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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와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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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솔


어부와 사냥꾼


어느 마을에 어부와 사냥꾼이 살았어. 하루는 어부가 물고기를 잡으러 강에 가고, 사냥꾼은 숲으로 사냥을 떠났지.


어부가 먼저 집을 나섰어. 강가로 가서 옷을 벗어둔 채 물속으로 들어갔지. 그 순간, 옆을 지나가던 사냥꾼이 어부의 옷을 가져가 버렸어.


"이봐, 그건 내 옷이야!" 물속에서 어부가 소리쳤어. "제자리에 돌려놔!"


하지만 사냥꾼은 이렇게 말했어.

"강가에 그냥 두지 말았어야지. 허리에 동여맬 수도 있었잖아. 내가 찾았으니 이제 내 거야."


어부가 말했어. "그럼 족장님께 가서 시비를 가리자."

"그래, 가자." 사냥꾼도 동의했지.


둘은 족장에게로 가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 족장은 이렇게 말했지.

"어부야, 네 옷을 강가에 그냥 둔 것은 네 잘못이다. 사냥꾼의 말이 맞아, 옷을 허리에 동여맸어야지. 찾은 사람이 가질 수 있다."


어부는 맨몸으로 집으로 돌아왔어. 그때 마침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지. 사냥꾼은 어부의 오두막 옆을 지나다가 한쪽 발을 처마 아래로 들여놓고 비를 피했어.


"그건 내 다리야!" 어부가 말하며 사냥꾼의 다리를 붙잡았어.


"내 다리 좀 놔줘." 사냥꾼이 부탁했어. "비가 와서 잠깐 숨으려던 것뿐이야."


"네 오두막에서 숨어." 어부가 대답했어. "내 다리는 여기에 남겨둬. 이제 내 거야."


둘은 다시 족장에게로 가기로 결정했어. 그들은 족장에게 또다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지. 족장은 이렇게 말했어.

"너희가 옷 때문에 다투었을 때, 사냥꾼인 너는 어부가 옷을 동여매지 않았기 때문에 가져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지. 이제 어부는 자기 오두막 처마 아래에 있던 네 다리를 보고 그 다리를 가져가고 싶어 하는군. 그래, 사냥꾼인 너에게 내가 말했었지. 옷을 가져갈 수 있다고. 이제 나는 어부에게 말한다. 너는 사냥꾼의 다리에 대한 권리가 있어, 잘라낼 수 있다."


어부는 사냥꾼의 다리를 잘라냈어.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것 같아.

때로는 우리가 '옳다'라고 믿는 기준이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어. 사냥꾼이 어부의 옷을 "강가에 버려뒀으니 주인이 없는 것"이라는 논리로 가져갔을 때, 그는 자신의 논리가 언젠가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겠지.


이 짧은 이야기는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헤아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이득을 위한 날카로운 논리만을 내세웠을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어떤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해. 나의 행동과 판단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그 결과가 나에게 어떤 식으로 되돌아올지 한 번쯤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야. 늘 타인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상식과 공정함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해. 우리 관계 속에서도 이런 헤아림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지?



나리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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