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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없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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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솔

근심 없는 향기


오늘 아침은 아주 평범한 날이었어. 창밖의 잿빛 하늘, 자동차 소음, 이웃들의 아침 부산함. 주말의 나른함은 찾아볼 수 없고, 알람, 샤워, 간단한 아침 식사, 출근 준비라는 명확한 리듬만이 있을 뿐이었지. 원래 같았으면 벌써 집을 나섰겠지만, 작은 변덕이 날 붙잡았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냄새를 맡고 나니,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더라. 갓 구운 와플 향으로 부엌을 가득 채우며, 바쁜 아침의 분주함을 잠시 멈춰 세웠어. 그리고 이 향기는 마치 영혼의 음악처럼, 근심 없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그 향기는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가. 일요일마다 할머니가 와플을 구워주시던 그때로 말이야. 기억나? 난 아주 어렸을 때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부엌으로 달려가곤 했지. 와플이 구워지길 기다리던 그 설렘, 그리고 할머니가 와플 기계를 뒤집으실 때 심장이 쿵 내려앉던 그 순간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와플은 일요일의 기적 그 자체였지. 메이플 시럽, 폭신한 생크림, 신선한 베리들. 하나하나가 작은 기쁨이었고, 한 조각 한 조각이 축제의 맛이었어.

“자, 우리 작은 단것 마니아 아가씨, 그릇 핥는 건 그만하고 어서 더 먹어!” 할머니는 농담처럼 말씀하시곤 했어.

이 향기는 단순히 음식 냄새가 아니야. 이건 집의 향기, 포근함과 사랑의 향기이지. 마치 "잠시 멈춰 서, 서두르지 마.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껴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아. 정말 그렇잖아? 황금빛 와플이 잔뜩 쌓여 있고, 옆에 향긋한 커피 한 잔이 있는데 무슨 급할 일이 있겠어? 느긋한 식사 자리에서는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거나, 서로의 소식을 묻거나, 아니면 그저 침묵 속에서 모든 순간을 만끽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이 시간이 우리 가족의 특별한 의식이었던 것 같아.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잠시나마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지. 단순하지만 너무나도 진실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순간. 그리고 나는 이 익숙한 향기를 맡을 때마다 깨달아. “모든 것은 괜찮아, 세상은 기다려줄 거야.” 지금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 와플 기계가 연주하는 음악을 위한 시간인 거야.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떠한 바쁨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는 용기를 내어보라고 말하고 싶어. 네가 와플 향에서 어린 시절의 평화와 사랑을 느꼈듯이, 우리 주변의 아주 작고 평범한 것들이 때로는 가장 큰 위로와 행복을 안겨줄 때가 많거든. 지금 이 순간, 너를 잠시 멈추게 하는 그 '무엇'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 안에서 너만의 '근심 없는 향기'를 발견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누리길 바라.

세상은 늘 우리를 재촉하는 것 같지만, 가끔은 이렇게 잠시 멈춰 서도 괜찮아. 우리의 마음이 연주하는 음악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오늘도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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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장미 - 에게


이야기가 아닌, 고요하고 잔잔하게 페이지가 스치는 소리 같은 '숨결'을 위해 읽는 책들이 있어. 파우스톱스키의 「황금 장미」가 바로 그런 책이지. 그 책은 서둘러 가르치려 들지도 않고, 감탄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시끄럽게 자신을 주장하지도 않아. 그저 아침이 빛을 깨우는 것처럼, 문학이 태어나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펼쳐 보여줄 뿐이야.


파우스톱스키는 글 쓰는 작업을 마치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기적처럼 이야기해. 그는 글자들이 갑자기 솟아나는 게 아니라고, 그 뒤에는 관찰과 아픔, 기억, 우연한 만남의 기쁨,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것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숨어 있다고 말해줘. 이 책은 한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엮이고, 그 마음에서 자라나는 글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야.


「황금 장미」를 읽다 보면, 저절로 세상을 좀 더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될 거야. 버스 안의 사람들, 지붕 위로 길게 속삭이는 비, 오래된 거리의 향기까지 말이야. 파우스톱스키는 작가란 놀라워할 줄 알고, 그 놀라움을 마치 귀한 보석처럼 소중히 간직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일깨워줘. 그는 인간의 영혼이 창조성의 가장 큰 원천이며, 아름다움은 진실의 한 형태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


많은 이들에게 「황금 장미」는 단순한 책을 넘어, 내면의 삶을 위한 특별한 교과서가 되었어. 기술이 아니라 감수성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 기다릴 줄 알고, 알아챌 줄 알며,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법을 말이야. 파우스톱스키는 마치 속삭이듯 말해주는 것 같아. 진정한 예술은 사람이 자신과 세상 앞에서 정직할 때 탄생한다고.


그리고 책을 덮을 때면, 마음속에 그 감촉이 그대로 남아. 마치 손안에 따스하고, 이제 막 피어난 꽃 한 송이가 있는 것 같은 느낌, 작가가 모든 독자에게 선물한 섬세한 '황금 장미' 같은 감동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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