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불필요한 사람들을 놓아줄 수 있게 된다

나를 지치게 하는 관계를 조용히 놓아도 괜찮다는 이야기

by 나리솔


언젠가는 불필요한 사람들을 놓아줄 수 있게 된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며 살아왔다.
사람들과 부드럽게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싶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인내하고 배려하며 진심을 다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깊어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다정함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관계 속에서 애쓰는 쪽은 늘 나였고, 참는 일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로 했다. 다만 관계의 끝이 스스로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 그냥 조금 더 참자. 이제는 더 이상 노력하지 말자.”

이 선택이 과연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까.
그렇다고 느낀다면,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나를 힘들게 하고, 나답지 않게 만들고, 마음을 소모하게 하는 관계는 올바른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건강한 관계란 늘 편안하기만 한 관계가 아니다. 두 사람이 함께 애써서 만들어 가는 관계다. 그런데 왜 상처와 인내는 언제나 한 사람의 몫일까. 내가 마음을 다해 다가갔는데 돌아오는 것이 무관심과 침묵뿐이라면, 끝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며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잠시 멈춰 서서, 이 관계가 나를 존중하고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진솔한 대화를 나눈 뒤에도 상대가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존중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 관계를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더 이상 나의 시간과 감정, 그리고 마음을 내어줄 이유는 없다.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정리한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군가의 편안함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야 할 의무가 없다. 나를 비난할 자격 또한 상대에게는 없다. 진짜 책임은 그동안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나의 진심 어린 노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람에게 있다.

움직이지 않는 관계에 매달리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때로는 놓아주는 것이 패배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 된다. 이제 그런 관계는 조용히 삶에서 지워내고, 다음 날 아침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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