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가까울수록 좋은 것일까
당신과 나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가끔 문득 그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친구, 연인, 부부, 동료 간에 늘 가까이 있는 게 정말 좋은 것일까?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안전거리가 필요하듯...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는 더더욱 상대를 배려하는 '거리'가 필요하다. 물론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을 포함한 의미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호흡할 수 있는 거리. 그 거리가 겹겹이 쌓이면 공간이 되고 그것은 어쩌면 '숨통'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숨 막혀 죽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을 내뱉은 화자는 아차 하며 후회해 봤자 그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이미 상황은 차갑게 얼어붙어 버린다. 비단 연인, 친구 사이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간에도 이런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공간은 상대와의 부정적 거리가 아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완충구간'이다.
오랜 시간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 부부들을 보면 대체로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연애 또는 신혼 때는 무슨 일이든 함께하고 싶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좋은 관계는 둘이 함께 보낸 시간의 총량과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휴일이면 집에만 있는 몇몇 친구들이 있다. 가끔 그들을 만날 때면 묻곤 한다.
"휴일에 집에서 뭐 하고 지내냐?"
"그냥 있어!"
"와이프 하고 같이 취미활동이라도 하냐?"
"아니, 아무것도 안 해!"
"그럼 뭐 해?"
"각자 하고 싶은 거 해, 낮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거나 TV를 보거나..."
"그럴 거면 나와 나랑 가까운데 등산이라도 가자!"
"그러고 싶은데... 안될 것 같다"
"왜? 아무것도 안 한다면서..."
"와이프가 그건 또 안 좋아해"
"각자 하고 싶은 거 한다며?"
"응, 그래도 나는 밖에 나가면 안 돼!"
친구는 일단 배우자가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본인도 가끔 자기가 원하는 것 하면서 지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욕구보다는 일단 아내와 '평화'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큰 거였다. (그것 또한 내 친구가 그의 아내를 찐으로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와는 정반대인 다른 지인 부부는 늘 함께한다.
자식들이 성장해서 결혼도 하고 얼마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분들인데, 그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디를 가든 뭘 하든 늘 같이 다니며 같이 한다. 정말 금실이 좋은 부부인가 싶다가도 각자 친구들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진실은 본인들만 알 것이다.)
사는 방식은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을뿐더러 어떤 삶이 가치 있는 것인지 또한 그 기준도 없다.
다만, 각자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몇 년 전에 본의 아니게 일 년간 주말 부부를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 1년 동안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나에게 그 1년의 시간은 앞서 말한 '완충구간'으로 보낸 것 같다.
부부, 연인, 친구, 동료 어떤 관계 든 간에 중요한 건 그들과의 적당한 거리이면에는 반드시 '신뢰'가 깔려있어야 한다. 신뢰가 없으면 적당한 거리도 완충구간도 없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