나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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