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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May 23. 2024

아침 그리고 저녁(욘포세 작가 소설)

죽음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에게

요즈음 나는

인문학도가 되어 책 리뷰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읽은 이 책만큼은

꼭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기대만 갖고

줄거리도 모른 채 덥석 사버린 책이었는데


나의 어리석은 세속적인 욕심이 어쩔 땐 이렇게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일도 있구나 싶다.

이 책을 모르고 사서는 독서모임에 까지 추천을 해버린 일이다.


살면서

내가 큰 상을 받거나

큰 도움을 받을 때에만

나는 새삼스럽게 감사를 드린다.


공기처럼 당연해서 그저 내 몸에 붙은 장기처럼 익숙하게 그리고 때로는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

어릴 적 기억에 나를 서운하게 하신 것에 평생을 삐져있기도 했으면서.


이 책을 읽고서


끼억 억 울면서

또 울면서

웃는 것처럼 울면서

우는 내 얼굴이 형편없이 못 생겼겠다 흉하다 싶어 부끄럽다가도

내 눈물을 닦아줄 휴지를 찾으면서

또 그다음 전개를 읽어야 해서

남은 이야기는 어떻게 되어야 하나 해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울음이 멈추질 않아서

피했던 질문들과 상념들을 마주하게 되어서

그동안 걱정했었다가

사느라 잠시 잊었다가

다시 마주하게 되어서


사랑니 같은 아프지 않았던 이를 뽑아내서 아픈 것처럼

첫사랑의 싹이 자라 덩굴이 되어 버린 긴 가지를 잡아 심장으로부터 잡아 뿌리째 뽑아낸 것처럼

배 위의 상체와 어깨 아래 전체가 욱신거리게 계속 아파서

진정이 되어 생각을 이어나가다가도 힘이 풀리면

저절로 다시 울게 된다.


인생이라는 지긋지긋한 질병으로부터 벗어나

상서롭고 기이하고 평화롭고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 말조차도 진실과 사실일 수 없는 저 건너의 세계로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


아직 나는 준비가 안 됐는데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마흔이 되었고 주변에서는 다들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들 한다.


호강시켜 드릴게요라고만 했었는데

벌써 헤어짐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더 이상 걱정은 끼쳐드리지 않을게요라고 마음으로 다짐하고 있다.


보내드릴 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어서

그리고

아프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고

말이 필요 없고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는 곳'(p.132)이어서

어쩌면 참 다행이다 한숨을 쉬면서도 못 보는 아쉬움에 처량할 내가 걱정이 되어 이렇게 우는 가 싶기도 하다.


사랑만이 가득하고

먼저 떠나보낸

사랑하던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실 수 있어서 성스러운 축복을 해드릴 시간이 다가온다.


부디 남은 시간은

내가 아름다운 기억만 만들어 드리고 싶다.

까칠하시고 이제는 사는 게 귀찮다고 하시는,

온 평생 가족을 위해 일만 하신 나의 첫사랑인

내 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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