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r와 Interviewee(4)

Attitude is Altitude

by 바람아래
면접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한다.
집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어쩌면 면접관은 이미 당신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면접은 사전에 공지된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것.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수도 없이 많은 기회를 얻어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면접을 주관했던 나의 경험을 소개한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도 여러 명의 지원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면접 장소에 모였다. 지원자 도착 마감 시간은 13:30이었다. 그런데 12:30이 되자 한 여성 지원자가 도착했고, 이후 10여 분 간격으로 4명의 지원자들이 순차적으로 도착해 접수를 마쳤다. 그들은 대기실에 앉아 곧 시작될 면접을 위해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지원자들은 마감 시간에 임박해서 도착했다.


마감 시간이 됐다. 두 명은 결시했다. 그리고 5분이 지나 한 지원자가 접수대에 나타났다. 차가 밀려 늦었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면접 또한 시험이기에 결시 처리가 됐다. 오후 2시, 모든 사전 교육이 끝나고 면접이 시작됐다. 응시번호순으로 면접시험실에 들어갔다. 면접이 2시간을 넘어가자 대기자들의 불안과 긴장은 고조되는 듯했다. 그때부터 지원자들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지루한 듯 몸을 비비 꼬거나, 불안한 듯 대기실을 왔다 갔다 했다. 합격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를 보이는 지원자들도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다.


면접이 시작된 지 거의 3시간이 지나자, 대기자들의 모습은 처음보다 훨씬 흐트러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지원자가 있었다. 지원자 L이었다. 바른 자세로 앉아 준비해 온 자료를 조용히 검토하며 입실 전까지 진지한 태도로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도착한 그룹 중 한 명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스태프들에게 밝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그날 면접장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자연스럽게 그가 제출한 서류를 살펴봤다. 자기소개서와 직무계획서는 다른 지원자들과 확연히 달라 보였다. 지원 동기가 분명했고,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순간 '내가 면접관이라면 이 사람은 무조건 합격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이 끝나자 L은 자기 물건을 챙겨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면서도 모든 스태프에게 반듯하게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잘 보이기 위한 연출이 아닌, 평소 그의 본모습처럼 자연스러웠다.


모든 면접이 끝났다. 최종적으로 4명을 선발해야 했다. 적격자가 없으면 4명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시험이었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 나는 예측해 봤다. 일찍 도착해 차분히 준비했던 지원자들이 대거 합격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끝까지 진지하고 간절하게 준비하던 L의 이름도 그 안에 있기를 바랐다. 최종 명단이 내 손에 전달됐다. 떨리는 마음으로 살펴봤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역시라고 해야 할까-내가 예상했던 지원자들의 이름들이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직접 면접관으로 면접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그들의 태도 덕분이었다. 수많은 면접을 경험하며 쌓인 나만의 빅데이터, 안목이 생겼다고나 할까. 제출 서류와 면접 당일의 행동만 봐도 지원자의 마음과 평소 모습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모든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들에게 합격자 4명에 대해 물어봤다. 그들의 합격 요인이 무엇이었느냐고. 돌아온 답은 한결같이 '태도'를 꼽았다. 업무에 대한 이해는 물론, 말하는 모습, 간절함, 예의 바름, 표정에서 느껴지는 진지함. 다섯 명의 면접관들이 공통적으로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L에 대해서는 "최고였다"는 찬사까지 잇달았다. 사람의 눈은 다 같다는 말이 섬뜩할 정도로 실감했다.


한 가지 반대 사례를 더 소개하자면—

지난해 다른 기관의 면접관으로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무더운 여름날,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여성 지원자가 부모님 차에서 내리며 짜증을 부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면접이 시작됐는데, 하필 그 지원자가 우리 조에 배정됐다. 면접에서 그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냥 평범한 지원자였다. 본인의 장점으로 "성실하고 예의 바르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을, 내가 과연 신뢰할 수 있었을까.


면접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면접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면접관은 이미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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