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다른 이름

by 바람아래

혹시 위장병이 돋았나 때만 되면 속이 왜 이리 쓰릴까?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연초는 우리 회사를 비롯한 많은 기관의 '인사의 계절'이다.

정기인사의 묘미는 현재 부서에서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팀장, 과장 혹은 동료와 맞지 않을 때, 이 틈을 통해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때마다 일명 핵심부서 또는 인기부서에는 많은 직원들이 경쟁적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당연히 '승진'을 기대하는 직원들이 밤잠을 설치는 기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근무평가, 성과평정을 잘 받아 승진 급행열차에 올라탈 수 있는 요직 한두 자리를 두고 인사철마다 한바탕 '전쟁'이 일어나기 일쑤다. 우리 조직에서도 여느 조직과 별반 다르지 않게 파벌 간의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곤 한다. 눈치 빠르고 처세에 능한 직원들은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일명 '실세' 라인에 새벽 이슬에 젖은 낙엽처럼 착 달라붙어 꽃보직이라는 꽃가마에 바로 올라탄다.


물론 아주 드물게 실력과 인성을 갖추고 관계 형성도 원만한 경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즉 능력은 커녕 관계마저 엉망인데도 요직에 가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경우는 십중팔구 윗선에서 꽂는 그 낙하산이다. 온갖 학연, 지연으로 얽혀 간신배 같은 간부들이 인사권자의 눈과 귀를 막은 채 감언이설로 일명 '바지사장'을 앉히는 경우다. 그렇게 꽂힌 바지사장은 간신배들이 시키는 대로 영혼 없는 꼭두각시가 되어 전횡을 일삼거나, 자신과 그 추종세력의 인사, 이권, 그리고 퇴사 후의 삶까지 큰 그림 속에서 설계한다.


이런 조직이 과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리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조직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안타깝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그런 일들은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진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런 바지사장들의 착각이다. 요직에 간 배경을 두고 마치 자신의 능력이 탁월해서 그 자리에 간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명백한 자기합리화가 아니라면 강력한 자기애다. 학연, 지연에 얽혀 소위 '잘 나가는 뒷배'를 둔 덕임을 간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류의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들이 근무한 기관에서 '그동안 모든 일은 혼자 다 했고 고생은 그 혼자만 한 것처럼' 온갖 썰을 잘 풀어대곤 한다. 그렇게 그들은 실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기 일쑤다. 요즘 트렌드는 커녕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젊은 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으면서 '요즘 친구들 말이야, 참 심각해~'라는 푸념을 일삼곤 한다. 그런 헛바지들의 사고는 그들이 경험했던 초임 시절의 시간에 갇혀 있다. 2026년을 살아가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반대로 능력이 높은 사람이 자신의 기술을 과소평가하는 인지 편향을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어쩌면 후자의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좋게 보면 '미덕과 겸손'으로 여길 수 있지만, 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능력 없는 헐렁이 바지사장일 뿐이다.


실세라는 라인과 바지사장이 난무하는 조직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보나 마나 비전과 전략 따위는 없다. 그냥 이 순간 무탈하면 된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조직이라면 그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무능과 부패로 국민들에게 버림받을 것이고, 일반 기업이라면 순식간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수순일 것이다. 라인들이 득세하고 바지사장이 난무하는 조직은 조직원들의 영혼을 썩게 한다.

능력보다는 힘 센 실세 라인의 눈에 들어 충성 서약을 하는 순간 성공한 인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신기루와 같다. 그들이 그런 요직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능력의 한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어떤 조직이든 그 큰 구멍을 알아차리는 건 순삭이다.


이런 바지사장과는 반대편에 있는, 그렇지 못한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은 피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퇴근 길 쓴 소주 한 잔에 마음을 달래며 인생을 곱씹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소박하지만 결코 추하지 않은 그들을 '우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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