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한 영향력에 대하여
브런치, 나의 글쓰기를 잠시 되돌아보면 다른 작가님들처럼 정기적으로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는 쓰고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지난여름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글쓰기보다는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동시에 횟수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어찌 되었든 글을 쓰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사고의 폭은 글을 발행할수록 깊어지고, 그 방향의 스펙트럼도 확장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2년 반의 시간이 흘러간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 중 하나는 직장 동료들에게 브런치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익명이라는 이름뒤에 숨어 특정인을 묘사하기도 하고 아포리즘을 활용해 고급(?) 지게 디스를 하려면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나름의 그런 원칙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다만, 직장과 전혀 관련 없는 친구나 다른 지인에게는 알리기도 한다.
나의 브런치 활동을 알고 있는 지인과 며칠 전 오랜만에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분은 가끔씩 나의 글을 읽고 열심히 하트를 꾹꾹 눌러주시기도 한다. 그분은 초창기부터 나의 활동 사항을 잘 알고 있었고 내가 브런치 활동을 하면서 삶 속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공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글쓰기의 매력이 뭔가에 대해서 가끔 대화를 하기도 하는 분이다.
이번 통화에서도 글쓰기의 매력, 효과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했는데 대화 말미에 그분이 던진 한마디 말에 뭔지 모를 뿌듯함이 가슴 벅차게 밀려왔다.
"00 씨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아이고 감사해요. 그런데 아직 졸작입니다. 그냥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지난번 보령 청라은행마을 할머니들 이야기, 내용도 너무 좋고 그곳 추천해 주셔서, 가족들과 다녀왔는데 얘기대로 너무 좋았습니다"
"오호, 잘하셨어요!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던가요?"
"예, 너무 좋았어요!"
"아무튼, 다행이고 만족했다니 제가 더 감사하네요!"
"덕분에 좋은 곳 알게 돼서 좋았습니다"
"별말씀을..."
"아, 사실 저도 00 씨 덕분에 용기를 내서 얼마 전에 글을 하나 써서 공모전에 냈습니다"
"와우, 무슨 공모전에요?"
"00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 있어서 그냥 하나 써서 내봤는데 운 좋게 입상했습니다"
"거 봐요, 일단 쓰면 된다니까요. 재능 있으시다니까... 정말 축하합니다"
"덕분에 00 씨 글 쓰는 거 보다가 저도 용기를 얻어서 써봤는데 운이 좋았나 봐요"
"그러면, 이참에 앞으로 쭈욱 글을 써보세요. 그 정도면 재능도 발견하신 것 같으니... 제가 늘 응원하겠습니다"
"그래볼까 해요"
"브런치에도 도전해 보시고요!"
통화가 그렇게 끝이 났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다.
나는 아직 글쓰기를 더 많이 배워야 하고 훨씬 다양한 습작을 해야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늘상 나 스스로 민망하고 뭔가 늘 부족하다는 생각뿐인데 누군가는 그런 나의 미완의 글을 좋아해 준다니 감사할 따름이며 때로는 몸 둘 바 모르겠다. 게다가 나의 도전과 실천이 그에게 인생의 자극이 되었다고 하니 이보다 더 귀한 보상이 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고맙고 한편으로는 더 진솔한 글들을 써야겠다는 다짐과 각오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그에게, 그의 도전이 또다시 나를 각성하게 한다. 이런 것이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브런치를 한 이후로 가장 맛있게 글쓰기 맛을 느껴본다.
오늘처럼 세상이 비에 젖는 날에는 뭐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맛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