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과 균열 사이, 나만의 빛을 찾아가는 시간
가끔은 우리 모두 공원 벤치에 놓인 책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바람이 우리의 페이지를 넘기고, 어떤 이는 대충 읽고, 어떤 이는 좋아하는 부분에 모서리를 접어두고, 또 어떤 이는 그냥 지나쳐 버리지. 그리고 우린 비를 너무나 두려워해. 우리의 페이지가 젖어 글자가 번질까 봐 겁내지. 하지만 말이야, 가끔은 바로 그 물이 종이를 더 부드럽게 만들기도 해.
오늘 내가 묻고 싶은 게 있어. 지금 당신의 '마음의 방' 안은 어떤 날씨일까?
우리는 행복이 늘 맑은 하늘과 한낮의 태양이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버렸어. 우리 자신에게 끊임없는 여름이 되라고 강요하지. 밝고, 생산적이고, 활짝 피어나라고 말이야. 하지만 창밖의 나무들을 봐. 떡갈나무가 11월에 잎을 떨궜다고 미안해하던가? 벚나무가 겨울에 눈밭 위에서 헐벗고 검게 서 있다고 죄책감을 느끼던가?
아니. 나무는 우리가 잊어버린 비밀을 알고 있어. 멈춤은 죽음이 아니라는 걸. 멈춤은 힘을 축적하는 시간이지.
'의미로 가득 찬 공허함'이라는 개념이 있잖아. 오늘 당신이 느끼는 피로는 당신이 부서졌다는 신호가 아니야. 당신의 내면의 정원에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신호일뿐이야. 어쩌면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 비가 내리고 있을지도 몰라. 우산을 펴지 마. 그 비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덧씌운 기대의 먼지를 씻어내도록 내버려 둬.
당신의 불안을 복도에 찾아온 불청객이라고 상상해 봐. 보통 우리는 그를 문 밖으로 밀어내려 하고, 소리 지르고, 바리케이드를 치지. 하지만 그러면 그 불청객은 더 크게 문을 두드리고 자물쇠를 부술뿐이야.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불안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거야. "그래, 네가 왔구나. 내가 널 봤어. 젖은 코트를 벗고 구석에 앉아. 차 한 잔 줄게. 하지만 오늘 이 집을 운영하는 건 나야."
'나쁜' 감정들과 싸우는 걸 멈추면, 그 감정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잃어버려. 그들은 그저 당신의 하루라는 방에 놓인 가구들처럼 변할 거야.
우리는 마치 우리의 삶이 KTX 고속열차인 양 살아가. '성공'이라는 역에 제시간에 정확히 도착해야만 하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열차 창밖을 봐. 풍경이 번져서 알록달록한 선들로만 보일 뿐이야. 사람들의 얼굴도, 꽃도, 삶 자체도 보이지 않잖아. 어쩌면 작고 이름 없는 역에서 내려야 할 때가 왔을지도 몰라. 갓 구운 밤과 축축한 흙냄새가 나는 그런 역 말이야.
문장 끝의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되는 것.
쉼표는 이야기를 끝내지 않아. 그저 우리가 숨을 고르고, 새로운 표정으로 다음 문장을 읽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줄 뿐이야.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아주 작은 일을 하나 해봐.
곧바로 밝은 불을 켜지 말고, 작은 램프나 촛불을 밝혀봐.
따뜻하고 노란 불빛은 차갑고 푸른 화면과 사무실 조명이 남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거든.
당신 자신을 안아줘. 승리자로서도, 영웅으로서도 말고.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오랜 친구를 안듯이 당신 자신을 안아줘.
당신은 여기 있어. 당신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어. 그리고 당신의 컵에 난 균열조차도, 그저 빛이 스며드는 자리일 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