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의 시간 - 육아가 달콤해지기까지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 현재 진행형

by 토토맘

"태어난 아기, 영유아의 육아는 연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연애를 성공하기 위해 상대방의 마음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되고 공감해야 것처럼 육아도 아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돼요."

한 소아과 의사가 유튜브 영상에서 인터뷰한 내용이다. 긴 생머리의 아가씨 모습의 앳된 여의사였다. 아기를 키운 경험에 의해서 말하는 건지 수많은 아기 환자들과 부모들의 데이터를 통해 얻어낸 정보인지 알 수 없지만 꽤나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단호하면서 그리고 여유 있게 말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애 셋을 키운 베테랑 주부도 완모를 한 산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육아 아동학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 고작 육아서적 여러 권과 쏟아져 나오는 육아 동영상으로 공부한 나로서 - 나의 꿈같았던 4개월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말이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프로페셔널한 엄마들 그리고 사춘기 엄마들이 날 보고 애송이라 비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출산으로부터 4개월의 나의 경험은 꽤나 묵직하고 진실하고 나에게 많은 의미를 준 기간이다. 아가의 첫 만남으로 지금까지 - 사랑과 위기를 극복한 보통의 연인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고 지금도 매일 아가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너무나 고대했던 아가와의 첫 만남의 그날, 수술실 옆방에서 매우 들뜬 상태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고3 수험생이 수능 전날처럼 잠을 설친 탓이었다. 들떴다기보다 정확히 말하면 긴장과 기대 그리고 여러 가지 우려감이 뒤엉켜 있었다. 대학이 내 인생에 좌지우지될 것 같았던 고 3 시절처럼 몇 시간 뒤면 내 인생의 또 다른 큰 전환점이 올 것 임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나 보다.


"선생님,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의사 선생님이 수술 직전에 나의 컨디션을 보러 찾아왔을 때였다.

"네 말하세요."

"수술할 동안 음악을 틀어도 될까요? 제가 원하는 음악이 있는데 들으면 안정될 것 같아서요."

"네?.. 아.. 네 그러셔도 되지만 어떻게 듣으려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당황해하셨다. 웃음도 약간 섞여 대답하셨는데 웃는 건지 황당해하는 건지 애매한 표정이었다. 말도 되지 않는 질문이었음을 아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술실 앞에 사랑하는 남편과 나의 애착 인형 토끼를 남편에게 맡기고 덤덤하게 수술실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섬뜩했다. 이제 애착 인형을 안고 포근한 꿈을 꾸는 어린 소녀가 아닌 진짜 어른이 되는 현실이 왔다는 걸. 눈 앞에 펼쳐진 수술방은 마치 독일 나치의 공포스러운 실험실 같은 공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극 곳에 밝고 은은한 슈만의 어린이 정경 같은 피아노 곡이 나왔더라면 더욱 공포스러울 수도 있겠다. 간호원의 안내로 수술대의 의자에 누웠다. 생각만큼 차가운 의자였다. 처음 보는 간호사들과 무표정한 마취 의사는 보며 나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수술실의 음악이며 애착 인형 생각했던 모든 것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게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마취주사를 맞고 (물론 아플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15분 내지 20분 수술 시간 동안 이후에 건강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그리고 남편과 나 아기 셋이 서로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현실은 무시무시한 대못 같이 긴 주사 바늘 (이 역시 나의 상상이다)이 피부도 닿기도 전에 고통을 호소하며 아파했다. 간호사들은 당황했다.

"산모가 너무 아파하는데요.?"

하지만 마취과 선생님은 나의 꾀병을 무시한 채 진행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아는 얼굴의 등장의 조금의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혼미해졌다. 커튼 넘어 일어나는 모든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지만 고통스럽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20시간 같은 20분이 흐르고 내 뱃속에서 아기를 꺼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이 엄청난 체력을 쓰는 것이 느껴졌다. 내 뱃속의 모든 장기를 꺼내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었다. 건강하다. 다행이다. 하지만 나는 무사한 건가? 나는 살아 있는 건가? 하는 동시에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토토야"

순간 아기의 우렁찬 소리가 멈췄다. 아빠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걸까?

웃음을 찾은 간호사가 나 그리고 아기 남편과 사진을 찍었다. 아기는 작고 단단해 보였다. 울음과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나는 모성애의 눈물이 아닌 안심과 아팠던 고통의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눈을 감았다. 그때 사진을 보면 그때 상황을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나는 우는 표정인지 괴로운 표정인지 모를 애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은 산부인과에서 입원하면서 지냈다.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진한 아픔이 3일 지속되었고 그 이후론 점차 회복되고 있었다. 태어난 아기 - 토토를 보겠다는 일념 하에 빨리 회복하고자 노력했다. 아기를 잠깐 보는 모자동실 시간에는 너무나 행복했다. 아팠던 기억은 싹스리 잊어버렸다. 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도 출산의 아팠던 기억은 영원히 꺼내보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 뒤에 주변인들에게 출산할 때 엄청 짧은 시간이었고 견딜만했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함이 사라지고 빛이 바래진다. 그리고 내 입맛대로 조각되어 가슴속에 박히고 만다.

산후조리원에서 토토. 나의 애착인형과

산후조리원에서는 토토를 만나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욱 소중했다. 토토가 너무 작고 소중해서 잠깐 안고 있을 때도 혹시나 떨어뜨릴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건 지금도 항상 드는 생각이긴 하다) 내 품에서 자고 있는 토토를 보자면 호르몬의 파도를 타며 온갖 감동이 몰려왔다. 내가 시인이었으면 여러 편의 시를 썼을 테고 작곡자였으면 아름다운 곡들을 썼을 테지. 말하긴 창피하지만 감정과 감동은 극을 달하는데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눈물만 흘렸다.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하고 소중한 일을 했다는 감동 - 모성애를 강하게 느꼈다.

산후조리원에서 천사 같았던 토토는 집에 오자마자 달라졌다. 이것 또한 나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 아가랑 남편과 해피엔딩으로 행복한 육아를 시작할 거란 착각 - 하지만 토토는 새로운 공간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었다. 아니면 자기 마음을 잘 몰라주는 서툰 엄마가 영 맘에 들지 않았는지 도 모른다. 집에 오자마자 첫 기저귀를 어설프게 갈아주는 엄마에게 응가를 발사하는 거한 신고식을 치렀다.

토토의 소통은 오직 울음뿐이었다. 매일 밤마다 절규하듯이 울어댔다. 배도 부를 테고 기저귀도 깨끗한데 영문도 모른 채 우는 탓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밤새 잠 못 자며 며칠은 영아산통증에 관한 수십 개 수백 개의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때 그 시절은 아름다운 시도 노래 가사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떡하면 이 울음을 멈출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토토의 울음에 나도 같이 울며 답변했다. 나는 결국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더욱 슬퍼졌다. 특히 밤에 힘들었던 점은 모유수유 때문인데 그건 다음 기회에 얘기하겠다.(할 얘기가 많으므로) 주변 경험자에게 물어봐도 시간이 해결할 거라는 말과 신생아 때는 다 힘들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렇게 나름 힘든 시기를 겪는 중, 정확히 말하자면 토토 태어난 지 30일 되어 때쯤에 우연히 '아기 마음공부'란 책을 읽게 되었다.

아기 마음공부

표지의 아기와의 '소통'이란 단어가 눈에 띄었다. 토토랑 소통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게 해 주었다. 나에게 육아의 견고한 철학을 심게 했고 잘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주었다. 언제 아름다워 질지 모를 과연 아름다운 나날들이 올 수 있을까 의심했던 어두컴컴했던 시기에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이 책의 저자 쑨밍이는 아동 심리 관련해서 세계적인 대만 출신의 영유아 심리 전문가이다.

저자의 영유아 심리를 포커스를 한 전문지식과 그녀의 개인적 경험 토대로 한 섬세함이 보태져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태어나기 전 태교부터 시간적 흐름으로 13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2장은 배 속 아기 그리고 태교와 출산을 앞둔 초보 엄마 아빠의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 3장은 갓 태어난 아기의 현상과 어떻게 대처하는지 4장은 가장 중요한 애착 형성법 5장은 안정 애착 형성된 이후의 아기와 거리두기 6장은 올바른 아기 훈육법 7장 감정 교육과 13장 놀이교육으로 이어져있다.


이 책의 핵심은 엄마와 아기와의 안정 애착이다. 엄마가 일을 복귀해야 된다면 엄마가 아닌 다른 주양육자여도 된다. 안정 애착을 위해서는 말 못 한 아기와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 바꿔 말하면 아기와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안정애착이 반듯이 필요하다.

나는 아까 말했듯이, 토토와 소통이 어려웠다. 울음으로 소통하고 무슨 뜻인지 몰라 나도 울음으로 답했다. 나는 소통을 위해 다시 말해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위해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헌신적인 사랑과 관심을 베푸는 것. 그리고 아기의 입장이 되어 충분한 공감을 느끼도록 했다. 나의 피곤함과 불편함은 아기가 느끼는 새로운 세상의 불안과 불편함에 비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토토의 요청에 나는 초단위로 즉각 반응했다. 세상은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날이 며칠이 지난 후 나는 자연스레 토토와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고픈 신호를 그리고 기저귀가 불편한 신호를 알아챘고 자세가 불편하거나 속이 불편함을 알아채고 불편함을 빨리 없애도록 노력했다. 마치 한 몸인 듯 내 머릿속엔 온통 토토로 채워 육아에 몰입했다. 이 책에선 영국에서 이름 떨친 소아과 의사 위니콧이 정의한 '일차적 모성 몰두'-어머니가 출산 직후부터 몇 개월간 아기의 성장에 깊이 몰두하며 헌신하는 상태-라고 나온다.

저자 쑨밍이는 안정적인 애착관계는 부모가 아기에게 주는 최상의 선물이라고 한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좋은 감정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서로 간 감정은 깊어진다고 한다.

나는 50일쯤 지나니 토토의 이유 없는 울음은 사라졌다. 밤에 자는 시간도 깊어졌다. 나의 시간이 길어진 만큼

아기 마음공부 책을 반복해서 읽어 나갔다. 그리고 토토의 울음소리와 손동작들 몸의 행동 하나하나 데이터를 입력해 분석해 나갔다. 3개월 지나니 토토는 세상에 잘 적응해 보였다. 밤에는 통잠을 잤고 잘 먹고 그리고 불안과 불만보다는 성장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고 감정이 깊어졌다. 안정적인 애착관계는 아기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커다란 축복이었다. 잃어버린 내 자아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 통잠 잔 토토는 아침에 미소로 맞이한다. 매일 감격스럽고 행복한 순간이다. 그렇게 육아는 점점 편해졌고 토토와의 시간은 연애처럼 달콤해졌다.

토토의 현재

길고 짧았던 4개월을 토토가 잠든 찰나의 시간에 풀어쓰고자 하니 쉽지는 않다. 어떤 것은 (특히 수술할 때) 과장되었고 어떤 부분은 현실보다 훨씬 간단하게 써버렸다. 남편이 헌신적으로 함께 육아를 도와준 부분도 빠졌다. 남편이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나의 철학대로 따라와 준 것도 지금도 너무나 감사한 부분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친 순간도 아기가 잠깐 웃어주는 미소와 웃음소리에 한 번에 녹아버린다. 또 하루하루 달라지는 성장의 변화를 발견할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수유할 때 눈 마주치는 순간들은 연애보다 훨씬 달콤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유아기의 육아는 연애와 같다는 말은 아직도 다 맞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일리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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