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우니까 됐다
"제 누나한테 교대 가서 선생님 되어보라고 했더니 A 같은 학생 만날까 봐 싫다는 거예요."
학기초 상담 중 A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내가 별말씀을 드리기도 전인데도 전화 너머로 연신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일 정도로 이런 아이를 맡겨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연신하셨다. 이전해에 온 학년에 소문이 날 정도로 이름을 떨치는 학생을 맡았었기 때문에 사실 A 정도는 나한테 손이 좀 가는(?) 학생 축에도 못 낀다. 그럼에도 지난 초등학생 생활 4년 동안 담임선생님께 무수한 이야기를 들어왔는지 내가 죄송할 정도로 A의 어머니는 주눅 들어 계셨다.
물론 A는 눈에 띄는 아이이기는 하다. 복도를 걸을 때는 걷는 법이 없고 수업 중 옆 친구와 속닥거린다는 것이 A 목소리만 우렁차게 들린다. 누가 지적이라도 할라치면 "네가 뭔데?"하고 되받아치기 일쑤고 위로 중학생 형이 있어서인지 초등학생으로서 선을 넘을 법한 말도 한번씩 한다. (가끔 이 녀석이 어디까지 알고 그러나 싶을 농담을 하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이 못 알아들어 다행이지만.) 학기 초에는 그동안 얼마나 혼이 났던지 별 말없이 쳐다만 봐도 “제가 안 했어요.”해서 나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남 지적하기는 일등이라 저는 실컷 떠들어놓고 “야, 시끄러워!”하고 교사보다 더 크게 소리 지르기도 한다. 체육시간마다 또 왜 그리 싸우고 오는지. A만이 아니라 자주 갈등이 생기는 트리오가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체육만 다녀오면 A가 어쨌다는 이야기에 귀가 아플 지경이다.
그럼에도 A는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활발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실수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버럭 거리다가도 내 눈치를 보며 “죄송합니다.” 꾸벅 반성도 잘하는 아이다. 딴생각을 하다가 “A야, 뭐하니?”물으면 허둥지둥 책을 살피며 그제야 “뭐 하는 거죠?”물어오는 것도 사실 밉지 않다.
"선생님, 아름다우십니다."
세 남매 중 막내라 그런지 A는 낯간지러운 말도 잘한다. 빈말인 줄 알지만 나도 모르게 쿡 웃음이 난다. 동글동글한 얼굴형에 오렌지색으로 염색한 모습이 꽤나 귀엽다.
목소리 좀 크면 어떠나. 체육시간마다 싸우고 오면 어떠나. 귀여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