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수다

보통의 감성

by 바람아래

그의 말이 돌아왔다.


겨울 방학 동안 몸과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아들에게 봄의 기운이 온 방면으로 좋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개학 이후로 확연하게 기분이 좋아진 듯하다. 그럴 때면 아들은 평소와 다르게 입에 모터를 단 듯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시콜콜 엄마에게 털어놓는다. 학업, 친구, 시험, 졸업여행, 반장선거, 새로 부임한 선생님들 등 그의 대화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저녁을 먹고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학년이 바뀌고 새로 만난 선생님과 급우들에 대하여 일일이 얘기를 나눈다. 몇 시간째 이어지는 아들의 이야기에 아내는 피곤한 듯 은근슬쩍 서재로 쓰는 작은 방으로 피신을 해보지만 아들의 레이더에 바로 잡혔다.


그들의 대화가 이렇게 길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아들이 기분이 좋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나는 굳이 그들의 대화를 끊고 싶지 않아 모른 척하고 거실에서 재미도 없는 TV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만 요란스럽게 돌려댄다.


지난겨울 방학 동안 아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났다. 아직 그 끝까지 완전히 통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려와 달리 이제 그래도 희미하게나마 그 끝이 보이는 듯하다. 그 시작이 아들의 언어다. 그의 수다는 긍정의 시그널임을 우리는 안다.


#대화 #소통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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