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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ug 11. 2023

08 앗차 하다 속아요!

못 믿을 영어 Smartphone Application

내가 이 나이 되도록 영어에 진심인 이유는 내 업무를 하는데 절대적인 필요성과 영어를 잘하게 되면 영어로 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등 상상도 못 할 장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하려고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한 지인으로부터 외국인들과 직접 통화하며 대화할 수 있는 app이 많이 있고, 당시 본인도 Canada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통화를 하며 회화 실습을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며칠 전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유튜브에 "Free English Pracice app"으로 검색해 봤다.  한 남성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친절하게도 몇 개의 app을 추천하는 영상을 접하게 됐다. 그 채널에서 가장 먼저 추천된 'H*** ***K'을 내려받아 설치했다.


간단하게 국적, 나이 등의 프로필을 등록하자 1분도 안 됐는데 십여 명의 낯선 외국인들로부터 'Hi!'가 빗발쳤다. 프로필 사진을 보니 전부 미모의 여성들이었다. 순간 내가 뭐라도 된 듯 '오, 이거 내가 이 정도 인기야'하며 우쭐했다. 기분 좋은 출발, 내심 내가 기대했던 대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글로벌하게 인맥관리도 하고 영어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 메시지를 전부 일일이 답할 수 없어서 프사를 보면서 가장 인상이 좋아 보이는 아일랜드 친구의 인사에 답을 했다. 첫인사를 하고 간단히 신상파악을 했다. 그 친구는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고, 한국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거기 까지는 무난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자 그녀의 다음 질문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다.


(사례 1 : 아일랜드여인 - 작가의 대화 순(영한 번역))

"당신은 이 앱을 처음 사용하시나요?"

"네"

"나와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으세요?"

"네"

"그렇다면, 당장 이 앱에서 당신의 계정을 삭제하고 카카오톡으로 나와 대화할 수 있나요"

"왜요?"

"카카오톡이 더 편리하니까요!"

"그건 나중에 하죠!"

"나는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을 좋아해요!"

"저도 그래요"

"나쁜 사람들이 나한테 나체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기도 해요"  ←  이건 뭐지!

"oh my god"  ← 순간당황 이때부터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함

"나는 당신이랑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요, 이건 제 사진이에요"  금발의 미녀 사진을 보내옴

"아름답네요"

"당신 사진을 보내 줄 수 있나요?" ← 본색이 드러남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냥 영어로 대화나 할까요?"  ← 의심이 확신으로 변함

"네, 지금 대화하고 있잖아요"

"내가 원한 건 Real conversation입니다."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 내가 의심한다는 것을 눈치챔

"죄송합니다. Bye"   바로 카톡 차단 조치


첫 번째 상대와 위 대화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계정을 탈퇴하라고 강요하고, 묻지도 않은 사진 얘기를 먼저 꺼내는 등 이런 앱을 처음 사용해 봤지만 전형적인 피싱 범죄 유형 패턴이구나 싶었다. 상대에 대한 정보는 프로필들이 전부다. 프사에는 대부분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단지 이 정도 갖고 판단하기 이르다 싶어서 다른 상대(영국여성)와 다시 대화를 해봤다.


(사례 2 : 영국여성 - 작가 대화 순(영한번역))

"나는 한국을 너무 좋아합니다. 한국인 친구가 부산에서 결혼을 해서 축하해 주기 위해 한국에 간 적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나는 직장인이고 영어 실력을 높여야 해서 영어로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네, 잘됐네요. 나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배워서 한국에 다시 가고 싶어요"

"좋네요. 나는 한국어를.. 당신은 영어를 서로 가르쳐 주면 좋겠습니다"

"좋아요. 그런데 당신은 사람의 어떤 성격을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직,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저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저도 반갑습니다"

"저는 지금 런던에서 혼자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직업은 엔지니어고요" ← 미끼 투척

"저는 직장인입니다. 해외 관련 업무를 해서 수준 높은 영어가 필요합니다"

"좋아요. 당신은 나와 진실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좋습니다"

~ 중략 ~

(갑자기 점심메뉴 '스파게티' 사진을 보내옴)

"점심을 스파게티를 먹었습니다"

" 맛있어 보입니다"

"당신은 어떤 취미 생활을 하나요?"

"저는 가끔씩 백패킹을 즐겨요"

"내 생각에는 당신은 결혼을 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래도, 우리는 진실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 지속적 가스라이팅

"네"

"혹시, 사람한테 배신을 당해 본 적 있나요?"  ← 슬슬 본색이 드러남

"없습니다"

"저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다시는 사람한테 더 이상 배신을 당하고 싶지 않아요"

← 측은지심, 동정심 유발 시작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더 좋은 사람을 반드시 만날 거예요. 기운 내세요!"

(다음날 아침)

"진실한 나의 친구에게 보내는 소망의 메시지, 기쁨으로 영원히 기억될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출근 후)

"회사에서 허가를 해준다면 8월 중으로 한국에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묻지도 않음

"네, 잘됐군요! 그런데, 우리 언제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어요? 보이스톡으로 대화를 할까요?"

"안 돼요. 지금 우리는 이렇게(문자로) 대화를 하고 있잖아요!"  ← 음성 통화 차단

"나는 직장인으로 texting 할 시간이 없어요! 특정 시간에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진실한 나의 친구, 우리는 지금처럼 신뢰하면서 지금처럼(Texting) 지내면 돼요"  

"미안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Bye!" 바로 차단함


사례 1, 2를 경험하는 동안 같은 팀에서 일하는 직원이 오찬 후 내게 달려와 웃으면서 하는 말 "팀장님! 저도 팀장님처럼 같은 앱 다운로드하여 영어 공부하려고 했는데... ha~ha~ 여기도 패턴이 똑같아요!" 하며 어이없어했다.


내가 그의 대화 화면을 보니, 멘트도 거의 똑같고 단계별로 뭔가가 진행되는 느낌, 반복적인 표현 등 그때부터 확신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피싱에 걸려들겠구나 싶었다. 바로 차단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서 팀원의 말을 들은 뒤 다시 구글을 통해 영문 검색을 해본 결과 그 앱은 사기꾼들의 천국이라는 글이 많았다. 타인을 잘 믿는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당하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찝찝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아무튼 영어, 돈 안 들이고 계속 공부 좀 하려 했는데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나마 바로 차단을 해서 어떤 피해도 없으니 그걸로 다행이라고 위안 삼았다.


이 일로 '배움에는 내 돈을 쓰자'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다. 희한하게 공짜 수업은 집중도 안되고 수업에 대한 자세가 느슨해진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끝으로 그런 앱을 통해서 피싱이나 사기에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 봤습니다.  

1. 프로필 사진은 전부 미인사진

2. 한국과 한국인을 알고 싶어 함을 강조

3. 미끼 단어를 투척함(사례 1에서는 '나체', 사례 2에서는 '나 혼자 아파트')

4. 지속적으로 '신뢰'를 강조

5. 그 앱을 처음 사용하는지 묻고, 처음이라면 기존 앱은 삭제 또는 탈퇴 요청,

    카카오톡으로 대화방을 옮기자고 제안 (추정컨대 송금기능이 있는 메신저로 이동)

6.  뜬금없이 평범한 사진을 보내기 시작 (그러면서, 상대방의 사진을 요구)

7.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반복 (가스라이팅)

8. 측은지심(사람에게 상처받았고, 돈도 날렸다 더 이상 그런 경험하고 싶지 않다 등) 유발 (가스라이팅)

9.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안 함.

10. Text로만 대화하려고 함(보이스톡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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