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 새로운 여행의 출발선
"괜찮아 요즘 노산이 트렌드야!"
애써 덤덤하게 고민을 말하던 나에게 위로랍시고 건넨 친구의 말이다.
서른여덟의, 철없고 게으르고 낙천적인 데다가 필요 이상으로 감수성 많고 좋아하는 건 끝내 해버리는 성격 - 엄마와 관련된 모성애이란 단어는 동떨어지게 지낸 삼십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곧 엄마가 될 나에게 말이다.
그날은 매일 요가와 명상을 하며 신랑이 읽어주는 태교동화 들으며 아기 만날 생각에 해피했던 임신 7개월 즈음에 의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고 난 일주일 후에 일이었다.
2주에 한 번씩 가는 초음파 검사하는 날 의사는 다른 보통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심장박동 소리부터 머리 몸통 위치 보며 기본적인 체크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마스크마저 덮인 무거운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했다.
"아기의 장이 다른 보통의 아기들보다 기네요.. 조금 더 봐야겠지만 음영 진 게 장폐쇄일 가능성이 있어요. 아무래도 큰 대학병원에 가셔야 될 것 같아요. 저희 병원에 출산은 어려울 것 같네요."
장폐색? 장길이? 이건 무슨 소리지?
머리맡에 두고 매일 보던 임신 출산 대백과에서도 출산 관련된 책에서도 그런 단어는 전혀 못 들어봤는데 말이다.
그날은 집에 가는 차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걸로 기억한다. 나땜에 아기가 잘못된 건 아닌지, 며칠 전에 다이어트 콜라 원샷한 나의 모습이 후회스러웠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은 맘 카페와 해외사이트부터 '태아 장길이' '태아 장음 영'에 관해 폭풍 검색하며 지냈다. 신랑에게는 내색 안 했지만 폭발할 것 같은 걱정과 두려움에 매일 밤 기도하며 지낸 거 같다. 부처님 하느님 마음속 절대신 모두에게 간절히 빌었다. 나는 괜찮으니 우리 토토만 건강하게만 태어나달라고.
아마도 나의 모성애는 그때부터 꿈틀꿈틀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운 좋게 갑자기 취소된 자리가 있어 고위험군 출산에 일가견 있으신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초음파 검사받고 일단 지켜보자는 소견을 듣고 괜찮아지길 기도하며 지낸 두 달 뒤에 드디어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어두웠던 장도 밝아졌다.
"이제 거의 정상이네요 지금 처음 초음파 검사로 봤다고 하면 아마 정상이라고 했을 거예요. 원래 진료받았던 병원 가서 출산하셔도 괜찮아요."
집에 가는 길 내내 남편 손 꼭 잡고 방긋 웃으며 돌아왔다. 너무나 감사했던 날 - 그때 생각하면 지금의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육아 고충을 말하는 것은 쓸데없는 사치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다녔던 병원으로 가서 현재 내 곁에 쌔근쌔근 잠들고 있는 예쁜 천사 토토를 낳았다.
임신기간의 짧지만 길었던 약 8개월의 시간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축복'이 아닌가 싶다.
지나고 보니 너무 행복했던 시간 -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남편의 읽어주는 태교에 나도 덩달아 안정감을 찾고 그리고 태어날 아기를 상상하며 태아와 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때의 시간은 나에게도 축복이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교여행을 간 날에는 새롭게 보고 느끼고 먹으며 뱃속에 있는 아가랑 함께 교감을 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임신 기간은 너무 소중한 추억이었고 막중한 책임감과 의무감에 어디엔가 무너졌었던 나의 자존감도 높아진 것 같다. 이 모든 감정은 자연스레 태아에게 전달된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기질과 체질의 차이가 다 있고 희생과 불편함이 동반한다. 나는 의학적으로도 봤을 때 고위험군의 노산이었고 그래서 앞서 말했던 조금 한 이상 이슈가 생기면 걱정이 앞섰다. 토토가 장이 이상이었다는 그 말 듣고 한 달은 힘들었던 것 같다. 그 기간 동안은 아가를 만날 기쁨과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공존했다. 뿐만 아니다. 매일 괴로운 숙취 같은 먹덧으로 하루하루 보낸 기간도 있었으며 사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로 인해 어디 제대로 다니지도 못했고 가끔 나가는 날이면 무거운 몸에 마스크 쓰며 헉헉 거리며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나를 보며 안쓰러워했던 주변의 시선. 와인을 그리 좋아했던 나는 남편이 마시는 와인의 향으로 대리만족 느꼈다.
이렇게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몸이 달라지면서 불편해진다고 우울해하면 끝없이 우울해질 수 있는 이 시기에 나를 온전히 축복을 누리고 지금도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던 것은 남편과 주변인들의 배려와 찬찬히 나의 변화되는 몸을 관찰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책들이다.
나는 앞으로 여기 이 공간을 통해 지난 임신했던 기간부터 읽었던 임신과 출산에 도움이 되었던 책들을 정리한 바탕에 나의 의견과 경험을 덧칠해 담아보려고 한다. 이 책들을 직접 읽으면 너무나 좋을 책들이지만 나처럼 책 읽을 여유가 없는 바쁜 사람들도 있고 책보단 영상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이니 여기에 남길 짧은 요약본을 읽고 임신을 계획하는 사람, 임신부 그리고 남편, 그리고 육아가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새로 알아가는 정보와 지식, 심리학은 너무나 유익하고 즐겁다. 나의 임신을 통한 심리적 신체적 변화는 축복이었고 행복한 임신기는 행복한 육아로 이끌어 나를 잃어버리는 게 아닌 나의 자아를 찾는 첫 스타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