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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으로 느끼는 삶의 온기

나만의 온전한 발걸음

by 나리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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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으로 느끼는 삶의 온기


나만의 온전한 발걸음


삶에서 가장 황홀한 경험 중 하나는 어쩌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일일 거야. 그 찰나의 순간, 세상의 온갖 질감이 맨발 아래로 온전히 전해져 오지. 풀잎의 부드러움, 흙의 단단함, 때로는 거친 자갈의 감촉까지, 발끝에서 시작된 작은 울림은 온몸으로 퍼져나가 내 존재의 모든 감각을 깨워주는 것 같아.

이 특별한 경험 속에서 나는 깊이 뿌리내린 나무처럼 단단하게 땅에 붙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 무언가에 단단히 묶여 있는 듯한 연결감. 언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온전함이야. 실내든, 드넓은 야외든, 그 공간은 중요하지 않아. 두 공간을 오가며 맨발로 걷는다면, 마치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듯 더욱 풍성한 감각을 선물하겠지.

어릴 적의 기억은 참 신기하게도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 같아. 나도 기억해, 어린 시절에는 실내든 실외든 늘 신발을 신는 게 너무나 당연한 "규칙"이었지. 모두가 그렇게 했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참 넓고, 각기 다른 문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것 같아. 아시아를 여행하며 신발을 벗는 문화가 예의의 한 부분임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야. 심지어 박물관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맨발로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들도 있다니, 정말 놀라워. 그들에겐 그것이 '그들의 기준'이고, 그들의 삶의 방식인 거지.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 과연 "정상"이라는 건 누가 정한 기준일까? 그리고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건 무엇일까? 말처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만의 기준'을 선택하는 용기일 거야.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에 갇히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귀 기울여 어떤 발걸음을 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

그것이 때로는 맨발로 흙길을 걷는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아무도 가지 않는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일 수도 있겠지. 신발을 벗고 땅의 숨결을 느끼는 것처럼, 세상의 편견과 타인의 기대를 벗어던지고 내 본연의 감각과 영혼을 깨우는 것.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거야. 발바닥이 전하는 감각처럼, 삶의 깊은 의미와 연결감을 온전히 느끼는 것, 그게 바로 우리 삶을 가장 빛나게 하는 용기이자 지혜가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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