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은 기록 보관소가 아닙니다

과거를 내려놓고, 오늘을 걷는 연습

by 나리솔


당신의 삶은 기록 보관소가 아닙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저녁이 되면 과거의 실수들을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먼지가 쌓인 오래된 사진을 넘기듯, 몇 년 전의 대화를 다시 떠올리며
‘그때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고 스스로를 되짚습니다.
그 당시에는 최선이라 믿었던 선택들이, 지금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마음을
실패와 후회의 기록 보관소로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기록 보관소는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보관하는 곳입니다.
과거만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우리는 뒤로 걸어가게 됩니다.
발아래 놓인 계단을 보지 못하고, 창가에 스며든 빛도, 발끝에 핀 작은 꽃도 놓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은, 과거의 그림자와 다투는 사이 조용히 지나가 버립니다.
어느 날 저는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다는 것.
더 어렸고, 더 불안했고, 알고 있는 것도 훨씬 적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그 순간에 가진 유일한 빛을 따라 선택했을 뿐입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과거의 나를 재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무엇보다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사면을 주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나를 불러 세워 심문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어제의 일들은 이미 내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읽어 내려온 한 편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페이지를 찢을 수는 없지만, 펜은 여전히 제 손에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페이지는 아직 비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살아갑니다.
타인의 말, 스스로에게 남긴 후회, 하지 못한 선택들.
그 짐이 우리를 더 성숙하게 만든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저 등을 굽히고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릴 뿐입니다.
때로 성숙함이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아니라,
놓아줄 줄 아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배낭 속에는 정말 필요한 것만 남겨두세요.
경험에 대한 조용한 감사,
곁에 있는 사람들의 온기,
그리고 내일 아침 식사가 맛있을 거라는 소박한 믿음.
가벼워진다는 것은 가벼워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거의 무게가 오늘의 빛을 가리지 않도록 허락하는 일입니다.
만약 당신의 기억의 서재에
너무 자주 꺼내어 읽는 장면이 있다면,
이제 그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봐도 괜찮습니다.
지금 그곳에서,
당신의 삶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오늘의 당신은, 아직도 자주 꺼내 보는 기억의 페이지가 있나요?
아니면 이제, 창밖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