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컸던 그녀》의 남자 주인공은 그림 밖으로 나온 그녀를 처음 만날 때부터, 그녀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러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린 남자는, 그녀가 너무 큰 것은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며 그녀를 받아들이지만,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그녀가 너무 크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지요.
“그는 자신이 내민 손을 기꺼이 잡아준 그녀에게 감동했다.
아름다운 사랑의 증거를 본 것 같았다.”
《내겐 너무 컸던 그녀》
둘은 함께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돼요. 함께 창밖을 보거나 집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었고, 여자 주인공은 소파에 편히 앉거나 씻기조차 힘든 환경에서 살아요. 남자의 공간을 참고 인내하던 여자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이를 바라보던 남자도 마음이 불편해지죠.
달콤한 사랑의 시간을 보낸 후 현실을 마주하게 된 연인들이 대부분 그러는 것처럼 두 주인공도 자연스럽게 이별을 결심해요. 그러나 남자도 여자도 쉽게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죠. 그래서 남자가 그녀의 그림 속 세계에 들어가 보지만 그것도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에요. 그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남자는 남자의 세계에 두고 온 화초가 걱정됐거든요. 결국 그림 밖으로 잠시 나온 남자가 식물에게 물을 주는 사이 그림은 사라지고 말아요. 그림이 사라졌으니 남자는 더 이상 그림 속의 여인을 만날 수 없게 되죠.
우연히 찾아온 사랑은 아름다운 사건으로 기억되고 너무나 완벽하여 틈이란 없을 것처럼 여겨져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에 빠진 남녀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현실에는 사랑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죠.
《내겐 너무 컸던 그녀》의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세계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를 구속하거나 억지로 자기에게 상대를 맞추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상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성숙한 남자예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별을 맞이해요. 자신의 세계를 놓을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요.
주인공 남자가 자기 화초를 살리기 위해 자기 세계로 나와야 했던 것처럼 우리는 사랑을 위해 자기 세계를 끝까지 저버린 채 평생을 살아갈 수 없어요. 인간은 대부분 자기를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는 순간도 소중하지만 자기 세계도 그만큼 소중하기에 나의 세계와 사랑하는 이의 세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결국은 이별하게 되는 거죠.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은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기를 포기하거나 자신을 속이며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맞춰줘요. 그러나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그리고 그것이 완벽한 사랑일까요? 남녀의 사랑은 너무나 다른 두 세계가 만나야 하는 일이라서 두 세계가 만난다 해도 완벽히 만날 수 없어요. 그리고 어느 한쪽이 연인을 위해 자기 세계를 버리고 상대의 세계를 선택했다면, 그 선택을 한 이는 곧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고 결국에는 파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죠.
《내겐 너무 컸던 그녀》는 이것을 그림과 그림 밖의 세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그림 속 세상에 살던 여인과 그림 밖 세상에 사는 남자가 하나의 세상에 정착하고 사랑을 이어가는 것은 힘든 일인 거죠. 이 그림책은 사랑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다른 남녀가 만나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와 연인의 세계를 온전히 지키면서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 주는 책이에요.
그림책을 읽다 보면 글에 모든 이야기를 담지 않고 그림에도 이야기를 담아내는 책이 있어요. 그런 그림책에서 그림은 글이 갖는 한계를 채워주거나 글에는 담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어 그림책을 읽으면서 혼자만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는 즐거움을 주죠. 이 책도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내어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