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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13. 2023

07 살벌했던 첫 영어 실전

외국인들 앞에서 꽁꽁 얼어붙은 입

2004년 네 번째 직장에서 드디어 영어를 사용할 첫 기회가 생겼다.


충남 금산은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서는 매년 가을이 되면 금산인삼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해에는 특별히 '2006금산세계인삼엑스포'라는 대규모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준비가 한창이었다. 내가 받은 미션은 서울 광화문과 한남동 일대에 있는 주한외교공관 외교관들을 모아 이태원에서부터 버스로 금산인삼축제장에 데려오는 것이었다.

 

새벽 일찍, 용산으로 가서  약속된 인원들을 기다리면서 한 명 한 명 신원을 확인한 후 버스에 태우고 다시 금산으로 향했다. 대전을 지나 금산인삼휴게소에 도착했다. 이유는 그 휴게소에서 점심을 제공하기로 돼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을 섭외하고 초청하는 팀과 서울~금산을 오가며 사람들을 영접하고 영송하는 우리(운송팀)와는 팀이 달랐다.  사실 그렇게 공관원을 초청하는 것도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초청팀에서 아주 초보적인 실수를 했던 것. 초청대상자에는 무슬림신자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의 식습관(할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점심 메뉴를 예약해 뒀던 것. 그중에 일부가  나를 비롯한 운송팀에게 컴플레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당황한 우리는 갑작스럽게 한 사람씩 가서 일반식인지 할랄식인지를 물어, 다시 식당에 주문을 해야 됐다. 그런데, 너무 당황스럽고 긴장되어 입이 열리지도 않았다. 이미 주눅이 들어 그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할 상황에서 겨우 그들의 의사를 확인 후 겨우 겨우 점심을 마쳤다.


이미 기분이 상했던 일부 공관원(아직도 기억남. H국가  1등 서기관)은 휴게소에서 우리가 준비한 점심은 거절한 채  자비로 간단한 스낵으로 점심을 때우고 지나가는 나에게  영어로 컴플레인을 했다. 그런데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두어 번 같은 말을 반복하던 그도 내가 전혀 알아듣지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갑갑한 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정도의 영어 수준으로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었다. (사실, 엄청나게 충격을 받음)

영어와 관련된 실무 업무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 개막식 공관원 초청 이후 축제 기간 중에 다른 미션을 받았다. 이번에는 더 수준이 높아졌다. 몇 번을 고사했으나, 그냥 하라고 하면서 떠넘겨서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는 주한외국대사 부인들을 금산으로 데려와  UNICEF 기금마련을 위한 '앙드레김(세계적인 디자이너) 패션쇼'에 참가시키는 것이었다.(당시 금산군은 유니세프 협력도시로서, 유니세프와 관련 활동을 하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패션쇼를 개최할 수 있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많은 외국대사 부인 20여 명이 금산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동기 중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동기가 메인 통역으로 하루종일 그들을 안내했다. 그는 이전 직장경력(무역회사)을 십분 발휘해 그날의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물론 당사자는 무척 부담스럽고 힘들어하긴 했다. 그때 나는 보조역할이어서 영어를 별로 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내는 동기의 화려한 영어에 연신 감탄만 하고 있었다.  



금산이라는 작은 시골지역에서 최첨단의 영어 실력을 요구받았던 이 경험들은 그 이후 이어지는 인생에서 밑거름 같은 역할을 했다. 비록 나 스스로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그런 강한 자극(동기부여)을 통해 영어에 대한 진심은 더 커져갔다. 실전 같은 회화를 꾸준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화영어'를 통해 매일 10분씩 '꾸준히' 출석률 100%를 달성하고 있다.


주위 친구나 동료들은 전화영어에 대해서 "별 효과 없던데. 너무 일상적인 말만 반복하던데..."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다.


사람마다 느끼고 활용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다. 나는 내가 수업을 거의 진행한다. 매일 수업 주제도 내가 정하고 대화를 주도한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강사라 해도 한 달 이상 같이 수업을 하지 않는다. 일부러 교체를 요청해서 다양한 발음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 덕택으로 다행히 지금은 영어로 내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큰 부담도 없다. 가끔 공식적인 일 처리가 필요할 때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는 한다. (법적문제 발생 대비 차원)


'꾸준함과 연습' 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Practice Makes Per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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