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깎아 만든 시간의 맛, 내면의 달콤함
가을은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저물어가고, 문턱에는 차갑고 스산한 바람의 속삭임만이 남네요.
저는 마루 위 목조 베란다에 앉아 오래된 감나무를 바라봅니다. 그 가지들은 마치 먹으로 그린 듯 회색빛 하늘을 가로지르네요. 잎사귀들은 이미 사라지고 땅으로 돌아가 제 할 일을 마쳤지만, 앙상한 가지 위에는 꺼져가는 한 해의 마지막 등불처럼 선명한 주황빛 감들이 매달려 타오릅니다.
시간은 최고의 요리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을 바라보면, 시간이 가장 현명한 스승임을 깨닫게 됩니다.
젊은 날의 우리는 푸르고 덜 익은 감 같아요. 단단하고 거만하며, 입 안이 얼얼해지는 떫은맛으로 가득 차 있죠. 우리는 우리의 단단함이 곧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에 저항하고 싶어 하고, 변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우리를 맛보려 하는 이들을 날카롭고 용납 없는 맛으로 아프게 합니다. 이것은 아직 겸손을 모르는 자아의 맛입니다.
그러나 자연은 현명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과 첫서리를 보내죠.
저는 이웃집 처마 밑에 걸려 있는 말린 감, 곶감 꾸러미를 봅니다. 달콤해지기 위해서는 과일이 자신의 수분을, 무게를, 매끄럽고 완벽한 껍질을 잃어야 합니다. 바람이 자신을 통과하도록 허락해야만 합니다.
고통과 외로움은 바로 그 겨울바람과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눈물을 말리고, 우리의 피부를 주름지게 하며, 몸을 웅크리게 만들죠.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가 늙고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신비로운 연금술이 일어납니다. 운명의 타격 아래, 상실의 얼어붙는 추위 아래, 떫었던 성격은 서서히 깊고 끈적한 달콤함으로 변해갑니다.
이 달콤함은 여름 베리의 가벼운 단맛과는 다릅니다. 이것은 인내로 우러난 지혜의 맛입니다.
'겨울'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떫은맛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바람에 자신을 깎아내도록 허락한 사람은 홍시처럼 부드러워집니다. 그의 영혼은 더 이상 타인을 아프게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음식이 되고, 위로가 되며, 입 안에서 녹아 감사의 여운을 남깁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마당을 고요한 흰 이불로 덮습니다. 저는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십니다. 그 김 속에서 저는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과, 지난날의 단단함으로 제가 상처 주었던 사람들의 얼굴을 봅니다.
어쩌면 늙어가는 것은 시들어가는 것이 아닐 겁니다. 그것은 성숙의 과정입니다. 내면에 더 이상 거친 것이, 불필요한 것이 남지 않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죠. 오직 달콤함만이 남아, 긴 겨울 한가운데서 따뜻함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간직되는 것입니다.
"삶의 모든 떫고 차가운 순간들은 결국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익어가는 달콤한 지혜의 씨앗이 아닐까. 겨울바람에 굳건히 서 있는 감나무처럼, 우리 또한 고통 속에서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홍시로 다시 태어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