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며느리 2(시어머니의 마법 김치)

임신 중 유일하게 얻어먹은 반찬.

by 햇살나무



시집와서 임신하고서

먹고 싶은 게 딱히 없을 때였다.
옆집에 나랑 똑같이 임신한 내 대학 동기는

시댁이 촌이라면서
임신 8주 때부터 시어른들이

2주에 한 번씩 박스채로
과일과 고기를 종류별로 보내오셨다.

내 시댁도 포항 촌인데....

나는 뭐 먹고 싶으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또 있다고 이야기해도 힘들게 사시는 어머님께 말씀드리면 안 그래도 집안일에 밭일에 할 일 많으신 어머니께 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 같아 그 말을 입에 담아 다시 속으로 꾹 집어넣었다.


그러다 임신한 지 약 7개월쯤이었을까?
입덧도 어느 정도 가라앉고, 먹고 싶은 것도 그다지 많지 않을 때였다.
시부모님이 집에 놀러 오셨다.. 오시면서 어머님이 물김치를 담아 오셨다.

오~~~ 웬일???!!

그 물김치는 돌나물 물김치였다.
돌나물이라고, 회양목 이파리처럼 생긴 나물인데,
번식력이 좋고, 밭에 가면 널브러진 나물이다.
그거 몇 가닥 주워와서 아무 밭에 막 뿌려놔도
자기들끼리 번식해서 나중에는 한 바가지가 나올 때까지 가만 놔둔다.
그걸 뜯어다 물김치를 담그신다.
그냥 소금 넣고 빨간 고추 간 거 넣고 , 마늘, 밀가루풀 그 외 고명으로 고추 쫑쫑 썰고, 쪽파 짧게 썰어 넣고, 휘 저어 하루정도 놔두면 자연적으로 익는 아주 맛있고 간단한 김치다.
.


나는 그날 그 돌나물 물김치를 처음 먹어봤고,
그 맛이 입맛에 맞는 것 같아, 임신한 이래 처음으로 돌나물 물김치가 더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럼 나는
야야 니는 물김치만 먹고 싶나?
고기나 과일 같은 거는 더 먹고 싶은 거 없나? 입맛이 막 땡길낀데‘


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그다음에 올라오시면서 그런 말씀은 없으시고
뭔가 주섬주섬 싸오신 재료를 펼쳐 보이시는데
돌나물 물김치 만들거리였다.

그리곤 나한테 물김치 만들 그릇들을 꺼내보라고 하신다.


어머님:“니 있재. 돌나물 함 다듬어 볼래~? 돌나물은 이래 탈탈 털면 된다.”
하시면서 돌나물을 들고 윷놀이하듯 던지고 탈탈 , 던지고 탈탈을 한 수십 번은 하신 것 같다..

그리고는

어머님:“요 봐라 잔 흙 많재. 요 새에 새에 흙이 마이 끼어있다. 바람 불미, 흙딩굴미 하미 이파리 새에 새에 막 먼지 같은 게 끼인다 아이가. 됐다. 이래가 마 다 떨졌다 싶으마 인자 물 가지껏 담아가 돌나물을 그다가 담가 놓는 기라.”
하셨다.

그러시면서

어머님:“이래 물에 뿔카 놓으마(불려놓으면) 남은 잔 흙까지 사악 깨끄타이 물이 거다간다 카이.(거둬간단다.) 그래가 이 물은 싱크대에 고이 버리고 가라앉은 이 흙은 싱크대에 버리마(버리면) 막히니까 화분에 (화분 쪽으로 가시며) 탈탈 털어가 흙을 여다(여기다) 버리뿌라잉(버려버려라.) 에에이.(알았지?)”

나: “네~”

어머님:“그라고 밀가루 풀은 아인나(있잖아). 쪼그마하(조그마한) 주전자 함 주바라. 여 물을 부으가(부어서) 물이 끓으마 밀가루를 그냥 가루채 느치 말고, (넣지 말고) 밀가루를 또 물 케(에) 함 풀어가 녹이는 기라.(녹이는 거야) 그래가 이 녹인 밀가루 물을 끓는 물에 넣어가면서 휘휘 저가면서 거품 부품하이 마 차오를때까지 저서주고 주전자 밑에 안 눌어붙게, 에에이~?(응 알았지?) 그래 인자부터는(지금부터는) 불 조절 잘하면서 휘휘 저어줘야 댄다. 안 그러마 수제비처럼 응개 지그덩.(엉겨 붙거든) 휘휘함 저어 봐라.”

나: “어머니, 너무 뜨거운데요.”

어머님: “에헤이~ 그것도 몬해가 우야노, 아으 참말로, 뜨거우마 장갑그튼거(장갑 같은 것) 끼고 잡으마 되잖아. 아이고~”

좀 민망해지더군요.

어머님: “그래 인자 밀가루풀은 이래 하는 기다, 그리고 이제 뭐하노 카마, (고개를 두리번두리번거리시며) 내 갖고 왔는 고추 우앳노(어쨌니)? ”

나 : “네?”

어머님: “내 갖고 왔는 보따리 아인나,(있었지 않았니?)와 분홍색 보자기에 그 안에 내가 항금(많이) 넣어왔는데~”

나: “아, 여기 있네요. 어머니.”

어머님: “홍홍홍, 하이고 참, 내 정신 바라. 그래 여 안에 빨간 고추를 대였개 믹서기에 가는 거라. 그전에 물케 함 씻고, 그래도 내 한번 다듬었는 거라 가 깨끗하다.”

나:“네 어머님.”

어머님: “그래 인자 갈았으마, 밀가루 풀에 고추 갈았는 거 옇고, 마늘 옇고 이래가 쪽파 이것도 쫌 다듬어가 옇고, 액젓으로 간 봐가 미, (봐가며) 양념을 만드는 기라(거야). 그래가 돌나물 넣고 하루밖에 내놓고 무마(먹으면) 된다.”

나: “네 어머님. 이게 다예요?

어머님: “그래 그람 이게 다지. 니 할 수 있겠나?”

나: “네 제가 해볼게요.”

어머님: “아이다, 첨 하는 김에 내가 해 놓을게 잘~ 봐래이~!”
하시며 으름장 놓듯이 눈에서 레이저 나오는 줄..

나머지 과정은 어머님이 하셨다.

나는 어머님과 함께 내심 만들면서도
마음속에는 섭섭함이 넘쳐흘러 눈물이 되어 내릴 뻔했다.. 내가 너무 바랬나?,
하필 그 순간에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옆집 친구...
그 친구와 비교가 되면서
고기를 박스 채, 과일도 박스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이 단 한번 그것도 7개월 만에
‘돌나물 물김치’ 그 한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또 직접 해주시지 않고 만들어 먹으라니.
얼마나 서운했던지...

그 뒤로 난 그 물김치를 딱 한번 만들어 먹어보곤
다시는 만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머님이 만드신 그 맛이 안 났기 때문이다.

사실, 어머님은 김치를 너무너무 맛있게 잘 담그신다.
때 되면 밭에서 나는 깻잎, 무, 부추, 쪽파, 돌나물 등으로 늘 김치를 만드시는데, 모든 김치가 다 맛있다.

한날 내가 어머님께 왜 김치만 자꾸 만드시냐 하니까 김치만큼 오래 먹는 반찬이 없다 하신다.

그래서 밭에서 난 작물들은 다 김치로 직행하는데,
자주 만드 시다 보니 어머니 김치솜씨는
친정엄마도 엄지 척하시는 솜씨다.
물론 바로 옆에서 속행으로 입으로 들어가는, 만들자마자 엄격하게 맛을 평가하시는 아버님의 훈수가 한몫하겠지만.

김치 맛보시는 아버님 모습은 그야말로 김치 장인 같으시다. 입맛이 칼 같다.


눈을 감고 김치를 한입 가득 드시고는

꼭 미스터초밥왕 할아버지처럼,

풍성한 눈썹이 팔자로 뻗어서 길게 늘어진 눈을 가린다.
아버님; 에헴, 이것은 짜다. 이것은 싱겁다. 이것은 조금 달다.
뭐가 어떻다, 저떻다. 하시는데


진짜 귀신같이 맛을 잘 보신다.
김치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생긴다면 제2의 인생은 아마 그곳에서...


같은 재료로 똑같이 만드는데 왜 난 그 김치 맛이 나질 않는 걸까.

어쩌면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

어머님이 김치를 만들 때 부리는 마술이 있다는 것을.

“우리 며느리 묵게 맛있게 익어주이소~”

라고
땅 신, 하늘신, 나물 신, 김치 신께
우리 어머님이 마음속으로 비시는 걸 수도..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대학 동기가 받았던 과일과 고기보다도


우리 어머니 김치가 최고인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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