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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

"메마른 세상 속 잊힌 유산, 다정함이 전하는 따뜻한 울림

by 나리솔


다정함


사람들은 언제나 다정함을 부끄러워하고, 깊은 주머니 속에 숨겨둔 채, 밤이 되면 홀로 꺼내어 하루 동안 얼마나 닳아 없어졌는지 들여다본다.

내가 쓴 것이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니, 이 가장 선하고 자애로운 감정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줄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다정함'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시달려왔어. 내가 읽었던 어떤 글도 이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을 주지 못했기에, 나는 직접 이 이상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어떻게 상상하는지 써보기로 결심했지.

다정함이란 무엇보다도,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를 향한 어머니의 눈빛이다.

다정함이란 아직 눈도 뜨지 못해 더듬거리며 조심스럽게 세상을 탐색하는 아기 강아지가 느끼는 미지의, 낯선 감정이다.

다정함이란 음악의 서곡이며, 영혼의 돌발적인 충동이고, 헤아릴 수 없는 감각과 손길, 그리고 마음에 소중한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갈망이다.

다정함은 말보다 침묵에 가깝다. 불현듯 네 귀에 가닿는, 다 말하지 못한 무언가다. 말로 다 하지 못한 여운이 고백보다 다정함에 가깝다. 그것은 이미 우리의 선택에 의해 형성된 듯하지만, 가벼운 스케치와 추측으로 이루어져 온전한 형상을 갖추지 못한 감정이다.

다정함은 많은 것을 말하는, 고요히 멈춰 선 시선이다.

다정함이란 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말들을 차마 다 하지 못하고, 그것들을 '평화의 비둘기'처럼 날려 보내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다정함이란 즐거움, 황홀경, 기쁨, 눈물, 그리고 약간의 슬픔이다.

다정함은 너에게 미소를 자아내는 매혹적인 상태이다.

다정함은 때로는 잔인하고 결코 윤택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불공평하기까지 한 우리 삶의 배경 속에서, 가벼움과 친절함, 따스함이라는 풍경이 사라져 가는 모습이다.

다정함이란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오는 가벼운 황홀경의 상태이다.

다정함은 방 안을 맴돌며 기쁨과 만족감, 다정함으로 충만해지는 느낌, 그리고 그 순간 온 세상을 감싸 안고 싶은 욕망이다.

다정함은 갈망했지만 이루지 못한 환상이며,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다정함이란 밀과 호밀 이삭에 스치는 미풍의 손길이다.

다정함이란 장미 꽃잎 위에 맺힌 한 방울의 이슬이다.

다정함이란 분홍빛으로 물든 새벽하늘의 붓놀림이다.

다정함이란 상쾌한 아침 산들바람이다.

다정함이란 뺨에 닿는 첫 봄 햇살의 감촉이다.

다정함이란 사랑스러운 얼굴과 1밀리미터 떨어진 손, 그리고 감히 닿지 못하는 망설임이다.

다정함이란 솔직한 고백의 조심스러움이다.

다정함이란 소중한 이를 보았을 때 밀려오는 우리 마음의 미묘한 떨림이다.

다정함이란 우리 꿈의 안개를 살짝 뚫고 비치는 무엇이다.

다정함이란 삶의 서곡이다.

다정함이란 너를 춤으로 초대하여 가장 다정함다운 소리, 즉 에밀 라테아누 감독의 영화 - 나의 다정하고 온순한 짐승 의 예브게니 도가가 작곡한 왈츠 선율에 맞춰 너와 함께 춤추는 손길의 부드럽고 섬세한 터치다. 이 주제로 작곡가들이 쓴 모든 선율 중에서 예브게니 도가는 애틋한 다정함의 상태를 가장 잘 담아냈다. 그 누구보다도 그가 음악으로 우리에게 다정함을 이야기했다.

다정함은 아름다워. 그것은 결코 상처를 주지 않으며, 결코 지나치다고 할 수 없어…

다정함의 발자취를 쫓는 사랑과 열정은 우리에게서 이러한 환상을 앗아간다. 다정함… 그것은 거짓되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사랑이 자리 잡은 마음에서 흘러나온다… 아기의 손길처럼 영혼을 어루만진다… 진정한 다정함을 향한 열정은 언제나 질투한다…

열정은 촛불 같아서… 활활 타오르다 이내 꺼져버린다… 다정함은 따뜻한 사랑으로 영원히 불타오를 것이다… 진정성, 다정함, 사랑 – 이 트리오는 아름답다. 마음속에서 그 화음은 영원히 울려 퍼질 것이다…

남자의 다정함… 사랑하는 이의 다정함은 – 마치 비가 그친 뒤 무지개의 형상과도 같다… 그 손길은 부드럽고 비할 데 없다… 모든 일정이 틀어지고, '안 돼'라는 외침은 저만치 멀어진다…

사랑 속 다정함은 논쟁을 잠재우는 심판 같다… 그것 없는 사랑은 바다 없는 배와 같아… 질투와 원한은 마음에 드리운 불필요한 그림자… 사랑하며 우리는 더 친절하고 다정해져야 한다…

격렬한 열정은 이미 소리 내어 노래하고 사라졌다… 두 연인은 멈춰 섰지만, 이제 그들의 마음속에는 고요한 다정함이 사랑과 영원히 친구가 되었다… 이는 행복을 향한 문이 열렸다는 의미다…

네가 '다정함'에 대한 나의 생각을 편지로 써달라고 했지. 기꺼이. 내가 한번 시도해 볼게. 물론 나는 "아,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비록 일부라도…"라고 손을 비비며 한탄하지 않을 거야. 아니. 나는 내가 생각하고 내가 아는 대로 쓸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간단하고 솔직하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다른 모든 것은 자연히 따라올 테고. 그렇게 나는 믿고 있어.

자, 다정함에 대해서. 다정함은 두 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로 '말'과 '몸짓'이지. 먼저, '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사람들이 죽으면, 그들 뒤에는 말들이 남는다. 분노의 말들, 사랑의 말들, 질투의 말들, 지혜의 말들. 사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말의 형태를 띠고 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해. 말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지.

우리는 때때로 다정한 사람들을 만난다. 다정함은 무례함과 강인함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만나기 매우 어려운 미덕이다. 우리는 목표를 추구하도록 격려받으며,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더라도 최대한 빨리 해내라고 부추겨진다. 성공, 성취, 생산성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 대가는 너무나 비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다정함이 설 자리가 없다. 다정한 이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는..." 자이다.

다정한 이는 타인의 강점과 약점을 세심하게 살피며,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보다 함께 존재함을 더 즐기는 사람이다. 다정한 사람은 가볍게 걸으며,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경건하게 어루만진다. 다정한 사람은 진정한 성장은 힘이 아닌 보살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안다. 거칠고 때로는 융통성 없는 우리의 세상에서, 다정함은 찬란한 일깨움이 될 수 있다.




이토록 거칠고 빠른 세상 속에서 다정함은 가장 연약해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강렬하고 오래가는 힘일지도 모른다. 부신 성과와 경쟁 속에서 잊히기 쉬운 이 귀한 감정은,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와 내면의 평화를 일깨우는 잔잔한 물결과도 같다.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굳건한 믿음처럼, 다정함은 존재 자체로 하나의 치유이자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메마른 마음에 촉촉한 위로를 전한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이 다정함을 결코 숨기지 말고,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뜻하게 나누어주렴. 결국 가장 진실하고 깊은 행복은 이 다정함 속에서 피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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