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교실이야기 #12

다시 시작!

by 참된열매

호기롭게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정말 작가라도 된듯이 설렜다. 마침 글을 쓰는 걸 좋아해서 벌써 몇 권을 책을 발매했다는 후배를 연수 강사로 만나 자극을 받았을 즈음 브런치를 알게되고 일주일에 글 3-4편은 올리리라는 포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고 구독해준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폰에 알림이 울릴 때마다 희열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브런치의 알림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구독하면 나도 그 사람의 글을 읽어주고 구독해주어야 할 것 같고 글을 쓰면서도 자유롭지 않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 결국 몇차례 글을 올리다 나는 한동안 브런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렇게 일년 이상의 시간이 훌쩍 지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시간동안 내 근황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7년 이상 주말부부로 지내다 올해 초 드디어 신랑이 있는 도시도 전출해서 옮겨왔다. 10년 이상 살아서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곳을 떠나 온 가족이 울산으로 이사를 왔다. 지역 내 학교를 한번 옮기는 것도 큰 일인데 타시도 전출은 생각보다 만만치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10년 만의 이사에 아이들 전학까지 겹쳐서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어느때보다 정신없고 바쁘고 위태로운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공교롭게 올해 나는 연달아 4년 째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연달아 같은 학년을 맡다보니 아무래도 의도치 않게 각 해 만나는 아이들을 비교하게 된다. 똑같은 12살인데 매 해 만나는 아이들은 너무나 달랐다. 어느해는 폭력성을 띈 아이들이 두각을 드러냈지만 나머지 아이들이 성숙하고 착실해서 생각보다 즐거운 일년을 보냈다. 어느해는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지만 나이에 비해 어리고 의존적인 아이들이 많아서 뭘해도 손이 많이 가서 마음은 가벼운데 몸은 힘든 해를 보내기도 했다.


올해 아이들은 그 어느때보다 독특하다.

정말이지 독특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그동안 만나본 적이 없는 새로운 개체(?)라고 해야하나?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없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나를 교사로 여기고 있는가, 아니, 애초에 선생님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알고는 있는가 반문하게 만드는 아이들이다. 우리 학교는 현재 전교생 5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학교이다. 우리반은 1명 전학가고 남학생 4명, 여학생 7명, 총 11명. 등장이 남달랐다. 보통 첫 날은 평소보다 10-20분 빨리 등교하는 친구들이 많이 한 명, 두 명 교실을 채워가는 여느 해와 달리 이 아이들은 3월 첫 날 8시 40분 등교시간에 딱 맞춰 어깨동무를 하다시피하고 거의 동시에 우르르 등장했다. 그러고는 우리의 새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기대를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을 바라보듯 경계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아이들의 입장에선 내가 이방인이 맞다. 거의 유치원부터 한 반 그대로 올라온대다 3, 4학년 내리 한 선생님이 담임을 맡아왔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담임인 내가 더욱 낯설게 느껴진 모양이다.)


마치 야생의 무언가를 마주한 기분이 이런걸까. 독서 시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와 상관없이 큰 목소리로 자기들 할말을 다 하고서야 말을 멈추는 아이, 수업 종이 쳤는데도 너무나 당당하게 벌떡 일어나 물을 뜨러 가는 아이, 중간놀이시간이 끝나고 수업시작한지 오분이 지나서야 공 정리하고 화장실 가느라 늦었다면서 죄송한 기색 하나없이 요란스럽게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 교과서를 좀 벗어나 재구성한 수업을 할라치면 이런건 왜 하냐며 그냥 교과서대로 하자는 아이...그냥 글로 적으니 이게 뭐그리 큰 문제냐 싶겠지만 고학년쯤되면 따로 언급하거나 지도하지 않아도 종이 치면 으례 얼른 자리로 앉아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 중 화장실에 가야하거나 목이 마르다면 당연히 내게 허락을 구하기 마련이다. 나는 적잖이 문화충격을 받았다. 체육시간에 체육수업을 진행하니 왜 자유시간을 안주고 수업을 하냐고 반발하고 전담시간 5분전에 줄을 세우니(그전 학교에선 전담교실이 다른 건물에 있어 전 교시 마치자마자 쉬는 시간도 없이 줄을 서서 전담교실로 이동하고는 했다.) 왜 종이 치지도 않았는데 줄을 세우냐고 했다. 그래도 여기까진 귀여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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