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 끝날 무렵이면 나는 어김없이 락스를 꺼냈다. 마치 예비군 훈련처럼, 때가 되면 참가해야만 하는 연례행사였다. 욕실 타일 사이, 베란다 구석, 변기 물탱크 뒷면. 곰팡이가 점령한 자리마다 락스를 뿌리고, 냄새를 참으며 문질렀다. 그게 당연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겨울은 달랐다.
지난 연말, 송년회 대신 대청소를 했다. 평소 손이 닿지 않던 구석까지 샅샅이 훑었고, 그 뒤로 한 가지 루틴을 만들었다. 가족 모두 샤워를 마치면, 창문을 열어 잠깐 환기하고, 스퀴지로 벽과 샤워부스의 물기를 쓸어내린 뒤, 선풍기를 10분간 틀어 완전히 말리는 것이다.
단순하다. 하지만 두 달을 해보니 결과는 명확했다. 곰팡이가 사라졌다. 물때도, 비누 때도 거의 끼지 않았다. 마지막 뒤처리가 내 몫이 되어 귀찮긴 하지만, 락스와 씨름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월하다. 핵심은 간단했다. 곰팡이가 좋아하는 환경, 즉 '습기'를 남기지 않는 것.
욕실 문제가 해결되자 눈길이 베란다로 향했다. 우리 집은 주방과 세탁실 베란다가 이어진 구조인데, 겨울마다 외벽 공사를 제대로 한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시베리아처럼 추웠다. 온도 차가 크다 보니 결로현상이 심했고, 당연히 곰팡이가 따라왔다. 이 문제는 솔직히 해결할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답이 왔다.
지난봄, 오래된 빌트인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꿨다. 청소가 불편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별 기대 없이 바꾼 것인데, 다시 겨울이 되자 베란다에 결로가 생기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분명했다. 가스불로 요리할 때는 실내 온도가 급격히 올라 실내외 온도 차가 커졌는데, 인덕션은 그만큼 온도를 올리지 않으니 결로 자체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진작 바꿀걸"이라는 후회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올겨울, 나는 곰팡이와 완전히 작별했다.
락스도, 물때와의 전쟁도, 그 머리 아프게 했던 냄새도 없다. 대신 얻은 건 조용하고 깔끔한 욕실, 뽀얀 베란다, 그리고 그 싸움에 쏟아붓던 내 귀중한 시간이다.
해결책은 거창하지 않았다. 원인을 없애는 것.
딱 그것이면 충분했다.
[대문사진 : Chatgpt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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