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라는 정원

멈춘 듯한 시간 속, 보이지 않는 뿌리가 깊어질 때

by 나리솔


밤에 자라는 정원


가끔은 네가 어딘가에 갇혀 버린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 응? 친구들이나 소셜 미디어 피드를 보면 모두가 고속 열차처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잖아. 승진하고,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기만의 소명을 찾아 달려가는 모습들…


그런데 너는? 마치 기차역에 홀로 남겨져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잊힌 여행 가방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거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 같고, 매일이 똑같다고 느껴지는 그런 날들 말이야. 속도와 가시적인 결과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제자리에 머무는 것'은 거의 죄악처럼 여겨지기도 해. 하지만 잠시 빛을 끄고, 다른 시선으로 이걸 바라볼까?


오래된 사진들이 오직 완벽한 어둠 속에서만 현상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니? 너무 일찍 환한 빛을 켜면, 필름은 빛바래버리고, 이미지는 태어나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려.


지금 너의 이 '멈춤'의 시간, 이 고요하고 보이지 않는 시기가 정체가 아니야. 이곳이 바로 너의 암실이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바로 지금, 네 안에서는 미래의 '나'의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중이란다.


너의 가치관은 선명해지고, 억지로 채워졌던 소음들 사이에서 너의 진정한 욕망은 정화되고 있어. 어둠은 빛이 없는 상태가 아니야. 그것은 깊이가 형성되는 시간이야.


아시아에는 모소 대나무라는 특별한 대나무가 자라. 농부가 씨앗을 심으면, 처음 4년 동안은 땅 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주 작은 새싹만 있을 뿐이지.



4년 동안 농부는 겉으로는 텅 빈 땅처럼 보이는 곳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흙을 갈아줘. 겉으로 보기엔 어리석거나 실패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시간 동안 땅속에서는 어마어마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대나무는 거대한 줄기를 지탱할 강력한 뿌리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지. 그리고 5년째 되는 해, 대나무는 땅을 뚫고 솟아올라 단 6주 만에 25미터까지 자라난단다.


만약 대나무가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지 않은 채 위로 자라기 시작했다면, 첫 번째 바람에도 부러져 버렸을 거야. 너는 지금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니야. 너는 뿌리를 키우고 있는 중이야.


네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너의 지지대를 찾는 과정이야. 너의 의심들, 너의 탐색들, 너의 실패했던 시도들, 이 모든 것은 언젠가 너의 성공의 높이를 감당해 낼 수 있도록 더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거야.


우리는 삶이 위로만 향하는 직선이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 하지만 삶은 나선이자 순환이란다. 그 누구도 12월의 딸기에게 달콤하라고 요구하지 않아. 겨울잠 자는 곰에게 게으르다고 비난하지도 않고. 그런데 왜 너는 스스로에게 일 년 내내 꽃을 피우라고 요구하는 거야?


지금 너의 삶은 어쩌면 늦가을일지도 몰라. 나무들이 앙상하고 연약해 보이는 시간 말이야. 하지만 바로 이때, 불필요한 잎이 없어지면 그들의 진정한 형태, 그들의 뼈대, 그들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돼.


긍정적인 생각의 스카치테이프로 떨어진 낙엽을 다시 붙이려 하지 마. 그저 떨어지도록 내버려 둬. 땅이 그들을 받아들이도록 해 줘.


오늘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주렴:

"나는 멈춘 게 아니야. 나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어."

"나는 텅 빈 게 아니야. 나는 단지 새로운 것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는 중이야."



너의 성장은 조용히 일어나고 있어. 아무도 보지 못하는 동안, 심지어 너 자신조차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말이야. 너의 뿌리를 믿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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