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예정에 없이 학교를 방문 했다.
처음에 투자를 했을때도 학교 방문은 커녕 학교 재정 상태에 대해 묻지도 않고, 의논도,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돈부터 입금을 했던 투자자다.
무슨 이유에서 이었던지 학교를 방문 한다면 담당자가 방문을 하는 그림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급한일도 없을텐데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지도 않았다. 이 큰 금액을 매해 쏟아 부었으면 방문을 미리 알려서 생색을 내고 의전을 요구 했어도 학교측에서 당연히 들어줬을 것이다.
그런데 당일날 전화로 방문을 통보하고, 자그마치 대표가 .. 하나도 아니고 양측 회사의 대표가 찾아온 것이다. 에이든 프로메(테)우스는 언론에서도 잘 안보이는 사람이다. 카이 크로노스는 Gotham 의 대표. 유명인사다. 레아 라는 여자는 Clairvoyant 사람일 것이다. 곧 다른 일행도 도착을 한다고 했는데... 이 그림의 조합으로 보자면, Clairvoyant 의 사장 피터 페리가 직접 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진짜 미치겠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투자조건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오해는 벗어야 한다.
교장은 머리에서 불이날듯 잔머리를 굴리면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온갖 차분한척 목소리를 냈지만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
"아.. 제가 설명을 드리자면요. 저희 Lancaster Academy의 임직원들과 임원회 에서는 Clairvoynat와 Gotham 그룹에서 지원 해 주신 자금으로 학생들을 가장 잘 도울 방법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과 회의 끝에 재단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2년간 보내주신 자본 으로 펀드에 묻어두었다가 운용을 하게 되면 원금은 건드리지 않고 이자 만으로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죠. 그래서 올 해부터 특정 해두신 조건을 갖춘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학비와 생 활비외 일체 학업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지원하게 됩니다. 그러니 저희가 후원해 주신 자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오해는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교장의 말은 들을수록 가관이다.
레아는 분노가 솟구쳤다.
“그 잘난 이자 만드는동안 당장 학비가 없어서 학교 못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지난 2년간 학교에서 어떤 지원을 해 주었죠?”
갑자기 끼어들어 날 선 말을 쏟아내는 레아 앞에서 교장은 할 말을 잊었다.
"그..저... 미쓰?”
저 여자는 뭔데 나서는거야?
교장은 젊은 여자가 배운데 없이 끼어드는 꼴이 영 맘에 들지 않았지만 카이 크로노스 회장이 진지하게 듣고있는 모습에 불만을 꾹 눌렀다.
“돈이 더 필요 했으면 후원금을 더 늘렸을 꺼예요. 당신이 2년간 돈을 묶어 놓은 동안 정작 후 원을 받아야 마땅한 학생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었을 꺼라고요!”
--이 여자, 진짜 뭐야?? 자기가 돈 줬어?
마음의 소리를 다시한번 꾹 누르며 교장은 비지니스 미소를 지으며 레아의 말에 대꾸를 했다.
“아, 그건 학교 실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 입니다. 미스..아, 미스 레아. 저희 학교에는 자체적 으로 장학금 시스템이 있습니다. 지원 해 주신 자금이 아니라도 꼭 필요한 학생들 에게는 장학 금으로 학비 보조가 있습니다. 그 점은 걱정 마세요. 하.. 하”
레아는 뻔뻔스럽게 할 말을 다 하는 교장을 쏘아보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했다.
“줄리안 토마스. 그 학생 형편이 어려웠었다것을 알고 있습니다. 줄리안 토마스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불한 기록을 가져오세요. 학교에서 후원을 했다는 적법한 서류가 있으면 저희도 약속대로 삼백만불을 더 후원 하겠습니다. 오늘 당장 완불 해 드리죠.”
‘줄리안..누구?’
교장은 갑자기 튀어나온 이름에 잠시 넋을 놓았지만 이내 줄리안이 생각이 났다.
줄리안 토마스! 아, 난 또 뭐라고.
교장은 여유있게 다리를 꼬아 자세를 바꾸며 레아의 말에 반박했다.
“아니, 아니죠. 그 학생은 더이상 랭캐스터 아카데미 학생이 아닙니다. 아, 그게 아니라. 중학교 졸업 후에 학교를 떠났습니다. 외부 학생들은 장학금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이거, 우리 아가씨께서 학교 운영에 대해 잘 모르시면서 오해가 많으시네요.”
그러나 실상 줄리안의 이름을 떠올린 교장은 속으로 식겁하며 등 뒤로 흐르는 식은 땀을 주체하지 못했다. 제작년에 줄리안에게 장학금을 줄것을 요구하며 그레이스와 션이 한달을 넘게 자신을 괴롭혔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이사회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줄리안에게 장학금을 내주지 않은것도 자신이다. 뿐만 아니라 줄리안이 학비 보조를 받지 못해 같은 재단 고등학교로 진학을 못 했다는것을 알고도 자신은 아무 도움을 주지 않았었다.
줄리안의 양부모가 살아 있었을때 학교에 기부금을 많이 냈었던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자신이 부임 하기 전의 일이고, 그의 죽은 부모가 학교에 기부금을 좀 냈기로 서니 학교가 줄리안에게 장학금을 줘야 하는 의무는 없었다.
‘학교의 리더로써 당시의 내 결정은 옳았고 이사회의 일원으로 나는 학교를 위해서 최선의 결 정을 내린거야.’
카이가 레아를 진정시키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 교장선생님, 저와 시간 나열을 한번 해 보시렵니까? 저희가 당시 자금을 보낸건 줄리안 학생이 아직 중학교 재학중 일 때였고, 마침 시기도 적절해서 장학금을 사용하면 줄리안 학생이 학비 문제 없이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안성 맞춤인 때 였지요. 줄리안이 이 재단 고등학교로 진학을 못해서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건 교장 선생님께서 저희와 약속하신 조항을 이행하 지 않으셔서 일어난 일 입니다. 이해 되십니까? 그때 보냈던 돈으로 줄리안의 학비를 커버 했더라면 줄리안은 지금 Lancaster Academy의 학생일 것입니다. 시간상 그게 계산이 맞지요? 약속 불이행이 명확하네요.”
약속.. 불, 이행? 자신이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교장은 뒷 머리가 징 하고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닙니다. 오해 이십니다. 자, 앉으셔서 제 말좀 다시 들어 보세요. 저희도 사정이 있었..”
겨우 안정 시켜놨던 레아가 교장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사정은 무슨 사정! 학비 보조해주는데 우리가 준 삼백만불이 모자라서 애를 학교에서 내쫒았어?!”
“내, 내쫒다니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똑똑똑!
자신이 한 말에 급발진을 하며 쏘아 부치는 레아에게 충격을 받은 교장이 레아의 말에 대응을 하려고 할 때 누군가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제가 좀 늦었습니다.”
잠자코 있던 에이든은 국방부와 회의를 마치자마자 공간을 열어서 달려온 피터를 보며 안도의 한숨 을 쉬었다. 레아를 진정 시킬 지원군이 도착했다.
“피터, 금방 왔군. 잠시 레아를 데리고 나가서 물 좀 마시게 해 주겠나?”
'끙.. 레아님이 결국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보군.'
가라앉은 교장실 안의 분위기는 아마도 레아의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레이저 눈빛이 한 몫 했 을듯 싶다는 결론을 내린 피터는 레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괜찮으십니까, 레아님?”
“아니. 안 괜찮아. 지난 2년이 전부 다 틀어져 버렸어.”
레아는 교장실 안에서 흥분을 해버린 자신에 대해서도, 줄리안의 상황에 대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아이가 학비가 없어서 학교를 못 다녔다는걸 알게 되었어. 그 많은 돈을 갖고도 저 쓰레기 같은 교장이 그 불쌍한 아이를 도와주지 않았어. 지난 2년간 우리가 보낸 돈으로 자기가 생색 내면서 자리만 보존하고 앉아 있었던거야.”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일찍 찾아 왔으면 그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을 텐데.
미리 좀 알아볼껄. 레아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 꽝!
[비서실]
바로 옆 방인 교장실의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를 들은 레이첼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 며 답답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외부에서 온 VIP 손님들은 Clairvoynat 와 Gotham 그룹 사람들 이라고 했다. 2년 전 큰 기부금을 보내고 매 해 엄청난 금액을 보내고 있는 회사. 평소에 늘 차분했던 교장의 흥분한 목소리가 바깥까지 새어 나왔다. 복도에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교장실에서 새어나오는 대화는 밖에 서 있으면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만큼 큰 소리가 오고가고 있었다.
기분 좋은 대화는 아니었다.
레이첼은 무슨 상황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2년 전 큰 금액을 기부하며 '부모가 없고 학비가 없는 학생에게 부족함 없이 사용 해 달라'고 했던 기부금 이라고 했었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레이첼이 알기로 그 기부금에서 혜택을 받은 Lancaster Academy의 학생은 아직까지 한명도 없다. 원금은 펀드로 묶어놓고 3년째부터 이자를 사용하겠다는 이사 회의 회의 내용을 기록 한 사람이 바로 자신 아닌가.
그레이스와 션이 교장에게 줄리안의 학비 보조를 해 줄것을 요청하러 한동안 교장실 문이 닳도록 드나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레이스 선생이 교장의 일정을 문의하러 걸어왔던 전화를 수차례 받았던 기억이 있었었다. 레이첼은 처음에는 그레이스와 션이 줄리안의 친인척 이라도 되는 줄 알았었다. 그러나 자신 의 동생에게 전해 듣기로 줄리안은 일가 친척 하나 없는 고아였고, 심지어 5th ave. 마트에서 일 하는 엠마와 같은 위탁 가정에 살고 있는 아이라고 했다.
그 당시 션과 그레이스 선생은 온전히 줄리안만을 위해서 자신들의 불이익을 불사하고 온몸으로 싸워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선한 부부였다. 당시 두 부부는 줄리안의 학비를 위해 교장실을 매일 찾아 왔었다. 교장의 단호함 때문인지 한 달쯤 지난 후에는 포기한듯 했었다.
레이첼은 당시 그레이스와 션을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았었다. 어려운 학생을 위해 맞서주는 그 부부가 존경스럽기 까지 했었다.
‘줄리안..이 떠났다는데, 저 사람들은 알고 있으려나?'
레이첼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천천히 바깥 복도로 걸어갔다.
“저.. 교장 선생님 손님들 이시죠? 혹시 뭐 필요하신거 있으실까요?”
피터는 교장실 옆에 있는 비서실 방에서 나오는 안경을 쓴 젊은 여자의 말에 물을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복도에는 의자가 하나밖에 없으니, 이 방으로 들어와서 기다리시 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좀 하겠습니다.”
물을 가져다 주고 자신의 책상 앞에 앉는 여자와 그녀의 책상위에 놓여진 ‘Rachel Woods, Assistant of Headmaster’라는 명패를 빤히 쳐다보던 피터는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여기서 일하신지 오래 되셨나요?”
“저요?” “네. 미쓰..우즈(Woods)”
“아, 레이첼 입니다. 레이첼 이라고 불러주세요. 교장 선생님 비서 입니다.”
“아, 네. 레이첼. 반갑습니다. 피터 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몇가지 질문을 좀 해도 될까요?”
“네? 무..슨 얘기를..?”
레아는 피터가 레이첼 이라는 여자에게 무슨 얘기를 물어보려고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의아 했지만 피터로부터 물이 든 컵을 받아 들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피터와 레이첼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혹시, 문을 좀 닫아도 될까요? 교장실에서 중요한 얘기들을 하고 있는걸로 압니다. 아무래도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되는 말들이 있을텐데 이쪽 방 문을 닫아 놓으면 교장 선생님도 마음 편 히 대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피터의 제안에 레이첼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피터를 바라만 보다가 짧게 답했다.
“편하실대로.”
문이 닫히자 문을 등지고 선 피터가 레이첼에게 낮은 소리로 물었다.
“아까 제가 한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으셨는데, 혹시 다시 물어봐도 될까요, 레이첼? 교장실 비서로 일 한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3년 되었어요.”
“Gotham 그룹에서 거액의 자금을 장학금으로 후원하고 있다는건 알고 계시죠?”
“자세한 얘기는 모르지만 Clairvoyant와 Gotham 그룹이 이 Lancaster Academy의 공식 후원자라는건 알고 있습니다.”
‘공식 후원자라..’
레아는 속으로 헛 웃음을 지었다. 우리 회사 이름을 공식 후원자로 만들어서 이용해 먹고는 정작 돈이 가야했던 줄리안은 쫒아냈다, 이거지?
Clairvoyant와 Gotham은 아직 상장이 되지 않은 기업이다. 아니, 앞으로도 월가에 정식 상장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을 대신해서 피터가 얼굴 사장으로 있는 Clairvoyant와 카이의 Gotham은 형식적으로는 에이든의 회사와 형제 회사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에이든의 회사와는 달리 Clairvoyant 와 Gotham 은 비상장 회사 이기 때문에 인터넷 같은 곳에 드러나 있는 회사 정보로는 누구 하나 정확히 회사의 속사정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Clairvoyant와 Gotham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이 두 회사가 가진 영향력과 소문난 자금력 때문이다. 두 회사가 움직일수 있는 정보력은 미국의 CIA나 FBI를 합친 것보다 뛰어나고 자금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알려졌다.
정보와 금융을 주무르고 있는 회사이다보니 정치쪽에서도 언제나 Clairvoyant와 Gotham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이 두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 쪽이 차기 대선의 승자가 된 다는 것은 4년 임기가 끝날 때마다 미디어에서 헤드라인으로 뽑아내는 단골 기사이다.. 그 Clairvoyant 대표로 알려진 인물이 피터이고 카이가 대표로 있는 Gotham의 모 회사 대표가 에이든 이다. 피터가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레이첼에게 건냈다. 빳빳한 명함에 찍힌 피터의 이름과 Clairvoyant 의 CEO 직위는 레이첼을 굳게 만들었다.
“아, 이런, 영광입니다.”
“아니, 아니. 그러지 마세요 레이첼. 저는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려는게 아니예요. 레이첼 이라 면 이 상황에 저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제가 레이첼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 또한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도..움..이라뇨?”
“2년 전에 저희가 장학금으로 후원 한 돈에 관해 학교에서 여러 절차를 통해 결정한 부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때 일에 대해 알고 있는게 있으신가요? 저희에게 말 해 주실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하..피터..
레아는 피터를 잘 안다.
전투 요정 최정예 부대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요정들만 모았다는 요정 용병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지략가이자 승부사로 알려졌던 인물이 피터이다. 그런 인물이기에 대전투가 있었을 때도 살아 남을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지금 피터는 자신이 가진 재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는 중이다. 저 순진한 여자를 구슬려서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캐 내겠다는 의도이다. 자기의 지위와 카리스마를 이용해서 어리숙한 시골 처녀를 빨리도 간파했다. 모르긴 몰라도 저 여자는 피터에게 말려서 내부 정보를 모두 털릴게 뻔했다.
‘피터가 내 사람 이어서 정말 다행이지. 절대, 적으로 만들면 안되는 인물이야.'
레아의 예상대로 피터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레이첼로부터 당시 자금 사용에 관한 이사회의 대화가 담긴 회의 내용 자료 파일을 넘겨 받을 수 있었다. 자료 내용을 태블릿으로 휙휙 넘기던 피터는 한 구간에서 멈추더니 레아에게 태블릿을 넘겼다.
“투표..를 했었군요.”
“투표?”
레아는 피터가 건네 준 태블릿 페이지를 잠시 들여다 보더니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데, 뭐? 결과가 만장..일치?”
교장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중요한 한 표를 던졌었다는 공식적인 정황을 확보했다.
교장은 지금 옆 방 에서 무슨 변명을 하며 에이든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아마도 마지막 카드로는 자신이 얼마나 선한 사람인지를 어필 하겠지. 자신의 선한 뜻을 반대 했던 나쁜 이사회 사람들의 파워에 못 이겨 자신의 의지는 꺾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하겠지. 이 건물에 들어오면서 교장의 손을 계속 붙잡고 있던 에이든은 이미 교장의 속내를 읽었을테니 아무리 교장이 얘기를 만들어 내려고 해도 안 먹힐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확실한 기록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레아가 피터에게 손짓을 하자 피터가 가까이 다가왔다.
“저 방에서도 회의가 곧 끝날것 같지? 에이든은 이 얘기를 이미 알고 있겠지. 아까 교장 손을 한참 붙들고 있었거든? 이 상황에 교장이 오래 버틸 수 있는 카드가 없잖아.”
--끙.. 교장이 에이든에게 이미 다 털렸겠구나.
“아무래도 그렇겠죠?”
피터는 레이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비밀을 반드시 지킬테니 걱정 말라는 말도 함께 해 줬다.
“고마워 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예요.”
“네?”
레아는 레이첼의 말에 멈칫 했다.
“내부자 고발은 쉽지 않은 일 이어서 고맙다고 한거예요. 물론, 저희 쪽에서 보답은 해 드릴겁니다.”
피터는 레이첼에게 보상에 관한 얘기까지 하며 정보 기업의 수장의 면모를 보였다.
“내부자..고발..이요? 아. 이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후..내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일 이 커질지도 모르겠네요.”
이 순진한 여자를 어쩌지? 피터는 헛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손으로 이사회 회의 자료를 통째로 우리에게 넘겨줬으면서 내부자 고발 이라는 말 한마디에 세상을 다 잃은 얼굴이다.
“문제가 생길시, 섭섭하지 않게 보상은 하겠습니다.”
“보상은 안 하셔도 되요. 저도 그 아이, 아니, 이런 부당한 상황을 겪는 줄리안 같은…아니 줄리안이 아니라도..그러니까, 제 말은.. 저도 그 누구에게는 한번은 좋은 어른이고 싶어서 한 일 이예요. 그래서 제가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꼭 해야 했던 일을 한 것 뿐이예요. 대신.. 제가 드린 회의록 내용은 참고로만 사용하시면 안될까요? 외부로 유출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지르고 보니 학교에 꽤나 큰 손해를 입히게 되어버려서 조..금 무섭네요.”
레아는 레이첼을 말 없이 쳐다 보다가 피터의 눈을 보고 메세지를 전했다.
‘뭔가 사정이 있어보이는데..?’
레아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이던 피터가 레이첼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당신도..라니요? 당신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니. 레이첼이 알고 있는 다른 좋은 어른이 있었나 봅니다? 혹시 줄리안 관련해서 저희가 더 알아야 할 부분들이 있을까요?”
레이첼은 체념한 얼굴로 잠시 피터와 레아를 바라보다가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 학교에 그 아이를 도와줬던 선생님 부부가 있어요. 그레이스와 션 이라고.. 줄리안이 많이 따랐다고 들었어요. 처음에 교장 선생님이 줄리안에게 장학금을 줄 수 없다고 했을때 그 두분 이 줄리안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 주셨죠. 당시에는 이 회의 내용이 줄리안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꺼라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레이스 선생에게 알려 줬을텐데.. 그리고, 사실, 줄리안에 관한서 저는 학교에서의 일 외에는 잘 몰라요. 그런데 제 동생이 줄리안 그 아이가 살던 위탁 가정에 같이 살고 있는 여자 아이와 친해서 그 선생님 부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위탁 가정 남자가 질이 좀 안좋은 사람인것 같은데 줄리안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사이가 많이 안 좋았었나봐요. 혹여나 줄리안이 해꼬지 당할까봐 그레이스와 션이 항상 나서줬던걸로 알아요.”
처음 듣는 얘기이다. 아마 에이든도 교장의 기억을 통해 알아낼 수는 없는 사실 이었을꺼다. 레아는 레이첼 이 전해주는 말로 자신의 머릿속에 상황을 그려보았다.
“잠깐만요.”
그때 피터가 갑자기 레이첼의 말을 끓었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방금 레이첼의 동생이 아는 친구가 줄리안이 [살던] 위탁가정에 같이 살았다고 했습니까?”
“네.. 맞아요. 엠마라는 아이가 줄리안과 같은 위탁가정에 살고 잏어요. 그런데 줄리안은 더이상 그 곳에 살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사라졌대요.”
“사라져요?”
아이가 사라졌다고? 레아는 짜증이 났다.
이곳에 오면, 어쨌거나 줄리안을 볼 수는 있을줄 알았다. 부모 없이 입양 고아로 살면서 억울한 일을 당해 몸과 마음이 상처를 입고 죽고싶어 했던 비오는 그 날. 그 아이를 좀 더 보살펴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해서 마음에 짐이 되었었나보다.
학교에 돈을 기부하는게 아니라 우리쪽 보호자를 붙혀줬어야 했었나.
“네. 며칠 전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대요.”
며칠 전이라..
도깨비가 줄리안을 보겠다고 다니러 갔다온게 불과 며칠 전 인데.. 그새 사라졌다고?
“혹시 그레이스 선생님이라는 분 주소를 좀 알 수 있을까요?”
“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예요. 전화번호도 드릴께요. 줄리안 일 이라고 하면 통화 하실 수 있으실 꺼예요.”
'도깨비를 더 일찍 줄리안에게 보냈어야 했었나?'
피터가 처음 랭캐스터의 빈 창고에서 줄리안 뒤로 공간 안에 몸을 숨기고 있던 도깨비를 봤을때 오래살지 못할거라고 직감을 했었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지도 못할만큼 기력이 없었고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목숨을 이어왔을지 모를만큼 생명력이 고갈 되어 있었다.
그대로 두면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소멸해 버릴것 같아서 데려갔었다.
자신을 줄리안에게서 떼어놓으면 안된다고 발버둥을 치는 요물을 무작정 데리고 왔었다.
도깨비는 한국 땅에서 사는 토속 요물이었다.
정기. 라는걸 호흡해야 살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정기..는 개뿔.
그런게 없으면 훈련을 하면 되는거다.
요정들의 세계는 오묘해서 토착 요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어느나라를 가던지 살아남는게 요정들이다.
다른 경도와 위도를 지나는 나라에 가면 그 지역에 맞는 호흡법을 훈련하면 된다.
다른 온도와 계절을 갖고있는 지역에 가면 그 상황에 맞게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우면 된다. 음식이 입에 안맞으면 요리법을 개발해서 맛있게 먹으면 된다. 요정들에게 못 할 일은 없다. 훈련하고 개발하면 된다.
이 도깨비는 그런 훈련 없이 정기 라는 것만으로도 몸 편하게 한국 땅에서 살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 도깨비로 살려면 훈련을 해야했다. 요정식 훈련.
전투요정 용병대장 출신 피터는 지난 2년간 도깨비를 먹이고 입히고 훈련 시키면서 기력과 능력을 회복시켜 놓았다.
줄리안이 잘 있다는 말을 수없이 해주었지만 도깨비는 기력이 회복 되는대로 자기의 눈으로 보러 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말 했었다.
'좀 더 빨리 보냈었다면 좋았을텐데..'
도깨비로부터 줄리안이 혼자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게되었다며 자랑 늘어지는 소리를 듣고 뭔가 이상하다는 마음에 바로 조사를 해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이 상황을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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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는 레이첼로부터 그레이스와 션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곧장 문자를 보냈다.
—줄리안 토마스 학생의 일로 여쭤볼 것이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메세지 받으시면 이 번호 로 전화좀 부탁 하겠습니다—
메세지를 보내놓은 피터는 레이첼 쪽으로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레이첼 덕분에 이곳에서 유익한 정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저희에게 해 준 얘기 때문에 불이익을 보게 되면 충분히 보상을 해 드리겠습니다. 아까 드린 카드에 있 는 번호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피터는 레이첼이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과 레아에게 회의록의 내용을 알려주었다고 여겼다. 만일 레이첼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면 꼭 돕겠다고 진심으로 약속을 했다.
레이첼의 오피스를 나오니 마침 교장실에서 에이든과 카이가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둘은 평온한 얼굴 이었지만 교장의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카이를 따라오며 안절부절 못 하는 교장을 뒤로하고 레아는 먼저 건물을 나갔다. 세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레아의 뒤를 따라 나갔다. 조금 뒤 교장실 안에서 뭔가 부서지 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누구 하나 놀라는 표정 없이 건물을 나왔다.
“그 교장 말이야.”
한동안 발자국 소리만 들리던 정적을 깨고 에이든은 입을 열었다.
“응. 왜.”
카이는 교장실 안에서 내내 단답형의 말로 교장의 속을 긁어대던 에이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 교장, 그릇이 작아. 미리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이야. 그 인물이 감당하기엔 기부금이 너무 많았던것 같아. 우리 기부금이 교장의 그릇에 비해 너무 과분 했던거야. 차라리 우리가 처음부터 줄리안을 지명해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줬다면 서로에게 좋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드네.”
에이든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 또 시작이군. 이 친구야. 인간들에게 너무 마음 쓰지 말라니깐. 인간들은 아무리 좋은 것 을 가져다 주어도 자기 이익만 먼저 챙기는 종족들이야. 그렇게 겪고도 아직도 몰라? 교장이 그릇이 컸다 해도 일 처리 제대로 안 했을 꺼야. 누가 알겠는가. 내년쯤 되면 욕심이 과해져서 기부금을 횡령 하려는 마음이 들게 될런지.”
에이든은 시니컬 하게 말을 마치고 휙 걸어가버렸다. 에이든은 어쩐지 줄리안 이라는 소년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오랜 세월을 이 땅에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을 읽어봤던가. 그럼에도 줄리안 이라는 아이의 마음에서 느껴졌던 마음의 상처는 에이든 에게 조차 무겁게 느껴 졌었다.
‘좀 더 빨리 알아봤었으면 좋았을텐데.’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한편 피터는 그레이스라는 이름이 어쩐지 낮설지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레이스 선생이라… 짚히는곳이 있었다.
“레아님, 혹시 그레이스 선생님 이라는 사람 기억 나십니까?”
“내가 아는 사람이야?”
“그 선생님..아마 줄리안 처음 만났던 그 날 밤에 경찰과 함께 줄리안을 찾으러 왔던 사람이 바로 그 선생이 맞을 껍니다.”
아.. 그때 그런 사람이 있었지. 그날 밤에 에이든이 줄리안의 기억에서 누군가를 찾아내서 연락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얼굴은 못 봤다. 줄리안이 정신이 드는것을 보고 우리 일행은 바로 뉴욕으로 돌아왔었지.
“그 사람이 계속 그 친구를 도와주고 있었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줄리안 에게는 은인이네요. 어린애가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은 있었군요. 제 법인걸요?”
레아와 피터의 대화를 듣던 에이든은 골똘하게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글쎄..태생적으로 사람을 보는 눈이 있을지도 모르지. 자기 사람을 알아보는 직관이 있을수 도.. 그런데 왜 레아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기억 안나나? 그때 레아가 자기 개인 번호 를 줘서 우리가 다들 놀랬었잖나. 그간의 상황을 알아보니 많이 어려웠을텐데. 왜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타이밍이 아니었을테지. 인간 세상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아직도 그 이치를 몰라?”
카이는 에이든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타이밍? 레아가 카이를 쳐다보자 카이는 별 일 아니라는듯 심드렁히 말을 이어갔다.
“아직 인연이 엮일 타이밍을 아니었던거지. 레아, 개인 번호를 줬었어? 그랬다는 얘기를 들은기억이 날것도 같고.. 나는 그 자리에 없어 서 상황을 잘 모르지만. 글쎄..당신, 그 친구와는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군. 인간들 세상에서 레아 너는 신이야. 신 쪽에서 먼저 자신의 것을 내어 주었다면 인간은 어쨌든 그 곳으로 들어오게 될꺼야. 지금껏 들어오지 않았다니 아직은 타이밍이 아닌거겠지."
카이는 레아의 동정심을 자극했던 이 줄리안 이라는 꼬마가 궁금 해졌다. 레아는 모르고 한 행동 이었겠지만 레아의 행동은 결국 줄리안 이라는 아이의 운명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줄리안..이라. 이거 앞으로 꽤 흥미로운 일이 생기겠는데?’
흥미로운 일이 생기다니!!
셀 수 없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흥미를 끄는 일들이 몇번이나 있었던가. 카이의 눈이 반짝였다. “카이 크로노스, 그 타이밍 이란건 어떻게 알 수 있어? 말 해봐바. 너는 시간의 신 이잖아.”
“글쎄..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그 선생 부부 집으로 가보세.”
피터의 질문에 카이는 말을 아꼈다. 주위를 둘러보며 걷던 이들은 사람들이 없는지 확인을 한 후 공간을 열어 그레이스와 션의 집 으로 이동을 했다.
—
윌리암스로 줄리안을 데려다 주고 바로 돌아온 션과 그레이스는 여행의 피로에서 채 회복이 되기도 전에 찾아 온 줄리안의 전 집 주인으로부 터 엄청난 시달림을 받았다.
‘이럴줄 알았지.’
줄리안을 메사추세츠 주에 사시는 Wedeen 선생님 집에 데려다 주기로 계획했던 순간부터 이런 일이 있을줄 알고 있었다. 차도 없는 줄리안에게 운전을 배우라며 자비를 들여서 운전 면허를 따게 하는둥, 줄리안을 두 고 뭔가 꿍꿍이가 있어보였던 주인 남자였다. 줄리안이 사라진걸 알게되면 제일 먼저 자신들 을 의심 할 것이다. 그래서 메사추세츠로의 여행 계획을 무리하게 잡았었다.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실행하기 위 해 치밀하게 계획 했다.
토요일에 쉬지 않고 운전하면 왕복 12시간. 둘이서 번갈아가며 운전을 하면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었다. 또 하나..하이웨이 Toll 비용을 지불 할 때 EZ pass를 사용하면 기록이 남으니 Toll 비용은 무조건 현금 계산을 했다. 펜실베니아, 뉴욕을 거쳐 메사추세츠로 넘어가야하니 되도록 EZ pass는 쓰지 말아야 했다. 렌트카를 빌려서 움직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 역시도 기록이 남는다. 줄리안이 사라진 날짜 에 때마침 우리가 차를 렌트한 기록이 있다면? 누가봐도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션과 그레이스는 자신들이 집을 비웠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메사추세츠 션의 은사님 집에 줄리안을 데려다주고는 바로 되돌아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음날 바로 다시 학교로 출근을 했다. 주인집 남자가 일주일 안에는 줄리안이 사라진것을 알아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인 남자는 생각보다 빨리 줄리안이 사라진것을 알아차렸다. 지난 월요일, 학교가 끝날 무렵 남자는 눈이 벌개져서 그레이스의 교실을 찾아왔었다.
“이거봐, 선생! 그 망할놈의 자식..어디, 어디있어!? 엉? 그 XX 어디로 빼돌렸어!!”
이런. 이 인간이 이렇게나 빨리 알아차렸다고? 쳇, 평소에는 들여다보지도 않더니만 이번주에 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하루만에 줄리안이 사라진걸 알아챈거람? 뭐 그러거나 말거나. 줄리안은 이미 이곳을 떠났다. 그레이스는 줄리안을 메사추세츠로 데려다 주기 전부터 이미 많은 생각을 했고 션과 함께 확 고한 결정을 했다. 어쩌다보니 줄리안과 가족처럼 엮여서 오지랍을 부리게 된 입장이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덩치 큰 남자가 코뿔소처럼 달려와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그레이스는 주눅 이 들었지만 마음속의 자신에게 다시한번 되뇌인다.
‘나는 후회할 일을 하지 않았어. 그러나…이 남자와는 이번 일로 꼭 한번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야. 견뎌보자.’
그레이스는 숨을 크게 쉬고 마음을 다잡아 목소리를 높였다.
“네? 다짜고짜 찾아와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그리고, 여기는 학교입니다. 목소리 를 낮춰주세요. 학생들이 볼 수 있어요.”
“줄리안 그놈이 내 돈을 들고 도망을 갔다고!! 그 자식 어디로 빼돌렸어???!!!”
돈을 들고 도망을 가? 돈? 무슨 돈?
그레이스는 자신이 생각하던 스토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향해있는 남자의 말을 듣고 혼란이 왔다.
‘돈이라니, 무슨 소리야 도대체? 이 정신나간 사람에게 휘말리지 말고. 어쨌든지 정신줄 잡자!’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당신 집에 있어야 할 줄리안을 왜 이 학교에 와서 찾는 거예요? 그리고 돈이라니 무슨 말이죠?”
그레이스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 온 주인 남자 때문에 당황 했지만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돈, 이라니..?
“그 놈이 내 돈을 모두 들고 도망을 갔어. 그 놈 방에 올라가보니 없어. 놈도, 놈의 물건들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단 말이야. 이 자식이 계획을 하고 내 돈을 훔쳐서 달아난거라고! 당신 들이지! 당신들이 그 놈과 작당을 하고 돈을 빼돌리고 놈을 숨겨준거야!”
그레이스는 자신의 전화기를 들어 션에게 빠르게 메세지를 보냈다. 그리고는 학교 전화로 시큐리티를 불렀다. “시큐리티를 불렀어요. 이 방에서 빨리 나가지 않으면 당신은 경찰서로 가게 될꺼예요. 아니, 망상증이면 정신병원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이렇게 학교에서 횡포를 부리면 처벌을 받습니다.”
“뭐? 경찰? 경찰은 내가 불러야하는 입장이야 이 도둑아! 그 놈 어디있어?? 아니, 내 돈 어디 로 빼돌렸어??!!” “도둑이라니!” 남자와 한참 설전을 벌이고 있는데 션이 빠르게 교실로 뛰어 들어왔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아~! 당신도 있었지. 그 도둑놈과 한 패. 어서 빨리 줄리안 그 놈을 내놔. 내 돈도 어서 내 놓 으라고! 당신들 가만히 두지 않을꺼야!”
때마침 도착한 학교 시큐리티 두명이 그레이스와 다투고 있는 남자를 격리 시켰지만 흥분한 남자는 몇번 더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그러나 남자는 소란 끝에 결국 큰 소리를 지르 면서 교실에서 끌려 나갔다.
“가만히 있지 않을꺼야! 그 놈, 꼭 찾아내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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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기억 나? 그 주인집 남자가 한 말. 줄리안이 돈을 들고 도망을 갔다는 말 말이야.”
“음..”
“정말로 줄리안이 돈을 훔쳐서 갔을까? 줄리안에게 확인을 해 봐야 하는 일일까?”
“그레이스. 줄리안에게 말 할꺼야? 나는 말이야.. 나는 줄리안을 믿어. 누가 들으면 무슨 근거 로 그 아이를 믿냐고 하겠지만, 나는 그냥 줄리안을 믿어.”
“션…”
“혹시라도 줄리안이 나의 믿음에 배신을 할만한 행동을 했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도 나 는 줄리안에게 믿음을 줄꺼야. 당신은 당신이 옳다고 생각 되는 방향으로 생각해도되. 그냥. 나는 그렇다는것 뿐이야.”
“션, 난 말이야..”
딩동~
그레이스가 말을 이어가려고 하다가 누군가 누르는 벨 소리를 듣고 현관으로 향했다. 처음보는 사람들이 밖에 서 있었다. 남자 몇명과 여자 하나.
“누구..시죠?”
“아, 안녕하세요. 그레이스 선생님 계신가요? 저희는 줄리안 토마스라고 하는 학생을 찾고 있 습니다.”
“네?”
그레이스는 낮선 사람들의 입에서 줄리안 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순간 긴장을 했다.
“무슨일 이시죠?”
“문을 좀 열어 주시겠어요? 저희는 줄리안에게 해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예요. 줄리안의 상황 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게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줄리안의 상황? 주인집 남자 외에 또 누가 줄리안에 대해 궁금해 하는거지? 줄리안의 상황에 대해서라니.. 혹시 줄리안이 사라진걸 궁금해 하는 사람이 또 있는걸까?
“그레이스, 밖에 누구야?”
“어떤 사람들이 줄리안을 찾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션이 옆으로 다가오며 묻자 그레이스는 미심쩍은 눈을 모니터에서 떼지 못한 채 션에게 나가 보라며 턱짓을 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에 대해 경계심은 생겼지만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던 그레이스는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인집 남자가 줄리안이 없어진 걸 비정상적으로 빨리 알아낸것도 이상하고 줄리안이 없어지 자 마자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도 이상하고..’
더우기 이상한 것은 처음 보는 이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가 였다.
‘혹시 주인집 남자가 보낸 사람들인가? 분위기는 영 다른데..’
지금으로써는 아무것도 확실하지가 않다. 그렇다. 경계심이 생기는 만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문이 열리면서 키가 크로 덩치가 좋은 남자가 문 밖으로 나왔다. 레아가 에이든을 쳐다보자 에이든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뉴욕에서 왔습니다. 혹시 줄리안 학생을 좀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찾아 왔는데 선생님들을 찾아가면 만날수 있을꺼라고 해서 왔습니다. 혹시 줄리안 학생이 함께 있습니까?”
에이든은 줄리안이 사라져 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왔지만 모른척 하고 션 을 떠봤다.
“어디에서 오셨다고요? 뉴욕이요? 줄리안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 이신가요?”
줄리안이 뉴욕에 사는 사람들과 언제 만날 일이라도 있었던가?
“아, 저희는 줄리안 학생과 잘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굳이 말을 하자면…”
에이든이 일부러 뜸을 들이는 사이에 카이가 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는 2년 반 전부터 Lancaster Academy에 장학금을 보내고 있는 Gotham 에서 나온 사람들 입니다. 이번에 학교에 방문을 왔다가 2년이 넘은 지금까지 줄리안 같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금 교장과도 얘기를 하고 왔지요. 긴 얘기가 될것 같은데 혹시 괜찮으시면 안으로 들어가서 저희와 얘기를 좀 나눌까요?”
“아, 그게 저.. 와이프에게 잠깐 의논을 하고 오겠습니다.”
션이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자 에이든은 카이에게 심드렁히 말 했다.
“굳이 여기에 오래 있을 필요 있어? 여기서 알아야 할 정보들은 나에게 맡겨. 시간이 늦어지 기 전에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자.”
그레이스와 대화를 마친 션이 급하게 다시 문 밖으로 나왔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줄리안이 혹시 이 집에 있나요?”
“아, 그건 아닙니다. 저희는 줄리안은 여기 살지 않고 학교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농장 건너편에 있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에 없다는것 같은데..”
“아, 줄리안이 이곳에 없다면 저희가 굳이 들어가서 불편하게 해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럼..만나뵙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에이든은 사람 좋은 얼굴로 정중히 말을 하며 악수를 청하는 손을 내밀었다. 션은 매너 좋아 보이는 노신사의 손을 잡았다.
“아닙니다. 도움이 많이 못 되어서 죄송합니다.”
“아이고, 좋은 손을 가지셨군요. 운동을 하셨어도 잘 하셨겠습니다. 키와 몸도 좋으시고. 손을 보니 공도 잘 잡으시겠네요.”
“아, 하하. 눈썰미가 있으시군요 어르신. 제가 원래 풋볼을 오래 했던 사람 입니다. 대학 리그 에서는 제법 잘나가는 쿼터백 이었죠.”
션의 기억을 읽기 위해 손을 오래 잡고 있으려는 에이든의 의도는 모른채 오른 손을 내어준 션은 그렇게 한참을 대학시절 운동 했던 얘기를 떠들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션 선생님과 만나뵙게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어려운 줄리안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시고 잘 보살펴 주셔서 제가 다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션은 돌아서서 가는 뉴욕 손님들의 뒷 모습을 보며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 야릇한 기분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내가 이름을 말 했었던가? 그리고 우리가 줄리안을 돌봐 줬다는건 어떻게 알았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뒤를 돌아 밖으로 다시 나가 뉴욕 손님들을 찾아봤지만 밖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가만, 그러고보니 차가 세워져 있는걸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누가 기다리고 있 었나?”
션 집 앞은 공터가 있었기 때문에 차가 파킹이 되어 있으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지형적 구조 였다.
‘틀림없이 아까도 비어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