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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남기는 지혜

고요 속에서 피어나는 나만의 그림

by 나리솔

여백을 남기는 지혜


회화에는 ( '여백')이라는 개념이 있어. 비어 있는 공간의 아름다움 말이지. 화가는 결코 캔버스 전체를 색으로 채우지 않아. 산도, 강도, 새도 없는 하얀 부분을 남겨 두지. 소음에 익숙한 우리는 그걸 보면서 "뭔가 부족해. 더 그려 넣어야 해."라고 생각하곤 해. 하지만 대가는 이렇게 말할 거야. "아니야. 그곳은 바람을 위해 남겨둔 자리야. 모든 것을 색으로 채워버리면, 바람이 거닐 공간이 없어져."

지금 당신의 삶을 한번 들여다봐. 우리는 혹시 우리의 캔버스를 너무 빽빽하게 채워버린 건 아닐까? 약속들, 할 일 목록, 알림들, 휴대전화 속 타인의 이야기들. 우리는 침묵이 두려워 모든 순간을 소리로 채우고, 멈추는 것이 두려워 꿈속에서도 달리고 있어. 하지만 말해줄래, 당신의 하루에 바람이 거닐 공간은 어디쯤 있을까?


당신의 마음이 작은 우편함이라고 상상해 봐. 만약 그 우편함이 낡은 신문, 광고 전단지, 지난 영수증들로 가득 차 있다면, 새로운 편지가 들어설 자리가 없을 거야. 좋은 소식을 담은 편지 말이야. 때로는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 나쁘지 않아. 공허함은 곧 청소와 같으니까. 당신은 그저 아직 오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공간을 비워두고 있는 중일뿐이야.


우리는 자기 사랑이 시끄러운 구호 같은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지. 하지만 자기 사랑은 따뜻한 차가 식기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와 닮았어. 너무 뜨거운 물을 마시다 데이지 않으려고 식히는 것처럼 말이야. 조심스럽게 입김을 불고, 기다려주고, 보살펴주는 것. 그런데 왜 우리는 자기 영혼을 뜨거운 물처럼 다루면서, 결과물을 당장 요구하고 자기비판으로 스스로를 태우는 걸까?


'쓸모없다'라고 느꼈던 날들을 기억해?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고, 세상이 회색빛으로 느껴졌던 그런 날들 말이야. 사실, 그 순간에 당신은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당신은 눈밭 아래의 씨앗과 같았어. 밖은 차갑고 고요했지. 어떤 움직임도 없었어. 하지만 어둠 속 깊은 곳에서는 생명을 보존하는 마법이 일어나고 있었을 거야. 씨앗은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니야. 씨앗은 자기만의 봄을 기다리는 중이니까.


강하다는 것은 돌처럼 단단하다는 뜻이 아니야. 돌은 망치 하나면 쉽게 부서지지. 강하다는 것은 물처럼 되는 거야. 물은 어떤 그릇에 담겨도 그 형태를 취하고, 장애물을 감싸 돌지. 부드럽지만, 바로 그 물이 돌을 닳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 오늘, 당신의 삶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여백')을 떠올려봐. 그것은 공허함이 아니야. 그것은 당신이 숨 쉬기 위한 공간이야. 변화의 바람이 곧 날아들 자리이지.


그러니 부디, 그 하얀 구석을 색으로 채워버리지 말아 줘.

비워 둬.

그 안에서 잠시 앉아 있어 봐.


음악에도 음표 사이사이에 쉼표가 필요하잖아.

쉼표가 없다면 그건 멜로디가 아니라 그저 소음일 뿐일 테니까.


작은 의식을 하나 알려줄게.

만약 '캔버스가 너무 빽빽하게 채워졌다'라고 느껴진다면, 오늘 잠들기 전에 이 연습을 해봐.




* **영혼을 위한 '비행기 모드'.** 잠자리에 들기 30분 전, 휴대전화를 꺼 줘. 세상은 당신 없이도 30분 동안 잘 돌아갈 테니까.

* **'나만의' 물건 찾기.** 좋아하는 도자기 컵, 매끄러운 돌멩이, 부드러운 천 같은 촉감이 좋은 것을 손에 쥐어 봐.

* **고요함에 질문하기.** 내일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묻지 말고, "지금 내 기분은 어떤 색깔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봐. 그 답을 평가하지 마. 회색이라면, 회색인 그대로 두는 거야. 회색도 아름다워. 비 내리는 날의 색깔이니까.


가장 큰 성장은 종종 가장 깊은 고요함 속에서 시작돼. 당신의 내면의 밭이 씨앗을 품고 있듯이 말이야."

무언가를 채우고 싶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비워두는 용기,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따뜻함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마음에 새겨줘. 오늘 밤, 당신의 마음속 여백을 느끼며 자신에게 다정한 밤을 선물해 주기를 바라.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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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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