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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나로 충분해

바쁜 삶 속에서 찾는 존재의 가치와 내면의 평화

by 나리솔


오늘, 나는 나로 충분해



있잖아, 세상은 결코 무너지지 않아,

네가 오늘 세상 전부 잊고 집에서 쉬어버린다 해도.

꼭 받아야 할 것 같던 중요한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대도,

마지막 장을 채 끝내지 못했대도,

점심 즈음 완벽한 나로 변신하지 못했대도 괜찮아.


가만히 귀 기울여 봐.

이 방이 얼마나 고요히 숨 쉬고 있는지 느껴지니?

그 잔잔한 숨결 안에,

우리가 애써 이기려던 그 수많은 경쟁보다

훨씬 더 깊은 진실이 담겨 있어.


우린 늘 그렇게 익숙해져 버렸지.

누군가에게 유용한 존재로,

끊임없이 생산적인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야.

하지만 때로는,

그저 이 순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완벽하지 않다는 특별한 사치를 스스로에게 선물해 줘.

피곤하다는 건 죄가 아니야, 그저 잠시 쉬어갈 시간일 뿐.

슬픔은 결코 나약함이 아니란다,

그건 그저 너의 영혼 위에 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

알잖아, 비는 세상 가장 깊은 뿌리까지 촉촉이 적셔주는 거.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봐. 아니면 향긋한 민트차라도.

서두르지 말고, 입술 데일 새 없이 후루룩 마시지 마.

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이

아침 햇살 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봐.

누구도 평가하지 않는 그 춤은,

좋아요도, 어떤 관객도 필요로 하지 않아.

그저 존재할 뿐이지.

너도 그래, 그저 여기 이 순간 존재할 뿐.


그리고 이건 믿어도 좋아.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 또 충분하단 걸.


너의 가치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으로 재단할 수 없어.

너는 끝내야 할 프로젝트가 아니야.

너는 정성껏 돌봐야 할 소중한 정원이란다.

정원에는 햇살 가득한 날들만 필요한 게 아니야.

때로는 차가운 눈 아래서 고요히 잠드는 시간도 필요하단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폭신한 담요에 몸을 푹 파묻어 봐.

창밖을 가만히 내다보고는,

네 심장이 들을 수 있을 만큼 조용히 속삭여 줘.



"나는 여기 있어.

나는 살아있어.

나는 분명 해낼 거야.

하지만 꼭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괜찮아."

추신: 나리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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