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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내가 만든 책이 '글쓰기'와 관련된 책이었다?

저는 '내면/영성' 분야의 책을 만들었습니다만.

by 하몽

모든 것을 다 혼자 하는 1인 출판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글쓰기'인 것 같다. 나는 첫 책으로 번역서를 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지만 번역조차도 '외국어' 실력보다 '글쓰기' 실력이 먼저다. 번역서라고 만만하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글 쓰는 일이 어렵고 힘들 줄은 몰랐다. 그리고 번역을 끝내고 남은 모든 과정이 글쓰기의 영역에 들어갈 줄도 몰랐.. 고. 옮긴이 서문은 당연하다 쳐도, 유통사에 넘길 책 소개부터 홍보 자료를 위해 저자와 연락하는 일, 마케팅 영상을 만드는 것도 모두 다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심지어 책을 선물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짧은 편지를 쓰는 것도 글쓰기이다.


나는 처음부터 글쓰기나 책에 관심이 많아서 1인 출판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직접 알리고 싶었고, 그 분야에 조금이라도 속하고 싶어 1인 출판을 시작했다. 또 그 분야가 크게 보자면 '의식, 영성, 마음...'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글쓰기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전달하는 내용 자체이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여겼다. 독자들도 일반적인 독서 경험을 기대하며 영성 책을 찾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영성 책도 결국 글로 이루어진 책이다. 영성 책이라고 해서 눈을 감고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단어씩 한 문장씩 차례로 읽어나가야 하고, 그 한 단어 한 문장에 따라 전체 의미와 깊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주제야 어쨌든 독서 행위는 같다. 영성 책이라도 잘 쓰인 글이라면 충분히 읽기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소리..)


사실 글쓰기에 두려움도 많고 자신도 없어서 괜히 '내 책은 번역서고, 영성 분야이고, 나는 책이 좋아서라기보다 이 분야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고...' 같은 말을 하며 글쓰기의 중요성을 흐린 눈 하고 있었는데.. 책 한 권을 만들고 나니 '번역서여도 글쓰기가 제일 중요, 영성분야여도 글쓰기가 제일 중요, 심지어 책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 분야를 알리고 싶어도 글쓰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니.. 계속 쓰고 연습하고 배워야 한다.


그래서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면 꼭 새로 나온 글쓰기 관련 도서를 살펴보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

처음으로 눈에 들어와 집어 든 글쓰기 책에서 내가 번역하고 만든 책과 그 책의 작가의 인용이 나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말의 형태를 띠지 못한 생각, 감상, 감각의 모호한 영역에 들어가려고 글쓰기를 활용하는 저자도 있었다. <내면의 공간>의 작가이자 글쓰기코치인 마이클 닐의 표현은 가히 시적이다.


"글쓰기는 무형의 것에서 형태를 빚어내고 곡조에 가사를 붙이도록 해준다. 그러고 나면 노래가 생겨난다. 일상에 글을 붙이면 삶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재빨리 글을 잊고 삶으로 되돌아간다. 다시 돌아간 삶은 글로 썼기에 더 풍요로워져 있다." 보다시피 많은 저자가 글쓰기를 소통뿐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쓸수록 선명해진다/ 앨리슨 존스)




내가 펴낸 책의 제목과 저자의 이름을 발견한 것도 너무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었는데,

'글쓰기'를 말하는 책에서 내 책의 주요 내용이 인용되었다는 게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내 책이 말하려는 주제가 적용될 수 있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예가 하나 생긴 것 같아 뿌듯했다.

그 내용을 알리고 싶어 1인 출판을 시작한 것이기도 하니까.


사실 '쓸수록 선명해진다'는 글쓰기의 기술적 측면보단 내적 탐구의 수단으로써 글쓰기를 말하고 있다. 글을 쓰다보면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저절로 정리가 되고, 생각이 정리가 되면 나 자신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새로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앨리슨 존스는 30년 넘게 편집자(출판계)로 일해온 글쓰기 전문가다. 그러니까, 글쓰기의 '기술적'인 측면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요소가 내면이라는 것이다. 내면으로부터 시작되는 글쓰기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글쓰기의 '기술적' 부분도 세워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는 내면 관련 책을 만들고 나서, 기술적 측면에서의 글쓰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 글쓰기를 배우려고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았는데, 그 글쓰기 책에서 내면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내가 만든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기를 권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ㅋㅋ



다시 내면으로 돌아왔다. 내면으로부터 시작되는 글쓰기는 무엇일까?

내면으로부터 시작되는 글쓰기를 이해하면, 글쓰기의 기술적인 측면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 계속.





출판사 하몽

첫 책 <내면의 공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5738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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