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을 생각하며
2040년에 영화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20년 프로젝트 영화가 개봉한다고 한다.
새해가 되고 관련 기사 몇 개를 찾아보다가 인디와이어에서 웃기고 슬픈 기사를 찾았다.
제목: 영화 '메릴리 위 롤 어롱'이 20년 후에 개봉할 때까지 살아 있을지 걱정하는 팬들을 위한 링클레이터 감독의 메세지.
제목 보고 무심코 '나도 걱정된다구요!' 라고 속으로 말했는데,
기사 안에는 80살에 가까운 노인들이 와서 그런 걱정을 토로한다는 내용이라 매우 머쓱해졌다. ㅋ
그런데 그 걱정에 대한 링클레이터의 대답은
“Don’t count yourself out. We’re all getting there.”
"포기 마세요. 우리 모두 그 순간을 향하고 있으니까요"
좀 웃다가 슬프다가 위안이 됐다.
'벌써' 하루가 끝났어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 '벌써' 한 달이 지났어.
요즘 이런 말을 너무 습관적으로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말을 하면서 결국은 못 한 것들, 놓친 것들, 이미 다 늦었다고 여기는 것들만 떠오른다는 걸 생각했다.
남는 감정은 시간에 대한 두려움뿐이고.
링클레이터 감독은 어쩌면 시간을 잊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두려워하고 의식하는 자가 9년,12년,20년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개봉할 때 나는 40대 후반이 된다.
이렇게 말하니 꼭 무한의 시간이 주어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은 착실히 흘러 그 날에 날 데려다줄 거다.
시간을 길게 보니까 내가 지금부터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 천천히 해보고 싶은 것들이 그려진다.
(어느새 개봉한 지 12년이 지난 !)
12년 프로젝트 영화 보이후드 포스터 옆에 두었던 까까머리 아이비가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 있듯,
시간이 내게서 빼앗아가는 것들 말고 시간이 내게 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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