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

보통의 감성

by 바람아래

우리 가족의 주말은 국밥 한 그릇으로 시작된다.


평일에는 엄두도 못 내는 살짝 늦잠을 잔다거나, 눈은 떴지만 커튼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보며 몸을 비비 꼬거나 크게 기지개를 켜는 등 각자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게으름을 피운다. 그렇게 뒹글뒹글 한 후 집에서 멀지 않은 소고기 국밥집에 가서 뜨끈한 브런치를 즐기는 것이 보통의 주말 아침 풍경이다.


그곳은 아들이 아기 때부터 즐겨 찾던 곳이라 자주 가게 된다. 일주일의 피로가 쌓인 탓에 입맛은 없고, 이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갈 때마다 "아이고, 이 집 아들 다 컸네"라고 늘 똑같은 아침 인사를 건네는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늘 북적이지만, 우리가 가는 시간에는 온전히 우리 가족만을 위한 공간이 되곤 한다.


여러 번 토렴 된 국밥에 주방 할머니들의 손맛까지 더 해진 뚝배기가 나오면 아들은 익숙한 듯 빨간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먹으며 "오늘은 조금 짠데" 혹은 "오늘은 딱이야"라며 그날의 국물 맛을 평가하곤 한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10년이 훌쩍 넘는 동안, 우리 가족은 빨갛지만 맵지 않은 이 국밥의 감칠맛과 깔끔한 국물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날도 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들의 표정이 조금 달랐다. 겨울 방학 내내 학업과 진로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던 터라, 요즘 들어 부쩍 말수가 줄고 입맛도 없어 보였다.


우려와 달리 다행히 뚝배기 바닥이 보일 정도로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캬~ 오늘 국물이 다른 때보다 더 맛있네!" 얼굴 표정이 훨씬 밝아지면서 가출했던 그의 말들이 돌아왔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 나이 십 대에 가질 법한 고민과 번뇌의 연속. 자신에게는 가장 가혹했을 그리고 길고 길었을 고민의 터널 끝에서 희미하게나마 출구를 찾은 듯한 표정이 그저 반가웠다.


소고기 국밥은 지칠 때는 한 그릇의 위로였고, 즐거울 때는 축복이었고, 힘들 때는 영양식이었다. 그래서 국밥 한 그릇은 단순히 한 끼의 의미가 아니다. 국밥을 비우는 그 시간만큼은 어쩌면 나와 아들, 서로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배려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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