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어쩌면 긴 소설이 될 이야기 26(연재소설)

수상한 김씨

by 햇살나무

25편을 보고오세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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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은 병주를 무너뜨리고 싶었다.
자신을 망가뜨리고 그에 이어 자신의 가족인 아버지까지 건드리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를 어떻게 무너뜨려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자신이 무너지면 반드시 병주도 무너질 거라는 믿음이었다.
아킬레스 건처럼 자신의 존재를 이용해 병주를 무너뜨리고 싶었다.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이고 병주를 껴안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고 있으려니 혼자서만 미쳐버릴 것 같았다.
소연은 매니저를 불러 차를 대기시켰다.
매니저에게 신문사로 향하자고 했다. 산발한 머리에 잠옷차림을 한 소연.
매니저는 시동을 끄고 만류했다.

“소연씨, 이러시면 안되요.”
“내가 어떻게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여기까지 왔는지 온 세상에 다 이야기 할꺼야!!.”
“그러니까, 안된다구요.”
“왜 안된다는 건데? 왜! 왜! 왜!!!”
“안 되요, 제발. 소연씨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차라리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
“나 오빠랑 할 이야기 없어. 나 막으려고 하지마. ”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 처음에 먹었던 마음이 이거야? 잘 생각해봐 소연아. 이건 너가 바랬던 너가 아니야!”
“알아, 근데 정병주 그 사람이 날 잘 못 봤어. 내가 누군데! 나 노소연이야! 내가 무너지면 그 사람도 무너지게 될거야. 그럼 어떻게든 막겠지. 그리고 그 지랄맞은 쇼도 그만두겠지!!!”
“소연아, 그렇지 않아. 너 무너져도 그 사람은 안무너져.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왜? 그 사람이 뭔데? 왜 내가 무너지면 그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건데? 왜?!!!!”
“아직 너가 몰라. 이 바닥이 얼마나 지랄 맞은지. 넌 니가 정병주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 넌 너밖에 몰라. 아직 넌 모르는게 많아.!!”
“내가 뭘 모른다는거야? 나 그만 말려. 나 그냥 신문사에 바래다 줘. 다 필요 없으니까. 나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빨리 신문사에 바래다줘!!”
“안돼 제발. 소연아. 이제 그만해!!!”
“그냥 출발해줘 그럼, 나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어디든 달려줘 어디든!!!”
“그래, 일단 운전은 할테니까, 너 머리 좀 식혀. 그리고 바람 좀 쐐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마.”

매니저는 그렇게 차를 몰았다.

그 뒤에 또 다른 차가 시동을 걸더니 전조등을 켜고 소연의 차 뒤를 쫓았다.

병주는 자신의 또 다른 끄나풀을 시켜 소연과 소연의 매니저, 그들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했다. 병주의 끄나풀은 병주에게 그들이 집을 떠나 어딘가로 향한다고 보고했고, 병주는 그들을 미행하라고 했다.




한편 호영은 지형과 지혜를 데리고 본가에 찾아갔다.
윤교수의 두 번째 부인이 된 김씨는 지형과 지혜를 한 품에 안고 끌어안았다.
지형은 담담해 했고, 지혜는 품에서 억지로 빠져나와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매만지며 지엄마에게 달려갔다.


호영은 아내 임씨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혜엄마 임씨는 쫓아오는 지혜를 거두며

“그럼 안돼...” 라고 달랬다.


김씨는 지형만을 꽉 끌어안았다.

윤교수는 구부정히 앉아 신문을 펼쳐놓고 한자를 따라 쓰고 있다.
뜨문뜨문 올라온 흰머리가 이제 함박눈처럼 새하얗게 새어 길어버린 머리 끝까지 백발이 되었다.
식사는 잘 챙겨드시지 않는지 피골이 상접해보였다.
숙인 등허리에 척추뼈가 땅에 반만 묻힌 나무뿌리처럼 불룩 튀어 나와 있었다.

호영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저희 왔습니다. 애들이랑 집사람도 같이 왔습니다.”
“오오냐. 그래 왔나.”
“할아버지, 저희 왔어요.”


지형이 윤교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호영은 지형을 다시 일으켜세웠다.


“지형아 오랜만에 우리 절한번 할까?”
“아, 네!”

호영네 네식구는 모두 윤교수와 김씨에게 절을 했다.

“그래, 모두들 다 근강하이 잘 있었재?”
“네, 아버님. 아버님은 건강하시지요?”
“그으래. 나는 괜찮타.”
“할아버지! 지난번에 본 것 보다 많이 야위신거 같아요!”

촉바른 이야기를 하는 지혜를 다그치는 지혜엄마.

“지혜야..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되.”
“맞는데 뭘.. 둘째할머니가 맛있는거 좀 많이 만들어 주세요~”

김씨는 지혜의 말에 인상을 찌푸린다.


“지혜 야는 할말 몬할말 구분을 모하노?”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여전히 호영의 엄마가 낀 옥반지를 끼고 있는 김씨.
그게 눈엣 가시처럼 보이는 호영.


김씨는 이 집의 안주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빠글빠글한 파마를 한 건지 가발을 쓴 건지 숱이 많아진 머리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옥반지를 끼며 화려한 옷을 입고 안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김씨.


호영은 잠시 김씨에게 시선이 머문다.
김씨는 자신을 바라보는 따가운 눈초리에 기색을 느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호영을 쳐다본다.

호영과 눈이 마주친 김씨.
얼른 분위기전환을 위해 지형에미에게 외친다.


“야야, 부엌가서 사과랑 배좀 깎아오니라.”
“네?아, 네..”

임씨는 호영과 김씨를 번갈아 쳐다보며 부엌으로 걸어간다.
호영은 임씨를 뒤따라 나온다.

“여보, 이제 김씨아지매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아버지 모시는 분이니까 그냥 새어머니라고 생각해라.”
“그래도 그렇지. 얼마나 됐다고 나한테 지형에미라 카노?”
“그럼 뭐라고 부르겠노?”
“아, 됐소. 그냥. 과일깎아 갈테니 당신은 방에 들어가시소.”
“그래.”

방으로 들어가니 윤교수 옆에 붙어서 열심히 한자찾기를 하고 있는 지형과 지혜.
할아버지가 쓰신 한자를 읽기도 하고, 또 다른 한자를 찾아주느라 여념이 없다.


김씨는 앉아 있느라 무릎이 불편했는지 무릎을 펴면서 주무르다가 한숨을 쉰다.

“에휴~~~~~”
“어머니 어디 불편하세요?”

호영이 어머니란 호칭을 쓰자 기분이 좋아진 김씨.

“호호호. 그게 아이고, 아이다 에비야.”
“네, 불편하신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요새 선미는 잘 지내제?”

선미란 이름을 말하자 순간 화들짝 놀라는 호영과 윤교수.
윤교수는 김씨를 못마땅하게 곁눈질로 흘기곤 헛기침을 하며 다시 원래보던데를 쳐다본다.

“네? 아, 네 요즘은 잘 보이지 않네요.”
“왜? 가 일 안하나?”
“일도 하는가 잘 모르겠심더. 어쨌든 요새는 잘 못 만나요. 그 딸래미가 소연이라고 지금 티비에 나와가 유명해졌잖아요.”
“뭐? 선미 딸래미가? 가가 첫째 아이가?”
“네 맞아요.”

듣고 있던 지형이 말을 건다.
“할머니, 소연이 아세요?”
“그래 당연하지.”
“어떻게요?”
“아, 저 그게... 그러니까 저...”
“그러게 어머니, 선미가 우리동네에 사시는건 어떻게 아셨어요?”
“응?..응? 아.. 내사 모르는게 뭐가 있노?”

그들의 대화를 듣던 윤교수가 묻는다.

“선미 가 얘기는 뭐 하러 하노? 없는 사람 이야기는 하지 마라.”
“우애 없는 사람인교? 교수님이 그런말씀 하모 안되지예..”


윤교수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김씨를 쳐다본다.
순간 아무생각없이 내뱉은 말을 수습하느라 김씨는 긴장하고 만다.


“아이고, 내사 마 나이가 뭉께 와이리 정신이 읎노..에고, 늙으마 죽어삐야제.. 나는 마당에 장독이나 좀 보고와야겠다. 끙~”

하며 뚝뚝 거리는 무릎을 짚고 자리를 일어서는 김씨.

그런 김씨가 바깥을 나가자 방금 삽시간에 일어난 이 찰나의 분위기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기운을 느낀 호영은 윤교수를 한번 쳐다본다.

뒷모습이지만 귓등이 빨갛게 올라온 윤교수의 모습.

그리고 문을 꽉 닫지 않고 부리나케 밖을 나간 김씨 따라 열린 문 사이로 호영이도 김씨를 향해 휑하니 나간다.

김씨는 마당에 나가 왼손을 등에 지고 정원에 핀 꽃잎에 앉은 흙먼지를 털어낸다.

“저어, 아줌마.”

굳은 자세 그대로 눈알만 돌리는 김씨.

“아, 어머니. 어무이가 선미 소식을 많이 아시네요.”


휙 돌아서며 호영의 말을 받아치는 김씨.

“어, 그래. 선미가 어릴 때 우리 집에서 같이살았자나. 그래가 내가 가를 아직도 못잊지. 니도 그건 알재?”
“근데 선미가 시집가고 나서 애를 낳은 것도 아신 줄은 몰랐는데요.”
“응응.. 그거는 내사 또 들어가 알지.”
“그러셨어요?”
“응 그래. 기미가 내하고 친하다 아이가.”
“기미요? 기미라 카마.. 혹시 설마.. 선미네 아줌마 말씀이라요?”
“어? 그래 아네. 그래 기미가 여기 살 때부터 내랑 친했잖아.”
“아.. 그래서 지난번에 저한테 전화번호 주신 것도 다 ..”


갑자기 퍼즐을 끼워맞추려는 호영에게 자신의 비밀이 탄로가 날까 김씨는 소스라치게 놀랬다.
자신의 발등을 스스로가 찍은 꼴이 됐다.
만약 비밀이 탄로가 나면 호영은 김씨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었다.

“아이고야 어쩌노. 근데 이 말은 내가 안했어야 했는긴데, 기양 호영아. 니만 알아라. 내가 기미랑 친했던거...”

호영은 미간을 찌푸린다.

“네?....아니 그게 어떻게...


to be continue...

20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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