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무는 집

저녁 불빛 아래 머무는 마음

by 나리솔


빛이 머무는 집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오면, 집들은 작은 등불이 된다.
창문마다 불이 켜지고, 나는 무심코 발걸음을 멈춘다.
유리 너머에는 누군가의 하루가 있다.

어떤 집에서는 국물 냄새가 나고,
어떤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딘가에서는 아이가 공책 위에 몸을 숙이고
글자 속 우주를 탐험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진 섬이 아니라,
그저 밤이 우리 사이에 있을 뿐이라고.

행복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창문 속의 불빛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주거나,
내가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신호.

늦은 밤 집에 돌아와
열쇠를 돌리는 순간,
집이 작은 한숨을 쉬는 것 같다.
“왔구나, 잘 돌아왔어.”

따뜻한 불을 켜고,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
주전자에서 물이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깨닫는다.
집은 벽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은 우리를 살리는 작은 의식들로 만들어진다.

문 앞에 있는 슬리퍼,
손을 기억하는 컵,
깨끗한 냄새가 나는 이불.

나는 가끔 창가에 앉아
맞은편 집들을 바라본다.
창문 하나하나가 내가 읽지 않은 책의 페이지 같다.
하지만 상상할 수 있다.

아마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금 더 많은 빛일지도 모른다.
큰 샹들리에의 밝음이 아니라,
마음의 온기.

작은 조명 하나만 켜도 좋다.
방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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