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1
민0: 아, 지우개 떨어뜨렸다.
광0: (엄청 큰 목소리로)네가 그렇지, 뭐~
#2
교사: (열심히 안중근 의사에 대해 설명하는 중)
광0: 일본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다 죽여버려요!
우0: 아하하하!!!!
은0: 선생님, 광0가 죽여버리래요!
연0: 그만 좀 해!
교사: 쉿!
#3
성0: 광0야, 조용히 좀 해 줘.
광0: 응, 네 얼굴.
성0: 선생님, 광0한테 조용히 하랬는데 네 얼굴이래요.
광0: 뭘 또 이르냐~
학년 말이 정말 다가오나보다. 학기말 성적연수 이야기가 들리고 밀린 평가를 해치우고, 맡고 있는 영재학급 수료식을 준비한다. 그리고...
소란스럽던 아이들은 더욱 날뛰기 시작하고 몇몇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수업시간내내 좀처럼 반응이 없다. 수업 중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급기야 하루에 수차례 소리를 질러야만 평정(?)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치고 의욕이 없어진다. 학기말 증후군이다.
그동안 수업 시간에 가래뱉는 소리를 낸다거나 수시로 "똥"거리며 방해되는 소리를 내던 태0가 얌전해지고 수업태도도 좋아졌다. 균형을 맞추기 위함인가. 단독문대가 끝나니 교실에 삼총사가 등장했다. 광0와 투찬이들. 광0는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전횡무진하며 조용하던 친구들까지 들쑤시고 수업 시간에는 예의없는 말을 툭툭 내뱉는다.
"그걸 왜 해야해요?"
"미친거죠?"
(다행이 이 말은 나한테 한 말은 아니다.)
"죽여버려!"
온갖 거슬리는 소리들. 그러면 투찬이들은 거기다 추임새를 넣기 시작한다. 과장되게 웃어제끼거나 한 마디를 꼭 보태고. 정말이지 물을 흐리는 것은 미꾸라지 한 마리면 족하다.
"발열체크 중 떠들면 멈추고 이 시간 끝나고 합니다."
점심시간 전 꼭 발열체크를 해야 하는 요즘, 급식 준비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급식 전 5교시 앞 쉬는 시간에 미리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어제는 유독 소란스러웠고 이미 삼총사로 인해 내 기분은 바닥인 상태였다.
"발열체크 그만, 수업 마치고 하겠습니다."
"아, 인성!"
내 말이 끝나자 투찬이 중 한 녀석이 단말마를 내뱉는다. 까불거려도 예의는 지키는 친구라 아마 떠든 아이들에게 한 말인듯 하다.
"야~ 선생님한테 '인성'이래."
광0가 소리친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집중벨을 들고 있던 손을 바닥에 내리쳤다.
"그만하랬지! 선생님한테 예의는 갖추라고 했지!"
내 말보다 꽝하고 울린 소리에 아이들이 급격히 움추려들었다. 삼총사도 마찬가지. 자기들이 잘못한 줄은 아나보다.
아이들을 보내놓고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아,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행동을 한 아이들도 그렇지만 잘 하고 있는 나머지 아이들까지 혼낸 셈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을 만나는 오늘 아침까지 나는 내 행동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로 마음이 무겁다.
새롭게 1인1역을 정하는 날. 중요한 역할은 추천 및 투표로 정하고 나머지는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그리고 준비한 말을 했다.
"오늘부터 공적시간(수업시간)에 방해가 될 시 두 번의 기회를 줍니다. 세번째는 미덕을 열번 쓰기로 합니다. 동의하나요? 그리고 방해되는 친구는 선생님과 나가서 면담을 할 겁니다."
아이들은 며칠 간의 사태를 지켜보았기에 조용히 동의한다. 그리고 투찬이들과 두 번의 면담. 따로 차분히 이야기하니 조금은 나아지는 듯 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어느 선생님처럼 눈빛만으로 제압하는 건 아무래도 내 길이 아닌듯하다. 소리를 질러 평정하는 것은 내가 힘들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압이 아닌 바른 교실 문화를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