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라다 작가의 첫 출간작 '죽음예정자'

by 바람아래

어느 날 자신의 아이가 "아빠, 나 책 썼다"라고 하면서 책을 들고 온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형님이자 동료가 한 분 있다. 얼마 전 그로부터 자신의 딸이 책, 그것도 소설을 썼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요즘 독립출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 지난주 그를 만났을 때 그로부터 『죽음예정자』를 받아볼 수 있었다. 책을 받고 미리 사주지 못해 미안함이 들었다. 사실 나도 책을 적지 않게 읽는 편인데, 소설, 그중에서도 판타지는 내 관심 목록에 없었다.


그래도 지인이 준 책이기에 열심히 읽어봤다.


작가 라다는 이제 고3이 되는 여학생이다. 에필로그를 읽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국어 수행평가로 에세이나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기왕 하는 거 출판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반년 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라고 고백한다.


라다작가의 첫 출간작 '죽음예정자'


소재는 평범해 보이지만 풀어가는 과정은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스토리가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다. '시너'라는 새로운 세계관이 등장하는데, '시너'는 죽음을 택한 자들에게 나타나 그들을 구해내는 자들이다. 그들의 활동을 간결하게 풀어내고 결말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향해 열려 있다.


여고생들이 겪을 수 있는 현실의 문제들을 동갑내기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따돌림, 가정폭력, 자살 등 그 나이에 마주할 수 있는 무거운 이슈들을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담아냈다. 그 끝이 절망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이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밝을 수밖에 없었다.


서사는 명료하게 전개된다. 따로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기본기가 탄탄하다. 처음 글을 쓰면 한 구절이라도 더 넣고 싶어 지기 마련인데, 라다 작가의 글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군더더기가 없으니 읽기에 부담이 없다.


쇼츠와 AI가 일상이 된 세상, 깊은 사고보다 단답형을 선호하는 시대에 이 책은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진정으로 '쓰는 인류가 일류'가 아닐까. 나이는 작가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아이가 "아빠, 나 책 썼다"며 책을 건넨다면 어떤 마음일까. 그 아빠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빠 친구로서, 그녀가 글쓰기를 계속해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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