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그것
추석을 맞아 가는 곳마다 아주 뻔한 한 문장, 아무 감동 없는 문장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그러나 그런 개념 없는 문장은 공허할 뿐이다.
사막처럼 메마른 그 무미건조한 한 문장 '000 한가위 (또는 추석) 되세요!'이다.
현역 국회의원, 지자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 교육감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한 그들이 동네 교차로, 육교 밑 온갖 목 좋은 곳에 걸어 둔 그 현수막, 가을 단풍 마냥 형형색색 울긋불긋하다.
주민들이 그 문구를 보고 어떻게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당신들만 없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마음 들킬세라 이 글을 쓰면서 조심스럽기만 하다) 차라리 걸지나 말든가...
아무튼 그 인공조미료처럼 식상한 문장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들을 정리해 보자면
첫째, 그 문장은 문법적으로 비문이다.
사회 통념적으로 그냥 그렇게 많이 사용해서 그게 맞나 싶은데. '되세요' 보다는 '~(을)를 보내세요'가 잘 어울린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행정을 한다고 하니 벌써 신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둘째, 합법적인 위치에 게첨 된 것은 몇 개 안 된다. 대부분 불법현수막들이다.
아무 데나 목 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그것들이 춤을 추고 있다. 보는 이들에게는 공중에 떠있는 5~10만 원짜리 공해일 뿐이다. ("자진 철거 안 하면 애먼 공무원들이 하나하나 철거를 해야 될 텐데...")
셋째, 현수막 문구를 그렇게 하라고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지 아니면 어떤 매뉴얼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단언컨대 그럴 리 없다. 하나 같이 창의성도, 개념도 없는 천편일률적인 문장들 뿐이다. 그러니 주민들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그 사소한 것 하나 시대의 변화나 주민들의 생각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그들에게 정치나 행정을 맡겨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냥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이나 기관에 기부를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나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뉴스를 볼 때마다 늘 싸우고 있는 그들의 모습 참 한결같다. 그래서 짜증도 나고 꼴 보기도 싫다. 오죽하면 '우리 국민은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성에는 안 차지만 우리 사회는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주문을 외우며 산다.
그래서 선거일에는 반드시 투표를 하게 되고, 보기 싫어도 뉴스를 챙겨 보게 된다. 그래도 불과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더디지만 차츰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아주 극히 드물게)
마지막으로 다음 설 명절에는 또다시 현수막을 게첨 할 그들에게 부탁한다.
좀 새로운 문장, 주민들이 공감할 문장을 미리 고민 좀 해보라고... 그럴 능력이 없다면 Brunch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국민 작가'님들의 좋은 글에서 멋진 문장을 차용이라도 해서 만들어 보라고 제발. (이것은 '생각하는 힘'을 좀 키우라는 말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 시대에 아무런 차별성도 없고, 창의적이지 못한 당신들을 뭘 보고 찍어달라는 것인가 묻고 싶다.
혹여나 독자 중에 정치인이 있다면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길 바란다. 명절 밥상머리에서 당신들은 늘 욕받이였다는 것을... 그것이 당신들의 숙명이라는 것 또한 잊지 마시길...
진심으로 이런 얘기 듣기 싫다면 정치를 똑바로 잘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