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맛

기다림도 하나의 맛이다

by 나리솔

기다림의 맛



아침은 커피 향으로 시작되었다.
물이 천천히 필터를 통과하는 동안, 나는 컵 바닥에 모이는 작은 방울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처럼, 하나하나가 반짝였다.

그때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요즘 삶은 너무 자주 즉석커피 같다.
빠르고 편하지만, 마음이 없다.
우리는 모든 것을 빨리 원한다.
빠른 메시지, 빠른 결정, 빠른 감정.

하지만 행복은 서두르지 않는다.

나는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문득, 기다림에도 맛이 있다는 걸 알았다.
조금의 씁쓸함 — 인내의 향.
은은한 달콤함 — 기대의 향.
그리고 지금이라는 순간의 따뜻함.

우리는 종종 생각한다.
좋은 일은 나중에 온다고.
내일, 다음 주,
살이 빠지면, 돈을 벌면, 누군가를 만나면.

하지만 어쩌면 삶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곳까지 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절대 서두를 수 없는
천천히 내려오는 커피처럼.

마침내 커피가 완성되었다.
컵을 입에 대자, 진한 풍미가 퍼졌다.
조금 씁쓸했다.
힘들었던 날들의 기억처럼.
그리고 살짝 달콤했다.
앞으로 좋은 일이 더 많을 거라는 약속처럼.

가끔은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세상이 커피처럼 천천히 익어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 행복이란 나중에 마시는 한 잔이 아니라,
지금 마시는 한 모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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