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이 좋아하는 것.
3. 어떻게 하면 공황이 더 잘 일어났느냐고 묻는다면..
by
햇살나무
Jul 22. 2022
첫번째. 카페인
나는 평생 살과 전쟁을 벌였다.
3살 넘어서까지 자면서도 분유병을 물고 살았다. 매일 4병이나 먹어 해치웠단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튼튼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또래 평균에 비해 성장수준이 높은편이었다.
한마디로 키도 빨리 컸고, 살도 많이 쪘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내 뚱뚱한 몸이 싫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살을 빼기 시작했다.
본래 타고난 몸을 내 의지로 바꾼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최고체중에서 20킬로 가까이를 감량했다.
매일 줄넘기 1000번. 40분 걷기. 저녁 안먹기.
그렇게 3년.
그리고 대학들어가서는 밥을 굶기가 일쑤였고, 늘
커피나 녹차
를 들고다니면서 허기가 질 때 마다 마셨다.
수분부족으로 한번씩 버스안에서 기절하듯 쓰러졌다.
그게 공황발작이 시초였다.
결혼 후, 아이를 가지고 살이 20킬로가 다시 쪘다가 뺐고,
아이 낳고 나서 살이 다시 찌기 시작했다.
1년에 2~3킬로씩 야금야금..
살 찌는게 무서워,
결국
내가 살던 지역의 유명한 다이어트 병원을 가서 약을 지어먹었다.
그 약을 먹으면 직전까지 먹었던 음식물들이 다 뒤로 나왔다.
먹자마자 강력한 복통을 일으키며 내 위장에 있던 음식물들을 싹 청소해주던 약.
그 약을 1년이상을 먹었다.
어느 날,
저녁으로 맥주를 마시고
아침에 다이어트 약을 먹은날.
나는 공황발작이 일어나 호흡곤란증세가 심해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다 길에서 바닥에 누워 119에 실려갔다.
의사는 심부전을 의심했으나, 검사결과 몸에는 아무이상이 없었다.
두번째, 운동부족과 안 좋은 생각.
습관이다.
생각이 많은 것.
생각하느라
움직이지 않는 것.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공황은 재빨리 달아나는데 그걸 몰랐을 때에는 대책없이 공황에 빨려들어갔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끝내 나쁜생각으로 빠진다.
나쁜 생각은 우울과 불안을 가져 온다.
그걸 떨쳐버릴 수 있는 건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아들이 단순 비염일 것 같았는데, 코로나 시국이어서 병원의사는 코로나를 의심했다.
'아들이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니 그 자리에서 나는 곧바로 쓰러질 것 같았고,
그 순간 내가 쓰러지면 아들이 얼마나 놀랄까 걱정을 했다. 더불어 그 사람들이 쳐다볼까봐 부끄럽다는 생각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이렇게 발작이 일어나는 순간에도 의식이 멀쩡하다는게 더 큰 문제다.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마트 안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잠시 공포를 느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가 서있다가 중심을 잃어 뒤로 넘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 올라간 뒤 나는 여기가 사방이 막힌 마트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공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거기서 호흡을 가다듬고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내쉬면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해 명상하듯 호흡을 해서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바로 마트를 벗어나 밖으로 걸어나왔다.
걸으면서 몸을 좌우로 움직이고 기지개도 펴면서 몸을 일부러 크게크게 움직였다.
그리고 공황은 사라졌다.
세번째, 공황은 두려움 자체를 좋아한다.
어제 처음 가는 안과에서 또 폐쇄공포증으로 인한 공황을 느낄 뻔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느낌이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아, 이런 것 가지고 공황이 온다고? 진짜 짜증난다!'
라고 속으로 생각했더니, 공황이 갑자기 물러나는 것이다.
그 전에 공황발작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좁아지며 가슴을 웅크리고 있다.
심리적으로 두려워하는 순간이 신체적으로도 표현되고 있었다.
꼭 누가 야단을 쳐서 쫄았는 것처럼 뻣뻣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만 느끼면 다시 괜찮아진다.
공황은 순식간이다. 오는 것도 순식간이지만, 가는 것도 순식간이다.
공황이 올 것 같으면 한 쪽 입꼬리를 피식 하고 웃어주기만 해도 물러간다.
'이 따위에 내가 질 것 같애?'
'넌 날 이길 수 없어.'
'난 널 이겨낼거고, 이 사실을 온 세상에 알릴거야!!!!'
라고 말이다.
인스타그램으로 친해진 언니가 있다.
언니는 나보다 더 심하게 아프다. 그래도 매일 반려견들을 데리고 아침,점심,저녁으로 산책을 다닌다.
언니는 전환장애가 있다.
공황장애로 시작했지만 나처럼 호흡곤란으로 끝나지 않고, 경련과 마비를 겪는다.
그럼에도 언니는 매일 꾸준히 산책을 나간다. 의지가 대단한 언니다.
공황발작과의 싸움에서 이기라고 이름도 지어주었다.
'지랄금지'
그래서 공황발작이 일어날 것 같으면 지랄금지! 라고 외치라고 하는 것이다.
어제는 외쳤다.
"
공황아 지랄 그만해라!!
이 지랄병아!!! 이제 짜증난다!!!!!"
그렇게 공황은 물러갔다.
[-다음편에서-]
2022.07.22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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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발작
심리
에세이
Brunch Book
문제 없는 사람은 없다.
01
공황아 넌 뭐냐?
02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03
공황이 좋아하는 것.
04
우리는 떨어져야만 살 수 있는 것 일까.
05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문제 없는 사람은 없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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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떨어져야만 살 수 있는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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