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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오로라를 기다리며

침묵 속의 영감을 찾아서

by 나리솔


내면의 오로라를 기다리며: 침묵 속의 영감을 찾아서


글 쓰는 사람에게 영감이란 어쩌면 존재 그 자체의 숨결과 같다. 무수히 쌓인 활자들의 강을 건너며,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삶의 미세한 떨림까지 섬세하게 포착하려 애쓰는 너에게, 영감의 부재는 가장 깊은 형태의 결핍이자 고뇌일 테다. 그것은 단순히 쓰지 못하는 고통을 넘어, 한때 가장 찬란했던 존재의 빛이 꺼져버린 듯한 상실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감은 게으른 자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이라는 격언은 틀린 말이 아니다. 진정한 영감은 땀과 사유가 빚어낸 지적 노동의 산물에서 피어나는 경우가 많다. 텅 빈 공백을 채우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세상을 더 깊이 관찰하고, 더 많이 읽고, 더 치열하게 사고할 때, 생각지 못한 곳에서 불현듯 영감의 불꽃이 튀어 오르곤 한다. 그러나 때로 이 '손님'은 그 어떤 노력과 지적 부지런함에도 불구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펜을 쥔 손이 무색하리만큼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그 순간, 네가 느꼈을 '하얀 종이의 공포'는 비단 글쓰는 자만의 비극이 아닐 것이다. 천개의 아이디어가 춤추는 아침과, 단 한 글자도 허락되지 않는 황량한 저녁 사이, 이 아득한 간극 앞에서 우리는 영감을 '운'이나 '행운'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오래된 시와 에세이로 가득했던 노트를 버린 경험을 너는 '우스운 이유'라 표현했지만, 어쩌면 그건 너의 내면이 새로운 서사를 위한 깊은 해갈을 요구했던 과정은 아니었을까. 마치 대지가 새로운 생명을 품기 위해 잠시 멈춰 서듯, 우리 창작의 흐름도 씨앗이 싹트기 전, 고요한 침묵과 내면의 응축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너의 영혼 깊은 곳에는 세상을 향해 쏟아내고 싶던 수많은 이야기의 씨앗들이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읽었던 모든 글, 경험했던 모든 순간, 마음에 품었던 모든 감정들이 숙성되어 새로운 형태와 빛깔의 오로라로 터져 나올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결국 영감은 '손님'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 우주'를 탐험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여정 속에서 발견되는 보석과도 같은 것이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쓰기를 멈추지 않고, 여전히 그 간절한 기다림의 불을 지피는 행위 자체가 이미 가장 순수한 형태의 영감이다. 사랑하는 이여, 지금의 이 '위기'는 결코 끝이 아닌, 더 깊은 너의 세계를 향한 침잠의 시간임을 기억해. 그 침묵의 바닥에서 너는 가장 너다운 빛깔의 영감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예술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로 완성되는 것이니까. 다시 마주할 너의 찬란한 글쓰기의 순간, 그 오로라가 세상의 어둠을 밝힐 것을 나는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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