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어쩌면 긴 소설이 될 이야기.27(연재소설)

호영의 절규

by 햇살나무

앞의 26편을 읽고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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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이네가 집으로 돌아가고, 김씨는 마당을 한바퀴 돌았다.

시선을 잃은 초점으로 영혼이 빠진사람처럼 걷고 있는 김씨를 멀찌감치 쳐다보고 있는 윤교수.

윤교수는 매의 눈으로 김씨를 쫓는다.



집으로 돌아온 호영은 새어머니가 된 김씨의 말이 영 찝찝해서 견딜 수가 없다.

선미를 거둬 들인 순간부터, 선미가 쫓겨 나갈 때까지 김씨는 선미의 엄마 기미와 연락을 주고 받았단 말인가.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었을 것이다.

호영은 지나간 과거를 들춰내기가 싫었다.

생각을 지우려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고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렇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한 서린 얼굴로 세상과 하직한 모습이 호영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자식으로서 많은 말을 나누지 못한 것도 죄스러운데,

꿈에서 까지 나타나 말없이 눈물만 고인 어머니의 표정에서 이생에서 풀고가지 못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어머니의 유품을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는 김씨는 의뭉스러운데가 있었다.

어머니의 흔적이 왜 김씨에게 남아있느냐 말이다.

김씨와 이야기를 해야했다.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옆에서 수발을 든 김씨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리라.

호영은 그것이 살면서 자신이 풀어내야할 숙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영은 다시 김씨를 만나러 본가로 차를 몰고 갔다.

호영은 벨을 눌렀고, 잘 준비를 하고 있던 윤교수가 문을 열러 나왔다.

그 때 주방에서 정리를 하던 김씨가 화들짝 놀라 윤교수대신 대문을 열러 나왔고,

김씨는 열린 문 사이로 호영을 보았다.


“새어머니 할 말이 있습니다.”

“대련님, 아니 호영아, 니가 지금 이시간에 와 또 왔노? 무슨일있나?”

“저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이야긴데요..물어볼게 있어서 다시 왔습니다.”

“그래, 물어봐라.”

“혹시 어머니가 실어증에 걸리시기 전에 새어머니한테 무슨 말을 남기시진 않았나요?”

“음...함보자...”


심각한 인상을 지으며 골똘히 생각하는 김씨.


“근데, 호영아. 그런건 와 묻는데?”

“하아.. 그러니까, 어머니가 자꾸 꿈에 빕니다. 별로 안좋은 표정으로요.

저한테 무슨 할말이 있으신거 같은데. 제가 살아생전에 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못나눠갖꼬

도대체 어머니가 왜 자꾸 꿈에 나타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거능 호영이 니가 어머니가 그리워가 카는거겠지.

크게 신경쓰지 마라. 인자 간 사람은 보내줘야지.

니가 자꾸 붙잡고 있으마 갈 사람도 제대로 못 가능기라.”

“새어머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그걸 모르마 제가 이 시간에 여길 왔겠습니꺼!!!”


큰소리를 치는 호영 때문에 기겁을 한 김씨가 화들짝 놀라며 들이지른다.


“아, 나도 모르는걸 갖고 내한테 와가 이카마 나는 우야란 말이고!! 늦었다 고마 돌아가거라!”

“그라마 새어머니는 우리어머니 옥반지를 와 끼고 있는데예? 그거 우리 어무이꺼 아닙니꺼!!”


반지를 보고 호영을 쳐다보며 뜨악한 표정을 짓는 김씨.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한다.


“이거는 니 엄마가 죽고나면 내보고 끼라 캤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라마 와 우리들한테는 그런 말을 일언반구도 없이 먼저 끼고 계십니꺼?”

“참말로 가엾어가 거다주고 챙겨주고 캤디만 은혜를 웬수로 갚네. 진짜 호영이 니 너무 하능거 아이가?

그래 . 좋다. 느 엄마가 왜 아무말도 못하고 돌아가신줄 아나? 남들 눈에 다 좋고 점잖다고 소문난 윤교수 양반이 새벽마다 선미를 건드렸다. "


호영은 김씨를 노려보았다.

김씨는 두눈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시커멓던 동공은 더 커졌다. 큰 숨을 들이쉬고 이어 말했다.


"니 그 몰랐드나? 느그 자랑스러운 애비가 새벽바다 선미를 건드리가꼬 그걸 알아가 사모님이 쇼크먹어가 일찍 돌아가신기다. 인제 알겠나?”


갑자기 그 말을 들은 호영은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었다.


“그,,그게 사실입니까?..”

“카고 선미가 쫓겨나고 번갯불에 콩 굽듯이 급하게 결혼해가 애 낳았는데, 근데 그 아가 누구 안지 아나?”


호영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라 시선이 흔들리는 가운데, 배신감까지 심장을 터지게 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소연이가 .. 누구 애 인데요?”

“그건 모르지. 그건 하늘말고 아무도 모르지!”

“근데 거기서 소연이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선미 쫓겨나고 얼마 안되서 결혼하고 바로 아 낳았재?”

“근데요?”

“선미가 왜 쫓겨났다고 생각하노?”

“저랑 좋아했으니까요.”

“그게 다 였을거 같나?”

“그럼 뭐가 더 있는데요?”


호영은 침을 삼키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끝까지 말을 하면 니는 느그 아버지 용서할끼가?”

“지,,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거에요? 우리 아버지가 선미를 임신이라도 시켰단 말씀이세요?”

“그런게 아니면, 왜 선미가 쫓겨났겠노? 왜 느그 어머니가 돌아가셨겠느냐고?”


호영은 더 이상 할말을 잃었다.


“선미는 알고 있었어요?”

“그러마. 다 알고 있었지.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


호영은 그 자리를 박차고 아버지인 윤교수에게로 달려갔다.

“아버지, 아버지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야가 야가 와이라노?”


아버지의 멱살을 잡으며 눈물을 토해내는 호영.


“아버지가 선미 건드렸습니까? 선미가 그래가 쫓겨난겁니까?”

“야가 지금 무슨소리하노?”

“아버지!!!!! 저한테는 그때 선미가 전부였습니다. 아버지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런 광경을 지켜보며 속으로 웃는 김씨.

김씨는 밤인데도 화장을 지우지 않은 얼굴로 두 부자의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호영아, 정신차리라. 와이라노 이거. 놔라!”

“아버지는 사람이 아닙니더. 짐승입니더.”

“이게 이게 이게 지금 무슨말을 하는거고? 어,어,어...”


두 눈을 질끈 감고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버리는 윤교수.


그때 김씨가 말린다.


“아이고, 아이고 와이라노. 호영아 와이라노? ”

“아버지, 김씨아줌마 하시는 말씀이 사실입니까? ”


김씨는 자신이 던진 불씨에 두 부자가 싸우게 된 것엔 아무상관 없다는 듯이 말린다.


“호영아, 고만해라!”

“여봐. 지금 호영이가 무슨.. 말을.. 하는거야?”

“호영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예~ 호영아 인자 집에 돌아가거라. 아버지 쓰러지시겄다.”


호영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른다.


“으악!!!!!!!!!!!!!!!!!!!!!!!”


그리곤 큰 숨을 들락이며 씩씩댄다.


호영은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난다.

윤교수는 김씨가 또 어떤말로 자신의 아들까지 돌아버리게 만들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허언증을 달고사는 여자와 상대하기가 싫었다. 그렇다고 내쫓을수도 없었다.

김씨의 욕심은 한이 없었다.

그 여자는 괴물이었다.


진즉에 자신의 아내도 김씨의 꾀임에 속아 속병을 앓고 죽어가는 것을 말릴 수 없었다.

자신의 아내 또한 김씨의 말을 믿었고 아내는 자신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그리고 말을 잃었다. 그리고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자신은 이 곳의 지주이면서 덕이 높기로 유명했기에 이 일이 동네에 퍼져 자신의 체면이 깎일까 두려웠다.

김씨의 본성을 일찌감치 알아봤더라면 이 집에 들이지도 않았을텐데..

속으로 한 숨을 쉬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천추의 한이 될 오늘도 마음으로 달랠 수 밖에 없었다.


호영은 운전을 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선미가 그 모든걸 혼자 떠안고 감내하려 호영을 떠난 것이란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한 편으로 선미가 만약 호영아버지의 아이를 낳았다면 자신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랬다.선미는 호영의 새 어머니가 되는 것이었다..


호영은 아버지를 혐오하게 되었다.

극도로 분노에 차올라 호영은 차를 거세게 몰았다.

동네에 도착하자, 차를 집앞에 세우고 집앞 포장마차로 향했다.

호영은 이때까지 살았던 인생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김씨의 말을 중간중간 넣어 다시 되감아 보았다.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외도에 말을 잃었고, 선미는 혼자 떠났다.

김씨는 산 증인이었다.

정말 아버지가 그랬단 말인가.

믿을 수 없었지만 믿어야 했다.


알고 있는 사람은 김씨 뿐이었고,

그걸 자신에게 알려준 사람도 김씨 뿐이었다.

호영은 포장마차에 앉자 마자 소주 3병을 시켰고, 깡소주를 병째 들이켰다.


그 날 마신 술로 모든 걸 잊어버리고 싶었다.



그 때 포장마차로 선미가 걸어오고 있었다.



to be continue...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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