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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r와 Interviewee(2)

면접관의 지루함을 깨뜨리는 한 마디

by 바람아래

몇 개월 전 모 기관 경력직 면접시험에 면접관으로 참석했다. 그날 면접자는 16명. 짧은 시간에 기관에서 원하는 인재를 선별하기가 만만치 않다.


전통적인 면접방식에서 1번 면접자는 면접자 본인뿐만 아니라 면접관에게도 중요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그 후로 진행되는 면접자들의 바로미터가 되기에 항상 1번 면접자에 대해서 다른 면접자 보다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날처럼 신규채용이 아니고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간절함'의 정도가 다른 때 보다 약하다. 아무래도 긴장감이 신규채용에 비해 덜 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비슷비슷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면접자들의 답변 또한 비슷비슷하여 면접관들의 시선을 잡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면접자들의 답변은 마치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모범답안을 공유한 듯 뻔한 내용들 가득하다.


이쯤 되면 면접자도 면접관도 양쪽 모두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 예리한 면접관들은 공격적인 자세로 바뀌는 타이밍이다. 지원자들이 말하고 있는 그 흔한 내용을 아주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에 저에게 이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서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0번 지원자님! 말씀하신 그 '최선'은 어디까지 일까요?"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그게 전부 인 가요?"

"(힘 없이) 네"


이런 식의 재미없는 티키타카의 연속일 때 면접관들의 기대는 여실히 무너지고 만다.


그날도 그런 식의 면접이 끝을 향해가고 있을 때 14번 지원자에게도 앞선 지원자들에게 했던 공통된 질문들을 마치고 마지막 발언의 시간이 됐다.


"14번 지원자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시겠습니까?"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편하게 해 보세요!"

"(미소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저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런데 그 업무는 제겐 너무 쉽습니다. 조금 더 큰 기관에서 도전적인 일들, 예들 들면 00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요?"

"일단 그 분야는 제 전공분야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근무하면서 여러 학회나 세미나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스터디를 계속해왔고, 현재 트렌드를 방영해 00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구상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이제는 그 구상을 실현해 보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4번 지원자의 면접이 끝나고 나머지 마지막 16번 지원자의 면접을 마칠 때까지 14번 면접자의 마지막 멘트('그 업무는 제겐 너무 쉽습니다')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거만하지 않은 그의 솔직함과 자신감이 뇌리에 박혀 버렸다


그상태로 16번까지 모든 면접을 마쳤다. 그런데 계속해서 14번 지원자의 마지막 멘트가 떠나질 않는다.


최종적으로 채용담당부서 관리자에게 모든 평가표가 넘어가기 전까지는 각 면접관은 점수를 수정할 수 있기에 다시 14번 지원자의 평가표를 꺼내 점수를 수정하고 서명을 한다. 최고점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 뒤 다른 면접관과 면접자들에 대해 총평을 해보면 대부분 인상적이었던 몇 명의 지원자가 공통적으로 겹친다. 면접관마다 평가요소는 다르지만 보는 시각은 다르지 않아 결국 매력적인 인재에 귀결되는 경우는 흔하다.


면접에서 '실력 없는 거만은 독이 될 수 있으나, 자신감 있는 솔직함은 때로는 득이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삶의 지혜를 얻었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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