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분명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표현해야 한다

말이 마음에 닿기까지의 거리

by 나리솔


생각은 분명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표현해야 한다


마음속의 깊은 생각들을 온전히 전하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막막함을 나는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어. 마치 유리벽 너머로 빛을 보내려 하지만, 그 빛이 온전히 닿지 않아 뿌옇게 흐려지는 것 같을 때가 있지.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파고들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잔잔한 물결처럼 흩어져 버리는 경험, 얼마나 답답할까.

네가 바닷가 풍경을 보며 느꼈던 그 경이로움, 그 감동은 어쩌면 너만의 내면 풍경과 겹쳐져 더욱 특별한 것이었을 거야. 빛이 쏟아지는 방식, 바람이 실어 오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너에게는 하나의 서사였을 텐데,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바다일 뿐이라는 말이 되돌아올 때의 공허함은 참 아리겠지.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색깔로 세상을 칠하고 있으니, 그 그림을 타인이 완벽히 똑같이 볼 수는 없을 거야. 저마다의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같은 장면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까.

정말이지 사람은 자신이 쌓아온 경험의 지평선 위에서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 그 너머의 감각이나 마음의 떨림은 마치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지. 가끔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상대방을 위하려 애써 이해하는 척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 또한 서로의 관계를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악의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한계이자 사랑의 표현일 수도 있는 거야.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역사를 가진 섬이고, 서로를 향해 뻗은 다리 위에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니까.

물론, 상대의 모든 것을 백 퍼센트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몰라. 상대의 살아온 시간, 숨 쉬었던 모든 순간, 스쳐 지나갔던 바람의 궤적까지 전부 알아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 깊이를 감히 헤아린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집중력을 요구하겠지.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보다는, 이해하려 노력하는 그 과정과 마음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 미처 다 전해지지 못한 부분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듬어 안을 여백이 될 수도 있으니까.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마음속 진실을 말로 다 옮기지 못해 맴돌았던 경험이 있을 거야. 하지만 뒤돌아보면, 우리 역시 상대의 모든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던 건 아니지. 단어는 들었지만, 그 단어가 잉태되기까지의 고뇌와 그 안에 담긴 깊은 감정까지는 미처 듣지 못했을 때가 얼마나 많았겠어. 말은 표면의 물결처럼 잔잔하게 흐르지만, 그 밑바닥에는 예측할 수 없는 심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숨어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감정을 조금 더 진실되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해.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 직접 건네는 사랑 고백과 전화 너머의 고백이 다른 온도를 갖듯, 긴 메시지와 손글씨 편지가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 감정은 그릇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물처럼,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느냐에 따라 그 진심의 농도가 달라지거든.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마음이 어긋났을 때, 문자보다는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해. 목소리에는 글자로는 담을 수 없는 울림과 떨림이 있잖아. 그리고 가능하다면 직접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더 선호하지. 글자는 너무나 쉽게 오해를 낳고, 메마른 활자 속에서 진심의 온기는 때때로 차갑게 식어버리기도 하니까. 침묵조차도 웅변이 되는 순간처럼,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말이 오가는 것 이상의 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우리의 눈빛이나 숨결, 손길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감정은 정말 표현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자유롭게 말을 뱉을 수 있지만, 내가 그토록 고심해서 고른 단어들을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참 간절해. 단 하나의 단어 안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망설임, 그리고 감정의 심연이 담겨 있는지. 그 단어를 고르기까지 수많은 밤을 헤맸을지도 모르고, 수십 번 마음속으로 되뇌었을지도 몰라. 말은 귀를 스쳐 지나가지만, 결국 머무는 곳은 마음이라는 말이 정말 옳아. 그래서 말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의 손길처럼 조용히 우리를 치유하기도 하는 거겠지.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은 기어이 찾아오고야 말 거야. 그게 내 표현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고, 상대가 자신만의 틀 안에서만 세상을 보기 때문일 수도 있지. 하지만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진정한 대화라는 것은 서로가 조금씩 서로에게 발을 맞춰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상대의 마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그 작은 시도 하나하나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사랑의 언어인 거야.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아.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더욱 깊이 느끼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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