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강물 속에 박힌 작은 보석들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는 생각은 보통 슬픔을 불러일으키지. 하지만 가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순간들은 마치 멈춰 서 있는 것 같다는 걸 느낄 수 있어. 흐름의 일부가 아니라 영원한 무언가가 되어 우리 안에 오래도록 살아 숨 쉬는 거지. 이건 대단한 사건에서가 아니라,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갑자기 엄청난 의미를 가지게 되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에서 일어나.
나는 어린 시절 시골 별장에서 맡았던 갓 벤 풀 냄새를 떠올려. 숨바꼭질, 부모님과 함께했던 따뜻한 저녁, 조용히 속삭이던 나뭇잎 소리. 평범한 여름날 같지만, 바로 그 순간들에 나는 정말 살아있음을,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 내 기억에는 그 여행 자체보다는, 지금도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평온하고 안온했던 감각이 남아있지.
그리고 젊은 시절 다시 읽었던 낡은 책들의 향기도. 한 줄 한 줄, 페이지가 스치는 소리마다 각자의 세상이 담겨 있었어. 나는 그저 이야기를 읽은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살며 함께 살아냈지. 이건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시간이 다른 법칙을 가진 더 깊은 현실 속으로 빠져드는 거였어.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변해가. 몸은 늙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지만, 이 얼어붙은 순간들은 변함없이 남아있어. 그것들은 가장 소중한 기억과 감정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는 우리의 개인적인 지도가 돼.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로 향하는지 일깨워주는 거지.
나는 확신해, 우리 각자에게 이런 순간들이 있을 거야. 작고 연약하지만 동시에 놀랍도록 강한 순간들 말이야. 완전히 어두워질 때, 그것들은 등대처럼 길을 밝혀줘.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쉬기만 해도, 너는 다시 진정으로 행복했던 그곳에 서 있을 수 있지. 어쩌면 이게 바로 삶의 의미가 아닐까? 성공과 성취를 향한 끝없는 경쟁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자기 자신을 기억할 수 있는 작은 영원의 섬들을 발견하는 것 말이야.
세상의 모든 소음 속에서도 너의 마음속 고요한 순간들을 찾아, 그 속에서 너만의 빛을 발견하렴. 그 작은 순간들이 너를 가장 너답게 빛나게 할 테니까.
나리솔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